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95

[230317] 연극 <누구와 무엇(The Who & The What)>

- 이 연극이 처음 떴을 때 가지고 있던 정보는 '국립정동극장 세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가' 뿐이었다. 굉장히 충동적으로 잡은 표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긴, 내가 잡은 대부분의 연극 표들이 충동구매이긴 하다. 암튼 이 충동구매의 결과는, Not Bad. 나쁘진 않은데, 그다지 이해되지 않는 지점도 많은 미묘한 연극. - 이 극의 주 갈등소재는 무슬림 가정에서 자란 자리나가 소설을 하나 발표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필 그 소설의 소재가 이슬람교의 선지자인 무함마드이고, 선지자의 치부라면 치부일 수 있는 그의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함마드는 자신이 받는 계시가 과연 신의 음성이 맞는지, 다른 불순한 것들의 목소리는 아닌지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아홉번째 아내를 취할때의 한 인간으로서의 성..

[230316] 금호아트홀 - 김혜진 Harp

- 하프라는 악기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다름없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갔다. 일찍 예매했기에 1열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근거리에서 보게 된 하프는 내 인상 속의 악기와는 사뭇 달랐다. 막연하게 하얗고 하얀, 순백의 악기를 상상했는데 막상 내가 본 하프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띈 것은 빨갛고 검은 현들이었다. 상단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튜닝핀과 발 언저리에 여럿 보이는 페달도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하프는 신화속의 악기가 아닌 기능적으로 잘 조율된 악기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연주는 또 어쩔지도 궁금해졌다. - 하프 독주를 듣는건 처음이었기에 이번 공연에서는 개별 곡에 대한 감상보다는 하프 연주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듣기로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끔 본 하프 연주는 대체로 악기 자체..

[230311] 로맨틱펀치 단독공연 99번째 로맨틱파티

- 로맨틱펀치의 아이덴티티라면 역시 공연이다. 로맨틱파티라는 이름의 단독공연을 매달 꾸준히 진행한 적도 있었고, 최소한 코로나 전까지는 몇달에 한번씩은 주기적으로 열렸다. 나 또한 2016년부터는 종종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갔던것 같다. 아마 내가 간 공연들만 해도 열번은 넘을텐데. (클럽투어 공연을 따로 센다면 더 늘어나겠지만...) 이쯤 되면 나름 단골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러나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고, 예정되었던 로맨틱 파티도 취소되고, 공연을 새로 하는 것조차 규제를 받던 시기가 왔고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부대끼며 공연을 감상해야 하는 클럽 공연은 자연히 멀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공백을 가지던 중, 오랜만에 찾아본 로맨틱 펀치의 단독공연 소식. 99번째라는 숫자에서 코로나 기간동안 천..

[230311] 연극 <회란기>

- 고선웅이라는 연출가는 국립극단 공전의 히트작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연극 연출자들 중 내가 이름을 알 정도면 꽤나 유명한 분이라는 의미. 조씨고아라는 극을 꽤 재밌게 본 터라 이번 극도 기대하며 예매를 했고, 그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킨 공연이었다. 찾아보니 극단 마방진의 예술감독이시던데, 이 극단의 공연도 조금 더 챙겨보아야겠다 싶던. - 회란기라는 제목이 낯설었는데 막상 공연을 보고나니 어디선가 보던 내용인듯? 아닌듯? 솔로몬의 명판결로 흔히 이야기되는 친자찾기 에피소드가 여기서도 나오는데, 이 판결을 내리는 주인공이 어릴적 TV에서 많이 보았던 바로 그 인물, 판관 포청천이다. (이 극에서는 '포대제'로 나온다) 1막까지의 분통터지는 에피소드들 또한 중국식 신파의 전..

[230307] 연극 아마데우스

- 아마데우스라는 작품은 오래된 고전영화로 이미 접한 적 있었다. 이 작품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계기가 이 영화이기도 했고. 연극치고는 꽤 비싼 가격이라 많이 망설였는데, 한번쯤은 보아야겠다 싶던 와중에 KT할인을 꽤 많이 해서 일단 지르고 보게 되었다. 물론 가볍게 볼 생각이었기에 가장 저렴한 좌석으로 구매. - 모차르트라는 불세출의 음악가를 다루기 위해 그가 작곡한 많은 곡이 연극에 배경음악으로, 혹은 극 중간에 연주하는 형식으로 등장한다. 오페라의 아리아같은 경우는 다른 배우가 마치 오페라 가수가 된 것 처럼 노래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아리아의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녹음된 음원을 틀어놓고 연기만 하는 것이겠지? 이 극에서는 음악이 필수적인 요소임은 틀림없으나, 개인적으로는 음..

