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520]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 쇼'

eunryeong 2023. 5. 28. 23:13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저 '쇼'라는 이름 외에는 붙이기 어려운 공연들이 있다.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면 그냥 두세가지 수식어를 같이 때려박으면 그만인데,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애매하다면 참 난감해지는거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오케스트라, 서커스, 무용 등등.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음에도, 그 어느 것에도 속하기 애매한 이 공연. 그래서 이름을 '스노우 쇼'라고 붙였나보다.

    슬라바 폴루닌이라는 사람이 만든 이 세계는 동화같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적인 공간이고, 그들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신경써서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무언으로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퍼포머들의 행동은 약간은 갓난아이스럽기도 하고,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직접 노출하기도 한다.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특히 아이들은) 웃고 미소를 짓는다. 공연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는것은 아니어서 대체 무슨 내용인가 갸우뚱 할 수도 있지만, 무대 위의 모습에 흐름을 맡기고 편하게 보다보면 그냥 슬며시 웃게 되는 마법같은 공연.

    특히나 이 공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커튼콜이 끝난 후 커다란 볼을 객석 위로 굴리면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는 장면이었다. 거기다가 2층 관객들도 1층에 들어가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줘서, 나도 1층에 내려가 사진도 찍고 공도 만져보고 했음! 다른 공연들에 비해 아이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너도 나도 공을 만져보고 싶어해서 부모님들이 애기들 위해 공을 여기로도 보내달라고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애기들을 안아 들어올려서 높은 곳으로 오는 공을 직접 만질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나도 공 못잡고 있는 애기들 보면 일부러 (그나마 상대적으로) 작은 공 하나 잡아서 애기들한테 주고 그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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