Diary214 [230317] 연극 <누구와 무엇(The Who & The What)> - 이 연극이 처음 떴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는 '국립정동극장 세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가' 뿐이었다. 굉장히 충동적으로 잡은 표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긴, 내가 잡은 대부분의 연극 표들이 충동구매이긴 하다. 암튼 이 충동구매의 결과는, Not Bad. 나쁘진 않은데,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많은 미묘한 연극. - 이 극의 주 갈등소재는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자리나가 소설을 하나 발표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필 그 소설의 소재가 이슬람교의 선지자인 무함마드이고, 선지자의 치부라면 치부일 수 있는 그의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함마드는 자신이 받는 계시가 과연 신의 음성이 맞는지, 다른 불순한 것들의 목소리는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아홉번째 아내를 취할때의 한 인간으로서의 성.. 2023. 3. 20. [230317] 정주영 : 그림의 기후 소문의 그 전시, 정주영 작가의 그림의 기후 전을 보고 왔다. 개인전의 가장 큰 미덕은 한 작가의 작품을 모아두고 당시 그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있는데, 그 점에서 이 전시는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다가 그녀의 인터뷰 영상에서 과거 그녀의 작품들도 일부 보여줌으로써 이번 전시를 넘어 작가로서의 전체적인 작품 방향성을 같이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다만 내 취향인가를 두고 본다면 약간은 거리가 있다. 따뜻하고 세밀하지만 위트는 덜한데, 난 삐뚤빼뚤한 사람이라 한두번 꼬아놓은 못된 작품들이 조금 더 끌리는 편이라. 그렇지만 편한 마음으로 작품들을 바라보고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서 좋았다. 아무래도 이 전시가 핫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 2023. 3. 20. [230317] 박종규 : 시대의 유령과 유령의 시대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의 이름이 '수직적 시간'으로 통일되어 있던 기묘한 전시. 보통 특별한 의미를 붙이지 않는 경우에는 무제라는 타이틀을 주로 사용하고, 특정 의미를 담아 만든 시리즈들은 최소한 작품의 스타일별로는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전시에서 '수직적 시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들은 비슷한 경향의 것도 있지만 확연히 달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 서로 달라보이는 작품들이 작가에게는 서로 같은 것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한데, 수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흐름에 따라 보거나, 혹은 흐름을 거슬러 보거나, 혹은 무언가로 흐름을 막아내거나 하면서 바라본 심상들이 작품으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해석. 1 - 학고재갤러리 전경. 2 - 뒤틀린 캔버스에 표.. 2023. 3. 19. [230317] 장-미셸 오토니엘 <Wonder Blocks> 이전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전시가 열린다고 하여 슬쩍 찾아가보았다. 다만 전시규모는 굉장히 작기 때문에 이 전시만을 위해 오기에는 조금 아쉽고, 근처 갤러리들의 다른 전시도 여유롭게 둘러본다고 생각하고 오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당시 전시품들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이 이 블럭이었는데, 맑고 투명한 블럭들을 가까이서 보니 여전히 좋더라. 참고로 전시관 자체도 굉장히 작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해서 다녀야 한다. 작품과의 안전거리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한번에 두세명, 아무리 많이 잡아도 대여섯명 이상이 들어가서 보기에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2023. 3. 19. [230317]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 처음 전시 제목을 보고 '복선'이라는게 뭘까? 뭐지? 왜 II인거지? 등등의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04년에 동명의 전시를 진행한 바 있어서 타이틀 뒤에 II를 붙였고, 복선-은 모르겠다. 무엇이 복선이고, 어떻게 넘는다는건지. 전시 리플렛을 보다가 백남준 효과전에도 참여했다는 것을 보고 이 때 찍어준 사진들을 다시 찾아봤는데, 어느 작품인지 대강 알겠다 싶음. 개인적으로 취향인 작품들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명확한 작품세계가 확고하구나 싶어 궁금했다. 이 공간에 있는 작품들은 회화에서의 드로잉적인 성격의 작품인 듯 했다. 약간은 습작과도 같은? 아주 초보적인 도형 그림과 반복, 절단, 도트로 새로운 모양 만들기, 선의 두께 차이 실험 등. 이 전시실의 노란 벽면 자체도 작품이었는데 모서리 한 켠이 반듯하.. 2023. 3. 19. [230317] 원유진 - 들여다보고 떠올려본다. 이 전시회는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갤러리 외부에 걸린 포스터의 그림만 보고 들어가 관람했다. 