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95

[230603] 연극 <온 더 비트>

- 어떤 공연을 관람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메탈리카!라는 이름에 홀려 예매해버린 이 극처럼 생뚱맞은(?) 계기로 보게 된 공연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연극에서 음악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극들에서 크게 만족한 적이 없었긴 하지만 또 나름 아주 나쁘지 않게 본 편이기도 해서, 조금 편한 마음으로 음악만 들어도 성공이야!라며 다녀옴. - 이 극의 화자는 드럼에 완전히 빠져있는 나이 어린 친구이다. 연극의 스토리를 보면 자폐증상이 있는것 같은데, 그만큼 본인이 몰두하는 것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완전히 빠져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에는 두드릴 것을 찾다가 결국 세제통을 미친듯이 두드리기도 했고, 드럼이 생긴 이후에는 틈만 나면 드럼연습에 몰두했다. ..

[230602] 연극 '리어왕'

공연을 1부만 보고 나와서 이 공연에 대해 후기를 어떻게 남겨야할지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느낀점만 솔직하게(그리고 짧게) 남겨보려고 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딱 생각한 만큼만. 고전극은 시대적인 배경을 살려 클래식한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연출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배우들이 각자 대사를 읊는 것만 느껴지는 연출이라면 감상이 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 극을 보고 깨달았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의미있는 무대전환이나 음악의 사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티키타카나... 어느것도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각자가 맡은 대사를, 각자의 역량대로 소화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유독 맛깔난 연기가 눈에 들어오는 배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평이한 배우도 있었고, 이들의 연기가 그냥..

[230527]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다미안 잘레 'Kites' & 샤론 에얄 'SAABA'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마 2023년 올해의 댄스공연이 될듯한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몇년간 LG아트센터 기획공연들을 꾸준히 관람해본 결과, 클래식은 무난하고 안정적인 편이고 연극은 기복이 심해서 아주 좋거나 아주 별로거나. 항상 기대치 이상을 보여주는 좋은 라인업을 가져오는 분야는 댄스였는데, 그 중에서도 발레와 같은 고전적인 무용보다는 현대무용에 가까운 공연들이 더 만족스러웠다. 마곡으로 이사온 이후에도 댄스공연들은 하나같이 다 좋았고, 일부에서는 아주 큰 감동을 받았으니. 이날 본 공연은 하나의 단체에서 2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보여주었다. 두 프로그램간에는 출연진들을 제외하면 공통적인 부분이 없으니, 각 무대에 대한 감상은 따로 적어보려고 한다. 다미안 잘레 Kites - 프로그램북을..

[230526] 국립발레단 <지젤>

예전에 국립발레단 공연을 한두번 보았었는데, 워낙 표를 구하기 힘들어서 몇년간은 거의 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공연. 그나마 이 공연을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국립극장 패키지로 표를 미리 구해서이지 아마 일반예매로 들어갔으면 절대 표를 구할 수 없었을듯. 매번, 그것도 일자별 스케줄 오픈 전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인기공연이다보니 다음에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볼 수 있을때 열심히 봐야지. 지젤은 발레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유니버셜 발레단의 공연인데다 거의 10년전에 본거라 기억이 가물가물...을 넘어서 그냥 아예 없다. 그런고로, 이날 작품을 보고 상상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남주인공의 무책임함, 그리고 여주인공의 (오랫동안 여..

[230520]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쇼'라는 이름 외에는 붙이기 어려운 공연들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면 그냥 두세가지 수식어를 같이 때려박으면 그만인데,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애매하다면 참 난감해지는거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오케스트라, 서커스, 무용 등등.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음에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기 애매한 이 공연. 그래서 이름을 '스노우 쇼'라고 붙였나보다. 슬라바 폴루닌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계는 동화같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공간이고, 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무언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퍼포머들의 행동은 약간은 갓난아이스럽기도 하고,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직접 노출하기도 한..

