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95

[231125] 뮤지컬 <렌트>, 두번째 관람

뮤지컬 렌트가 돌아왔다. 식상하고 재미없는 표현이지만 그 이상 뭔가 붙이기에는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딱히 할 말도 없고 뭐... 그렇네. 사실 첫주에 바로 관람을 했었지만,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구만)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뭔가 3년전 느꼈던 그때 그 감동은 오지 않는것 같아서 미적미적하다가 후기를 적지 못함. 어차피 몇번 더 볼거라 뭐 나쁘지 않다 싶기도 하고. 모든 기억을 잡아두기보다, 지금 손가락에 걸리는 몇가지 기억들만 남겨보기로 한다. - 프로그램북에 Rent랑 Christmas Bell 가사가 실려있다! 최애곡인 Rent가 실린 것도 행복하지만, 최대 5중창의 복잡하고 정신없는 Christmas Bell을 프로그램북에 담아내다니, 대단하다 신시컴퍼니! 사랑합니다 신시컴퍼니! - ..

[230623] 연극 <겟팅아웃>

- 알린과 알리, 동일인의 서로 다른 시간축을 엮어 이야기를 구성한 작품. 1층은 현재...라고 해야하나? 암튼 알린의 24시간을, 1층 왼쪽과 2층은 교도소로 알리의 행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알리는 중간중간 알린의 공간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알리의 과거 공간에 알린의 공간이 감싸여진듯한 인상을 준다. -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토해내자면, 알린과 알리를 구분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마지막에 그걸 갑자기 포용하는 장면은 또 왜 들어가는지 더더욱 모르겠다. 아마 알린의 입장에서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알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이야기일지, 그 기억까지 안고 가겠다는 이야기일지... 일단 근본적으로 둘은 동일인이고,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 이전의 과거를 무..

[230611] 2023 Weverse Con Festival

6월의 기록이 아주 지지부진하게 작성되기 시작한 시점에 바로 이, 위버스 콘 페스티벌 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전후에 다녀온 전시회 작품에 대한 후기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던건 것이 첫번째, 그리고 이 페스티벌에 대해 후기를 적기가 어려웠던 것이 두번째. 보통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중간중간 내가 보고싶은 가수들의 무대만 보고 다른 시간에는 편하게 여기저기 다니며 쉬기도 하고 그러는데, 이 공연은 페스티벌과 합동공연의 중간 정도라고 해야하나... 조금 애매한 성격이라서 뭐라 후기를 적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암튼 더 미룰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 기억나는 정도만 적어보려고 한다. 고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패스할 예정. 나름 페스티벌을 표방한지라, 낮에는 잔디광장에서 야외무대를 꾸몄..

[230812] 연극 <2시22분 - A GHOST STORY>

- 후기에서 깜짝 놀라는 장면이 많다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들어갔다. 나름 선방하긴 했지만, 처음 장면에서는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릴 정도로 크게 놀랐음. 하긴 내가 워낙 쫄보이긴 하다. 킹키 2막 시작할때 오케스트라 음악에도 깜짝깜짝 놀라니까 뭐... - 이 극에 대해 무어라 적는게 다 스포가 될 수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러움. 그래서 스토리가 아닌 내 개인적인 감상만 이야기해보자면, 공연장을 나오는 길에 가슴이 계속 먹먹해서 눈물이 가득 고일 정도였음. 아마 다시 한번 본다면, 처음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장면 장면들이 다가올 것 같다. - 남자캐릭터 둘이 굉장히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데, 극을 다 보고나면 조금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다시 극을 봐도 그 장면들에서는 여전..

[230630] 관현악시리즈Ⅳ '부재(不在)'

-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로봇이 지휘를 한다는 점이었다. 로봇! 로봇이 지휘를!!! 근데 이것도 공연장 가서야 알았고, 막상 예매할때에는 그냥 (개인적인) 올해의 공연 테마, 국악을 조금 더 많이 접해보자!는 가벼운 생각이긴 했다. 이렇게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될 줄은 전혀 몰랐음 ㅋㅋㅋ - 일단 이날 연주된 곡들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남기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가야금 협주곡인 '침향무'에서, 가야금과 관현악의 조화가 아주 절묘했다는 정도의 기억이 남아있을 뿐. 최수열 지휘자가 혼자 지휘를 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인 지휘에서 오는 안정적인 연주. - 로봇 지휘자인 에버 6의 국내 데뷔무대라고 할 수 있는데, 에버 6는 최선을 다했..