작품수가 많지는 않았고 그나마 대부분의 작품들이 동일한 대상을 그려놓은 것이라 가볍게 둘러보고 오기 좋았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관념화된 정원의 이미지를 계속 그려내고 있는데, 작품마다 세부적인 배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그려내는 대상과 디테일은 동일하다. 멕시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키 큰 선인장들, 땅에 뿌리를 단단히 박은 화초들, 잎사귀 하나만 간신히 달려있는 여린 줄기들. 어느 것 하나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가정집 정원에서 볼 수 있을법한 식물들은 아니고, 특히나 단순화된 형상들로 인해 이 공간이 실재하지 않은, 판타지스러운 어드메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각 작품마다 톤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 또한 .. 2023. 3. 19. [230317] 이원우 <당신의 아름다운 미래 YOUR BEAUTIFUL FUTURE>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 1, 2, 그리고 북스토어. 생각보다 1관과 2관의 작품이 상당히 다른 결인데,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번에 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재밌었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은 인식, 발견, 아이러니라는 키워드를 대입해서 바라볼 수 있을것 같은데, 그래서 개인전의 표제는 내가 작품에서 느낀 바와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1 - 2전시관 전경. 동선이 꼬일까봐 입구 왼편에 있는 2전시실부터 둘러보았다. 2, 3 - Fat Coke 시리즈. 코카콜라 캔을 아주 둥근 모양으로 만든게 재미있었는데 또 충실하게 캔 윗부분, 캔따개도 반영되어 있다. 빨간 오리지널 콜라는 탄산때문에 빵빵해진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하얀 다이어트 코크는 작품은 Fat인.. 2023. 3. 19. [230317] Shezad Dawood - Integrations 셰자드 다우드의 전시.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라서 근처 갤러리 둘러보는 김에 다녀왔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원색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원시적이고 날것의 생동감보다는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것이나, 추상적으로 보이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직설적인 묘사와 문법이 관찰되는 것 또한 취향이었고. 강렬한 색상으로 칠해진 갤러리 벽 또한 작품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키는 듯 했다. 1층과 복층스러운 2층이 전부인 크지 않은 전시장이지만, 다음번 전시도 궁금해지는 갤러리. 1 - 노란색의 건물들은 어떤 부분은 흑백 사진을 찍어놓은 듯 디테일하지만 어떤 부분은 아예 캔버스에 찍히지도 않은 듯 부분이 사라져있다. 찾아보니 루이스 칸이 아흐메드라는 도시에 지은 아마다바드 인도경영대학원 건물을.. 2023. 3. 18. [230316] 금호아트홀 - 김혜진 Harp - 하프라는 악기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다름없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갔다. 일찍 예매했기에 1열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근거리에서 보게 된 하프는 내 인상 속의 악기와는 사뭇 달랐다. 막연하게 하얗고 하얀, 순백의 악기를 상상했는데 막상 내가 본 하프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띈 것은 빨갛고 검은 현들이었다. 상단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튜닝핀과 발 언저리에 여럿 보이는 페달도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하프는 신화속의 악기가 아닌 기능적으로 잘 조율된 악기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연주는 또 어쩔지도 궁금해졌다. - 하프 독주를 듣는건 처음이었기에 이번 공연에서는 개별 곡에 대한 감상보다는 하프 연주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듣기로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끔 본 하프 연주는 대체로 악기 자체.. 2023. 3. 18. [230310] 면접, 석촌호수, 서울시향의 쇼스타코비치와 WBC 한일전 일기를 며칠 지나서 기록하는 건 그 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훗날의 감상까지 뒤섞여버리는 경우가 많아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어쨌건 기록을 남겨야 할 하루임에는 분명하고 그렇다고 본말이 전도된 기록을 남기고 싶진 않아서 고민 끝에 지금이나마 이렇게 적어본다. 원래는 쇼스타코비치 공연 후기를 적으려고 처음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공연을 제대로 본 게 아니라서 '공연 후기'에 이 글을 적는건 기만인것 같고. WBC 관련 이야기를 하자니 이미 따로 적은 바 있어서 무의미한 반복이 될 것 같고. 거기다가 글도 써지지 않고. 그래서 부담이 제일 적은 일기 형식으로 바꿔보았다. 공연이나 전시 리뷰가 아닌 하루의 행적을 적는 일기는 오랜만인거 같은데 앞으로는 조금 더 자주 적어봐야지. 1. 2023년 3월 .. 2023. 3. 18.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