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526] 국립발레단 <지젤>

eunryeong 2023. 5. 29. 11:10

   예전에 국립발레단 공연을 한두번 보았었는데, 워낙 표를 구하기 힘들어서 몇년간은 거의 볼 생각을 하지도 못했던 공연. 그나마 이 공연을 이렇게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국립극장 패키지로 표를 미리 구해서이지 아마 일반예매로 들어갔으면 절대 표를 구할 수 없었을듯. 매번, 그것도 일자별 스케줄 오픈 전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는 인기공연이다보니 다음에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볼 수 있을때 열심히 봐야지.

 

    지젤은 발레에서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이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유니버셜 발레단의 공연인데다 거의 10년전에 본거라 기억이 가물가물...을 넘어서 그냥 아예 없다. 그런고로, 이날 작품을 보고 상상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남주인공의 무책임함, 그리고 여주인공의 (오랫동안 여성의 덕목으로 이야기되었던) 인내와 용서를 진정한 사랑으로 포장하는 스토리를 보고 아 정말... 시대적인 배경이고 뭐고 너무하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 시놉시스만 보고서는 왜 충격을 받아 죽게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전체 내용을 보니 아 그럴만 하다...싶었다. 한국식으로 이야기하면 홧병 아니냐구 저거.

 

    암튼 이 막장 스토리에 대한 감상은 차치하고 발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역시 국립발레단의 정예멤버인만큼 멋진 무대였다. 이날 지젤역에 박슬기 발레리나, 알브레히트 역에 허서명 발레리노, 미르타 역에 정은영 발레리나, 힐라리온 역에 송정빈 발레리노. 이렇게였는데, 내가 처음 국립발레단 공연을 보았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의 캐슷과 거의 같아서 더 반가웠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인 박슬기 발레리나는 역시나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우아한데다! 가볍게 통통 튀는 모습에서 중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유려해서 보는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2막에서 지젤이 부레부레로 빠르게 퇴장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고! 정은영 발레리나는 내가 보았을때만 해도 솔리? 드미솔리?에서 주역 발탁된 신데렐라 느낌이었는데 어느새 수석 무용수가 되어서 신기했고, 우아한 손놀림이 요정들의 여왕역에 찰떡이구나 싶었다. 그러고보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도 오로라 역이었는데. 신기한걸?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윌리들이 지젤의 간절한 애원을 거부하며 팔을 탁! 강하게 펴서 지젤에게 노!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에서 정은영 발레리나의 선이 고왔던 것 같다...는 소심한 감상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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