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3

[230305]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 분절된 이야기들이 후반부에 억지로 이어지는데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장르이자 극의 연결고리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자아의식이 큰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히어로가 되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을 그렇게 만들면 안되지 않나요. 무엇보다, 8년 전 그 비극적인 사건은 이 극에서 실컷 주변부적인 소재로만 사용되다가 허겁지겁 기워서 땜빵해 마무리한거 같은데. 이딴 식으로 이용하려고 실제 사건을 끌어오는거 이해도 안되고, 극 속에서나마 그들을 살려내고 싶다? 아 네 히어로 많이 하세요. 최소한 관객 1인 저는 공감이 전혀 가질 않네요. - 극의 마무리는 그냥 던진건가요? 이야기 끝은 맺어야 하니 개연성이고 뭐고 모르겠다 하고 마무리한거 같은데, 그래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은건가요? 아니면 ..

[230217] 연극집단 반 <미궁(迷宮)의 설계자> - 2022 창작산실

- 3개의 시간축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건물을 설계하는 1975년, 건물이 본래의 용도로 사용되는 1986년, 제 기능을 잃은 건물이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는 2020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3명의 인물은 각자의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건물의 생애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화자로서 의도적으로 선정된 것이기도 하다. - 아마도 그래서였을것 같지만, 나은의 이야기는 유독 겉돈다는 인상이 강했다. 현대 시점에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질문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던지는 역할로 선택된 인물인 것은 알겠지만, 초반에는 중립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강경하게 건축가를 변호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건축가에게 비난을 던지는 데 그 심경의 변화가 어디서 비롯된건지 사실 잘 ..

[230208] 프로젝트집단 세사람 <노스체(NOSCE)> - 2022 창작산실

- 창작산실 공연을 몇년만에 다시 보았다. 이전에 본 작품에서 꽤 크게 실망을 해서 한동안 열심히 피했는데, 그 후 몇년간 공연을 계속 보면서 여기저기서 워낙 실망을 많이 하게 된 터라(잠시 눈물을 닦아본다...) 그때의 실패 경험이 많이 희석되기도 했고, 극에 대한 추천글도 눈에 들어왔고, 시놉시스도 꽤 재밌어보이고 해서 한번 도전해 본 작품. - 시놉시스를 간략하게 옮겨보자면, 원전 폭발이 발생한지 수십 년 후, 폭발지가 관광지로 조성될 만큼 시간이 흐른 어느 때.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마을, 소수의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곳에 어느 날 재난 로봇 노스체가 들어온다. 디스토피아 SF물같은 설명이지만 실제 극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조금 다르다. 소수자들의 공동체, 이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