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305]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eunryeong 2023. 3. 6. 09:20

- 분절된 이야기들이 후반부에 억지로 이어지는데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장르이자 극의 연결고리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자아의식이 큰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히어로가 되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을 그렇게 만들면 안되지 않나요. 무엇보다, 8년 전 그 비극적인 사건은 이 극에서 실컷 주변부적인 소재로만 사용되다가 허겁지겁 기워서 땜빵해 마무리한거 같은데. 이딴 식으로 이용하려고 실제 사건을 끌어오는거 이해도 안되고, 극 속에서나마 그들을 살려내고 싶다? 아 네 히어로 많이 하세요. 최소한 관객 1인 저는 공감이 전혀 가질 않네요.

 

- 극의 마무리는 그냥 던진건가요? 이야기 끝은 맺어야 하니 개연성이고 뭐고 모르겠다 하고 마무리한거 같은데, 그래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은건가요? 아니면 사고가 일어났지만 모두 생존한건가요? 뭐 어떻게 이해하라는거지 정말.

 

- 심지어 3가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극이 빠릿빠릿하게 돌아가지 않고 너무 늘어짐. 특히 마지막에 위령굿처럼 한명 한명의 등장인물들을 다시 살리는 부분에서는, 괴상망측해진 이야기를 감동적인 스토리로 포장하는걸 세 번이나 보고 있어야 함. 한번으로 끝냈다면 아 그래... 참아보자... 했을텐데...

 

- 중후반부부터는 유치찬란하고 말도 안되는 설정이긴 해도, 작가가 왜, 어떤 글을 쓰고싶어 하는지는 알겠다만... 초반부에 그 잡글을 계속 붙들면서 이 글이 내가 써야하는 글이라고 그러는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잔상을 그대로 엮어서 하나의 극으로-라니, 그런걸 만들 생각이면 연극이 아니라 다른 형식의 예술을 하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암튼 이 설정부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라 아마 전혀 몰입하지 못하고 본게 아닐까 싶음.

 

- 그러니까,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짜임새있게 엮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관객들을 변화시켜서 세상을 바꾸는 그런 사람들 아닙니까? 등장인물의 비극적인 결말을 바꾸고 싶다는 갸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럴거면 말이 되게 바꿔야 하는거 아닙니까??? 연극의 3요소인 희곡, 배우, 관객에서 관객은 나몰라라 하고 (극 속에서의) 배우들도 갸우뚱하는 극본을 작가 혼자 만족하며 집필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죠??? 

 

- 웬만해서는 공연 후기에 안좋은 이야기는 삼가는 편인데, 이 공연은 무슨 대상에 극본상에 몇몇 관계자분들이 극찬을 하셨다고 하기에 관객 1의 입장에서 바라본 실망감을 그대로 적어봅니다. 배우들의 연기 외에는 좋았던 부분이 하나도 없었던 작품. 정말, 단,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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