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320 뭉크의 '마돈나' 뭉크와 고흐를 대비하여 만든 영상을 보며 내가 뭉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적이 있었다. 빛의 화가, 주변의 모든 생기를 끌어담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 고흐의 작품이라면, 뭉크는 본래의 대상이 가지고 있는 생동감을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음울하고 평면적으로 그려낸다. 그 특유의 왜곡된 시선과 붓질을 좋아하지만, 한편 대부분의 뭉크 작품이 가진 해골과도 같은 피폐한 얼굴상은 도저히 좋아지지 않는다. 뭉크의 대표작 '절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것 역시 그 연장선에서이다. 반면 뭉크의 작품들 중 좋아하는 작품들은 반쯤은 숭배하는 느낌으로, 열렬하게 좋아하고 사모하는데, 그 중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마돈나'를 고르게 된다.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그림에서 그나마 이 여인이 성모 .. 2022. 10. 22. 단상 - 기록수단과 글 오랜만에 서울에 들른 동생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글을 쓰는 도구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언젠가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는데, 동생 역시도 펜으로 쓰는 것과 타이핑으로 작성하는 글은 서로 결이 다르다는 의견에 일치했다. 생각해보면 아주 옛날, 글자와 필기구(혹은 저장매체라고 볼 수 있겠다)가 없었던 시절에는 구술로 지식이 전해졌을 것이고, 쐐기문자, 붓 혹은 펜, 타자기,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을 거친 지금은 다시 음성인식을 통한 기록이 흥하고 있는 것을 보면 꽤 재밌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동안 변화되어 온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록수단 중 본인에게, 그 상황에 잘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2022. 10. 22. 미세먼지의 계절 시험준비는 지지부진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고, 되는대로 살고 싶었던 어느 날의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당시 거주하던 곳은 겨우 난 창문 하나마저 건물 복도를 향해 있던, 다시 말해 해가 전혀 들지 않는 컴컴한 곳이었다. 학교에 가거나 알바를 가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루를 침대에 누워 멍하게 천장을 바라보기만 했던, 의욕도 기력도 없던 죽어가는 생명체 하나로 그럭저럭 버티던 하루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잠들어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아마 너무 오랜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그 때는 잠들지 못하는 그 시간이 견디기 괴로웠다. 무언가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지만, 결국 일어나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있는 하천을.. 2022. 10. 22. 국제갤러리 Jenny Holzer, Jean-Michel Othoniel 개인전 1. 요즘 물성을 탐구하는 것에 천착하는 작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토니엘의 이번 작품 또한, 투명한 유리로 투박하게 느껴지는 벽돌을 예쁜 조형물로 만들어 쓸모없이 벽에 부착하거나 바닥에 쌓아놓았던 점이 재밌었음. 색상 배치는 적당히 예쁜 조합을 만든걸까? 2. 꽃 시리즈는 그다지 기대하던 작품은 아닌데, 막상 가서 실물을 보니 마음이 동했음. 적당히 가까이서 보면, 동글동글한 구슬 하나하나마다 내 모습이 비치는 게 기분이 묘하더라고.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 같지만. 3. 외부와 접한 큰 통창이 있는 전시공간 좋더라. 국제갤러리 자주 오게 될 듯. 4. 제니 홀저 작품은 국현, 테이트에 이어 세 번째인데 여전히 잘 모르겠음. 고르고 고른 문장들이라고 하지만 딱히 와닿는 것도, 신선한 충격도 받지.. 2022. 10. 22. 낯설고 익숙한 거리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명절 연휴. 오랜만에 대구 본가에 들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짐을 풀고 잠을 청한 후 아침 일찍 병원으로 향했던 오늘 아침, 유난히 신촌 거리는 한산했고 공기도 부드러웠지만, 무엇보다 이상하게 낯설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오랜 시간을 보낸 동네지만 여전히 이 곳은 완전히 내 영역은 아니라는 느낌. 대구에 다녀온 직후라 더 그렇게 느껴진걸까? 아니면 항상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동네가 너무 한산해서였을까? 어딘가 낯선 동네로 여행온듯한 느낌이 들어 약간은 설레기도 했고, 한편 어디에서도 온전한 소속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없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울적해지기도 했던 하루. - 2021. 