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12

[230602] 연극 '리어왕'

공연을 1부만 보고 나와서 이 공연에 대해 후기를 어떻게 남겨야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느낀점만 솔직하게(그리고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생각한 만큼만. 고전극은 시대적인 배경을 살려 클래식한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이 각자 대사를 읊는 것만 느껴지는 연출이라면 감상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극을 보고 깨달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의미있는 무대전환이나 음악의 사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티키타카나... 어느것도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각자가 맡은 대사를, 각자의 역량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유독 맛깔난 연기가 눈에 들어오는 배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평이한 배우도 있었고, 이들의 연기가 그냥..

[230527]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다미안 잘레 'Kites' & 샤론 에얄 'SAABA'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마 2023년 올해의 댄스공연이 될듯한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몇년간 LG아트센터 기획공연들을 꾸준히 관람해본 결과, 클래식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편이고 연극은 기복이 심해서 아주 좋거나 아주 별로거나. 항상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는 좋은 라인업을 가져오는 분야는 댄스였는데, 그 중에서도 발레와 같은 고전적인 무용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공연들이 더 만족스러웠다. 마곡으로 이사온 이후에도 댄스공연들은 하나같이 다 좋았고, 일부에서는 아주 큰 감동을 받았으니. 이날 본 공연은 하나의 단체에서 2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보여주었다. 두 프로그램간에는 출연진들을 제외하면 공통적인 부분이 없으니, 각 무대에 대한 감상은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다미안 잘레 Kites - 프로그램북을..

[230520]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쇼'라는 이름 외에는 붙이기 어려운 공연들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면 그냥 두세가지 수식어를 같이 때려박으면 그만인데,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애매하다면 참 난감해지는거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오케스트라, 서커스, 무용 등등.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음에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기 애매한 이 공연. 그래서 이름을 '스노우 쇼'라고 붙였나보다. 슬라바 폴루닌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계는 동화같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공간이고, 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무언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퍼포머들의 행동은 약간은 갓난아이스럽기도 하고,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직접 노출하기도 한..

[230128] 건축탐탐 '안도 다다오의 건축 세계' 강연

굉장히 오랫동안 임시저장함에 묵혀두었던 소재. 강연이나 북토크에 참여해서 듣고 본 내용 또한 간단하게나마 정리해서 적어두어야겠다 생각해서 제목은 적어두었지만, 다른 공연이나 전시 관람내용 정리에 급급해서 강연 내용까지는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아직 밀린 후기들이 조금 있지만 더 늦어지기 전에 일단 강연내용도 조금 정리해보려 한다. 참고로 강연자분께서 강연 내용을 어디 올리지 말아달라고 하셔서 ㅋㅋㅋ 강연자분의 견해와 해석이 들어간 부분보다는, 사실적인 정보와 관련된 내용만 간략하게 정리하려고 한다. 너무 오래 묵혀둔 것이라 뭔가 덧붙일 글도 기억나는게 딱히 없고... 이래서 후기나 정리는 바로바로 해야하는데... # 안도 다다오를 보는 4개의 시선 : 물성, 기하, 서사, 형태 # 물성 (..

[221210] 이자람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

- 이상하게 잘 써지지 않는 후기가 있다. 이 공연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아무래도 이 극을 보고 느낀 바는 많으나 아는 바는 적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에 지리멸렬하게 적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다 날리고, 생각나는 것 몇가지만 적기로 했다. - 판소리의 장단을 중간에 설명해주었는데, 자진모리장단에서는 우선 크게 4박자, 각 1박 안에 잔박 3박자. 4박자의 안정감과 3박자의 불안함이 공존하는 리듬감이 판소리, 더 나아가 한국 음악의 핵심적인 특성 아닐까 싶었다. 큰 4박자 안에서 박자를 자유자재로 쪼개어가며 리듬을 만드는 데, 서양에 비해 음계가 적고 목소리 하나로만 구성하는 대신 더 자유롭게 박자를 사용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 다양한 악기들로 구성된 빅밴드에서 4~5인조 밴드사운드, 비트..

