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상 기록

[221022] 희곡읽기, 카페 나들이, 향수, not 헤어질 결심

eunryeong 2022. 10. 22. 23:30

1. 아침에 희곡읽기 모임을 다녀왔다. 후안 마요르가, 맨끝줄 소년. 이전에 갔던 모임에서 읽었던 작품은 우리가 익히 익숙하게 여기는 연극처럼 등장인물간의 대화가 짤막짤막하게 티키타카되어서 낭독하기 편했던 반면, 이 작품은 주요 인물 두 명이 거진 한페이지, 혹은 두 페이지까지도 이어지는 대사를 계속 내뱉는 부분이 많아서 낭독이 쉽지는 않았다.

    낭독을 이어나가면서 내가 읽는 등장인물의,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듣고 있자니 각자의 이야기가 좀 더 잘 이해되는 듯 했다. 사실 읽는 동안에는 이걸 마지막까지 잘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지점들도 여럿 있었는데, 특히 클라우디오의 시점에서 쓰여진 글과 실제 사건(혹은 글로 쓰여진 '사건')이 자연스레 교차하는 부분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게도 많은 부분 클라우디오를 맡았는데, 역시 어렵긴 했지만 한편 직접 해보고 나니 생각보다는 괜찮네 싶기도 하고.

    읽으면서 무대에서 실제로 공연이 올라올 때 어떤 무대로, 연출로, 연기로 그려질지 조금씩 상상해보았는데, 아무래도 '맨 끝줄 소년'은 이 극을 읽고 있는 나. 그리고 연극 무대를 보고 있는 관객.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관찰하고, 바라보고, 궁금해하고, 그들의 인생에 개입하기도 하는 우리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연극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극본에서의 공백이 연극 무대에서 어떻게 채워질지 많이 궁금하기도 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우선 연극을 보고 난 후 영화도 고민해봐야겠다. 

 

2. 오랜만에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갔다. 공부하기 좋은 카페로 미리 점찍어 둔 곳이었고, 주말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까 약간 걱정했지만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켜서 몇 가지 정리를 했다. 우선은 뒤죽박죽인 메일함을 조금씩, 천천히. 대부분의 메일은 읽지도 않고 삭제되었고, 몇몇 메일은 빠르게 훑어본 후 삭제했다. 아카이브한 메일은 없다. 원래 저녁 늦게 상영될 헤어질 결심을 보기 위해 중간에 비는 시간 카페에 들른건데, 1시간 정도 지나니 카페 자리도 불편하게 느껴져서 그냥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3. 덕분에 헤어질 결심은 아직도 못봤다. 그저께 만추를 보고(이것도 10년이 지나서 겨우! 영화관에서! 보게 되다니!) 탕웨이, 멜로, 미장센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헤어질 결심을 꼭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언제 볼 수 있을까. 하긴 요즘 영화관을 너무 멀리 하긴 했다. 다음주에는 꼭 봐야지.

 

4. 10월이라 생일맞이 할인쿠폰을 주길래 백화점에 들러 향수를 샀다.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샘플 향수로 재즈 클럽을 미리 시향해보고 갔지만, 결국 다른 향수를 샀다. 향수를 살때 시그니처 향은 잘 안사게 되는 습관?이 있는데, 일단 샘플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꽤 많기도 하고, 인센스, 바디크림, 핸드워시 등 다른 종류로도 많이 나오다보니 굳이 향수를 살 유인이 적다보니 비슷비슷한 정도로 마음에 들면 그냥 다른 것을 고르는 편이다. 오늘 산 친구는 어텀 바이브. 재즈클럽이랑 무슨 라이브러리...?까지 셋 중에서 고민하다가 요걸로 골랐다. 가장 최근에 나온 향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검색을 조금 해보니 남자 향수로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는데, 내 향수 태반이 남자 추천 향수들이긴 하다. 그나마 메종루이마리 부스발은 좀 여성스러울지도...? 아닌가 이것도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하던데. 아무튼 생일 할인을 맞이하여 구매하게 된 요 친구는 남은 기간 내내 잘 쓸것 같음.

 

5. 향수 종류가 몇가지 생기다보니, 매일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MOTD(Make-up of today) 기록 시도했다가 장렬하게 포기한 적이 있는데, 향수는 이름만 적으면 되니 할 만 하지 않을까? 일단 고민해보자.

 

6. 내일 마틸다 공연 앞자리가 보여서 충동적으로 예매. 어른이 되면 그네가 머리 위로 스쳐갈 때 눈물을 왈칵 쏟을 듯 하니 손수건 챙겨가야겠다. 마음의 고향 디큐브 오랜만에 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