[230513]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 <잉크>

국립극장 시즌패키지로 예매해둔 작품. 패키지 구매가 늘 그렇듯, 어떤 작품인지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예매했다. 공연날짜에 거의 임박하여 정보를 찾아보니 무용공연이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음. 작년 말부터 올해 유난히 무용 공연을 많이 보게 되는것 같은데...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라는 이름 또한 사람인지 단체인지 안무가인지 무용가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서, 정말 '백지' 상태에서 본 공연. 공연 관람 전 팜플렛에서 다양한 레퍼런스 이미지들이 소개된 것을 보았는데, 그 순간 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낮아졌다... 왜냐면 스토리 혹은 움직임이 아닌 이미지를 강조하는 공연치고 내가 만족한 공연이 거의 없었기 때문. 이 공연도 그러했는데, 물을 잔뜩 써가며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서 형상화해보..

[230511] 2023 <정오의 음악회> 5월

공연 관람기록이 말도 안되게 늘어져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적어보는 공연관람 후기. 이번 공연을 예매한 이유는 단 하나, 최재림씨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재림씨의 노래를 좋아해서 뮤지컬 작품들도 웬만하면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인데, 개인 콘서트는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와중에 국립극장 상반기 일정에서 최재림씨의 이름을 발견하고 홀린듯이 예매 완료. 이 공연처럼 오전에 진행되는 공연은 1시간 정도로 짧게, 대중들을 위한 레퍼토리로 가볍게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기분전환겸 오전반차 쓰고 다녀왔다. 예매할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이 공연의 주관이 국립극장이기에 음악회를 이끌어가는 연주단체 또한 국립관현악단일 것이라는 점. 교향악단과는 다르게 관현악단은 ..

[230506]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 12명의 배심원들이 마지막 평결을 내리기 위해 모여 이야기하는 짧고도 긴 시간을 다룬 작품. 이 각본이 처음 쓰여진 게 1950년대 미국이었고, 이 평결의 대상이 되는 소년이 빈민가에 사는 흑인 소년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떤 갈등이 극을 이끌어가는지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12명의 배심원들 대부분이 번듯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또한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들 중 빈민가의 삶을 이해하는 캐릭터가 단 한명인데, 아마 외국에서 올라왔다면 이 역할은 흑인 연기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 배심원들은 대부분 소년이 유죄라고 확신하지만 단 한 명의 인물은 너무나 잘 짜여진 스토리대로 흘러가는 재판에 의구심을 느끼고 몇가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이 모이고 모여 평..

[230506] 국립창극단 <절창Ⅲ>

- 올해 절창시리즈 3개를 다 예매했는데 두번째 편은 결국 못봤다. 평일 공연밖에 없어서 불안해하며 예매했는데 결국 그 불안이 현실로... 평일 공연은 아예 회사 근처(코엑스)거나, 아니면 집 근처(신촌이나 홍대)거나 해야 그나마 볼 수 있을듯. 오늘도 비가 계속 와서 약간의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남산을 올라 공연을 보러 갔고, 아마 올 상반기 최고 공연 중 하나가 될듯한 경험을 하고 옴. - 이번 공연의 가창자 중 한명이 이날치의 보컬로 잘 알려진 안이호씨였다. 이날치 공연으로는 두어번 뵌 적 있는데 판소리 공연으로는 처음이었고, 이렇게 정통 판소리를 하시는 분인줄 이번에 처음 알게 됨. 하긴 내가 판소리나 국악에 대해 그다지 알고 있는 지식이 많지 않긴 하지... 정보를 찾아보니 수궁가를 전수받으셨다고..

[230504] 국립극단 <벚꽃동산>

- 국립극단의 공연, 체호프 각본, 그리고 김광보 연출. 딱히 고민할 이유가 없어서 바로 예매했습니다. 국립극단 연극은 배우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모르고 가는 편인데, 그래도 이번 공연에는 익숙한 이름과 얼굴들이 보여서 반갑더군요. 뭐 완전히 처음 보는 분들이었어도 믿고 봤겠지만. - 체홉 극은 극본으로 읽긴 했어도 이렇게 연극으로 본 적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음. 셰익스피어는 온갖 버전으로 여러번 보았는데 말이죠... 다른곳은 그렇다 쳐도 국립극단에서도 매년 셰익스피어 극을 하나씩 올리는 편이었는데, 올해에는 셰익스피어 대신(이라고 할수 있을진 모르지만) 체홉의 극을 볼 수 있어서 좋네요. - 벚꽃동산은 희곡집을 읽었던 작품이 아니라 이 연극으로 스토리를 처음 접했다. 공연 전 프로그램북을 사서 인물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