[230707]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 약 두달간의 잠수 아닌 잠수 기간동안 가장 후기를 남기고 싶었던 연극이었는데, 순서를 지켜서 올려야지 하는 강박관념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그냥 올리고 싶은(그리고 후기가 써지는) 순서대로 올리기로 했다. 이 연극에 대해 적고 싶었던 이유는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도 햄릿이라서. 가 아닐까 아마. - 4명의 연기자가 돌아가며 햄릿이 되었다가, 햄릿의 주요 등장인물이 되었다가 하며 '연극'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하는 학생들을 보여주는 알앤제이랑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것 같고...? 중간중간 소품들을 던지면서 누가 어떤 역을 맡게 될지 정하는 것 같이 보이는 장면이 있던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그날그날 역할이 조금씩 바뀌나보다. 아마 저런 플레이는 미리 정하고 들어간거긴 하겠..

[230811] 연극 <3일간의 비>

- 최근 본 연극들 중에서, '연극적인' 재미를 가장 많이 느낀 극이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며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다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단 3명의 배우는, 막과 막 사이 전환되는 시간흐름과 인물변화를 통해 자신의 연기를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고, 나는 홀린듯이 그들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 정인지 배우는 렁스에서도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유일하게 캐슷을 맞춰 골랐고, 역시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유현석 배우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안정적이더라.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김바다 배우였는데, 1막과 2막의 연기 전환도 놀라웠지만 둘 다 너무 자연스러운 본인같이 느껴져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음..

[230604] 두산인문극장 - 20세기 블루스

- 제목에 홀려서 예매한 극. 물론 예매할때부터 블루스 음악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내용일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블루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매력을 이기지 못하고 훅 잡아버렸다. 물론 배우와 창작진들의 이름에서 오는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긴 했다. - 2023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3개의 Age, 나이-세대-시대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확실히 나이듦에 대한 화두가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날 본 연극 또한 중년-노년 사이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지는 불안감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었다. 독신 가정, 이혼, 배우자의 병환, 부모의 부양,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교차되는 것을 보며 작가의 구성능력이 탁월하다는..

[230609] 2023 서울시향 빌마이어의 말러 교향곡 5번

-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믿고 간다!는 공식이 있었던 적도 기억나는데, 지휘자도 몇번 바뀌고 단원들도 조금씩 바뀐 터라 지금도 그 명성이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들었던 이 날의 연주만큼은 마스터피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법한 훌륭한 연주였음! 개인적으로 서울시향의 연주 중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가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인데, 말러 교향곡 5번도 웅장한 편성이나 비극적인 서사, 그리고 이를 넘어서서 묘하게 느껴지는 한국적 신파의 향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 전에 일주일 내에 말러 교향곡 5번을 두 번이나 듣게 되어서 상당히 인상깊게 남아있던 곡이기도 한데, 이날 들었던 말러는 또 다르네. 같은 서울시향의 연주인걸 감안해보면 지휘자의 곡 리딩이 많이 달라졌거나, 혹은 나의 취향이 많이 ..

[230603] 국립극단 <보존과학자>

- 예술품을 보존한다는 것. 보존이란 무엇일까? 아니, 예술품이란 무엇일까? 예술품의 진정한 의미와 그 범위는 어떻게 규정하는 것일까? 작가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소식을 보고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확장시켜 하나의 극으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주제의식에는 아주 공감했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약간 갸우뚱? 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다다익선과 백남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알고 있고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한번쯤 볼만 했지만,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과연 이 극을 보고 만족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 - 극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저 사람들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점. 리플렛에는 뭔가 이름이 적혀있긴 했는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