2. 13. - 2022. 10. 22. 2018. 12. 2. 머릿속이 복잡하다. 잡념을 비울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한 인생을 살고 싶었지만 그게 쉬이 올 수 없음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 둘 켜켜이 쌓이고 쌓여, 지금은 어느것 하나 손을 대더라도 다른 것들이 날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가 스스로 벌여놓은 것. 내가 아닌 타인이 시작해놓은 것. 내가 원하지 않는 상태로 휘둘리는 것. 그냥 다 엉망인 것 등등. 이틀정도 휴가를 내고 바닷가에서 멍하게 파도소리나 듣고 싶지만, 최소한 자리를 비우는 동안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은 있어야 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닐 것이기에. 예민해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나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같이 한다.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해진다. 동시에 절망감을 느낀다. 지켜지는 것은 아무.. 2022. 10. 22. 그림 그리기 두 번째 2주만에 다시 그렸다. 첫번째 그림은 이슬람 문양을 그려보고픈 마음에 시도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 나중에 다시 이어서 그릴 생각이다. 두번째 세번째 점점 지날수록 귀찮아서 대충 그리게 되더라. 그치만 잘 그리는 것 못지않게 빠른 시간내에 그리는 것 또한 내겐 중요한 일이라 대충 그리는 것 또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디쯤에서 절충할 것인가 하는 부분인거고. 색칠하는게 너무 귀찮다. 마카 하나정도는 사야겠다. 지금은 큰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으니 라이너 펜으로 그려야 페이지를 다 채우지만, 여행다니면서는 작은 노트를 들고다닐테니 가는 펜으로 그리는 연습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좀 더 연습해보고 방향성을 다시 잡아보자. - 2013. 12. 28. - 2022. 10. 22. 그림을 그리다 풍경. 드로잉 연습용 도서에 있는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연필로 그려진 그림을 라이너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양감의 생략과 단순한 선의 사용 등의 특징을 고려하느라 쉽지많은 않은 옮기기였다. 첫 시도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연습하면 더 괜찮아지겠지. 책의 구입과 그림연습을 오늘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드로잉책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정한 것이지만, 꽤나 예전부터 그림을 그리고싶다고 생각해왔던 터라 금방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목표는 여행지에서 그림그리기. 아마 거리의 풍경을 그리게 될 것이므로 사람그리기는 당분간 미뤄둘 예정이다. 익숙해지면 사람그리기도 잘 할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건 먼 훗날의 계획. 하고싶은 것도 해야할 일도 많지만 갑자기 비집고 나온 드로잉이라는.. 2022. 10. 22.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그의 책상 위에는 빼곡히 낙서로 뒤덮인 A4지 몇장과 펜, 노트가 펼쳐져 있고 책상 한켠에 자리한 컴퓨터에는 완성되지 못한 채 버려진 소설파일 십수개가 저장되어 있다. 이야기를 구상하고 도입부와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까지는 어려움없이 써나갔지만, 결말로 치닿는 부분에 다다르면 그의 손가락은 멈추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결말이 존재했고 그 중 어떤것을 선택해야할지 도저히 선택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소설을 '쓰지 못했다'. - 2013. 12. 28. - 2022. 10. 22. 2013. 9. 13. 많은 것들이 변했다. 2013년은 여러가지 의미로 전환점이었다. 아직 다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몇가지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그러하다. 소소한 삶의 안정, 자신의 현명함에 대한 불신, 인간관계의 대폭적인 변화, 트라우마의 획득, 절교 등 많은 일이 있었고 아마 남은 기간도 그러할것이다. 살아간다는건 나 자신이 어떻든간에 외부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나'라는 주체는 당연히 바뀌고 또 바뀌는 거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좁은 세계에만 있었어서 그런지 올 한해의 변화는 적응하기 힘들다. 매번이 설상가상이었다. 조금 힘낼만하면 다시 내동댕이쳐졌다. 감정기복을 극도로 자제하기위해 노력한 결과 감정이 최저점 근처에서 움직이질 않게 되었다. 겉으로는 미소짓고 걱정말라고 하고 아무렇지 않은듯.. 2022. 10. 22. 이전 1 ··· 29 30 31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