[221119] 아크람 칸 컴퍼니 '정글북: 또 다른 세계'

- 흔히들 첫 인상이 반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 또한 첫 인상이 아주 강렬했다. 다만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강렬함은 아니다. 아주 서서히 막이 오르고 무용수들이 가만히 선 채 몸을 아주 천천히 아래로 굽히는데, 언뜻 보면 멈춰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긴 시간을 두고 보면 어느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그 절묘한 경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작품의 주제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보았을 때, 아마도 이 인상적인 인트로를 통해 자연 그 자체를 보여주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볼 따름. 십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 자연도 매일 매일 보는 그 얼굴은 똑같을지라도 한달, 일년, 십년마다 분절하여 보는 모습은 분명히 차이가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하늘 위에서 아주 서서히 흘러가는 구름이 생..

[221112] 이은결의 '더 일루션 - 마스터피스'

- 공연시간보다 15분 정도 일찍 착석했는데, 공연 시작전부터 관객들과 카메라로 소통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설치된 카메라가 관객들을 한두명씩 포커스하고, 진행자(이은결씨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가 자막으로 글을 써서 관객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작은 협조를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물론 화면에 본인이 나왔는지 미처 모르고 지나간 분들도 많았고, 촬영을 피하는 분들도 있었다. - 첫 공연부터 아주 화려하게 터트려주신다. 보통 마술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인체절단마술과 탈출마술이 초반에 연달아서 등장한다. 가장 처음에는 다소 클래식하게 시작하는가 싶다가, 점점 어라? 이렇게까지도 가능한가?싶을 정도로 마술의 난이도를 올리고(예를 들어, 인체절단마술을 위해 꽂는 칼..

[221108] 레콜렉티브, 미미면가, 나이스웨더, RDBK, LG아트센터 설문

1. 미루고 미루던 레콜렉티브 전시에 드디어 찾아갔다. 신사하우스 두 관을 모두 쓴 큰 규모의 전시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25개의 방을 지나면서 래코드라는 브랜드, 업사이클링과 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변주들을 체험해보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장 와닿았던 장소는 15번 방, 아워레이보의 '우리의 죄'라는 공간이었는데 벽에 적힌 문구들을 읽으며 나의 무의식적인 선택과 행동들이 어떻게 지구에 대한 '나의 죄'가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 스스로도 죄를 고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취향을 찾겠다는 명분으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과하게 사고 낭비하는 것을 줄여야겠다고 반성했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공간들이 아주 많았는데, 브랜드의 정체성과 제품, 그리고 전시 구성이 아주 잘 ..

Diary/일상 기록 2022.11.08

[221029] 다크필드 3부작 '고스트쉽', '코마', '플라이트'

※ 이 게시물은 다크필드 3부작 공연에 대한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해주시고, 가급적 공연 관람 이후 해당 게시물을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번 글은 사진부터. 사진 촬영은 자유롭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입장과 퇴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보니 공연장 내부는 거의 찍기가 힘든 편. - 아무 생각없이 LG아트센터 패키지로 3개를 같이 질렀는데, 이거 각 공연이 3만원이 넘는구나. 비싸다... 와... 패키지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 예전에 다크필드 시리즈 중 플라이트 공연에 대한 소식을 듣고 꼭 한번 보고싶었는데, 아쉽게도 전석 매진이라서 그때는 관람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공연은 꼭 관람해야지 생각을 했고, 이왕 보는거 ..

[221028] 이날치 신작 '물 밑'

- 신작 '물 밑'에 수록된 곡을 공연하였고,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범 내려온다' 등의 히트곡(?)을 부르지는 않았다. 앵콜마저도 이번 신작의 타이틀곡을 한번 더 부르고 마무리. 예전에 이승열씨 신보 발매공연에서 신보 트랙 1번부터 11번까지 내리 부르던 그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런 패기있는 공연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 콘서트라기보다는 공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무대 위 빛의 사용이 퍼포머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무대의 공간감을 만들어주고 있다보니 하나의 스토리를 자연스레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듯 했다. 빛을 무대 양 끝에서 교대로 쏘아가며 물결을 만들기도 하고, 수평선 끝에 반짝이는 빛을 조명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기서는 약간 오징어배 불빛 보는 느낌도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