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21210] 이자람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

eunryeong 2022. 12. 13. 16:13

- 이상하게 잘 써지지 않는 후기가 있다. 이 공연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아무래도 이 극을 보고 느낀 바는 많으나 아는 바는 적다보니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에 지리멸렬하게 적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다 날리고, 생각나는 것 몇가지만 적기로 했다.

 

- 판소리의 장단을 중간에 설명해주었는데, 자진모리장단에서는 우선 크게 4박자, 각 1박 안에 잔박 3박자. 4박자의 안정감과 3박자의 불안함이 공존하는 리듬감이 판소리, 더 나아가 한국 음악의 핵심적인 특성 아닐까 싶었다. 큰 4박자 안에서 박자를 자유자재로 쪼개어가며 리듬을 만드는 데, 서양에 비해 음계가 적고 목소리 하나로만 구성하는 대신 더 자유롭게 박자를 사용할 수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 다양한 악기들로 구성된 빅밴드에서 4~5인조 밴드사운드, 비트만 찍어 자유롭게 읊조리는 힙합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한 소리들이 걷어지고 핵심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서양 음악의 흐름과 비교해볼 때, 판소리는 힙합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하는 뻘생각도 들었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2시간이 넘도록 극을 완벽하게 채우는데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북으로 만드는 장단과 이야기의 흐름이 아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이야기의 전개에서 클라이막스까지 미처 눈치챌 틈도 없이 흘러가버린다.

 

- 이야기 중간에 수궁가의 용궁씬을 가져왔는데, 조명이 서서히 어두운 파란색으로 물들더니 객석까지 파란 조명이 확장되는 부분이 굉장히 이질적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가 사-악 퍼지면서, 아 나도 용궁에? 있나? 이런 생각을 살짝 들게 만드는.

 

- 이야기 클라이막스 즈음에 노인의 조수 아이가(아이 이름을 그새 까먹었다...) 노인을 보고 울음을 꾹 참다가 나와서 엉엉 우는 장면에서 나도 참았던 눈물이 막 터졌다. 아 정말 꾹 참고 있었는데 딱 저 장면이 나오다니...

 

- 이 공연 끝나고, 집에 와 국립극장 창극콘서트를 예매했다. 한국 전통음악을 조금 더 듣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김에,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올해 바로 실행에 옮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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