[230305] 연극 <분장실>

- 연극 '분장실'은 지난 시즌에 두 번을 관람했던 극. 이번 시즌에는 지난번에 함께한 배우들은 없었지만, 새로운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분장실이라는 극이 궁금해서 또 보게 되었다. 이날 공연을 본 배우들 외에도 보고싶은 배우들이 조금 더 있어서 한두번은 더 보지 않을까 싶음. - 이 극은 철저히 여성 배우들의 서사를 담고 있다. 그래서 무대위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여배우들 4인 뿐. 지난 시즌에서는 중간에 남성 조연출? 스탭?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암튼 아주 짧게 나와서 여배우들의 무대를 보조했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이 빠져서 스토리 흐름이 더 매끄러워진듯 하다. - 여배우 C는 보면 볼수록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나쁘지 않은 커리어를 이룬것도 그렇고, 아픈 친구에게 선뜻 금전적인 도..

[230305] 작가노트, 사라져가는 잔상들

- 분절된 이야기들이 후반부에 억지로 이어지는데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는다. 작가 자신이 장르이자 극의 연결고리라는 부분에서는 너무 자아의식이 큰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히어로가 되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을 그렇게 만들면 안되지 않나요. 무엇보다, 8년 전 그 비극적인 사건은 이 극에서 실컷 주변부적인 소재로만 사용되다가 허겁지겁 기워서 땜빵해 마무리한거 같은데. 이딴 식으로 이용하려고 실제 사건을 끌어오는거 이해도 안되고, 극 속에서나마 그들을 살려내고 싶다? 아 네 히어로 많이 하세요. 최소한 관객 1인 저는 공감이 전혀 가질 않네요. - 극의 마무리는 그냥 던진건가요? 이야기 끝은 맺어야 하니 개연성이고 뭐고 모르겠다 하고 마무리한거 같은데, 그래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은건가요? 아니면 ..

[230304] 데이브레이크 콘서트 'NEW DAY'

-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온갖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연들을 챙겨보는 편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하나의 장르에 온전히 시간을 투입하지는 않는데, 그러다보니 내게 밴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단독공연을 가는 밴드와 그렇지 않은 밴드. 웬만큼 노래들을 챙겨듣는 밴드라 해도 단독공연까지 챙겨야지 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데이브레이크는 단연 후자에 해당하는 밴드이지만 한동안 일정이 안맞아서, 표가 없어서, 공연 자체가 취소되어서 등등의 이유로 공연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본 공연이 코로나로 세상이 멈추기 직전이었던 2020년 2월 21일이었는데, 3년만에 다시 본 데이브레이크의 콘서트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2020년의 그날도, 2023년의 어느날도 펜..

[230304] ITA Live <더 닥터>

- 이 공연에 대한 후기를 적기 전, 먼저 고백할 게 있다. 이 공연은 전반부 30~40여분? 가량을 미친듯이 졸면서 봐서... 앞부분 내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극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적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감안해주시고 보시길 권장드림. 만원버스 타고 공연시간에 거의 딱 맞춰 도착했더니 체력이 바닥났는지 진짜 입장하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와서 어쩔 수 없었다... - 영상 시작할 때 이보 반 호프씨가 소개하셔서 잉? 이보 반 호프 연출작은 이거 아니었던거 같은데??? 싶어서 잠시 동공지진 옴. 체크해보니 이 작품은 로버트 아이크 연출작이 맞고, 해당 작품을 공연한 인터내셔널 씨어터 암스테르담이라는 단체의 예술감독이 이보 반 호프씨라고 한다. 이름은 이전에 몇번 들어봤지만 ..

[230303] 국립무용단 <더 룸>

- 국립무용단의 공연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만, 국립극장 라인업에서 이번 공연에 대한 설명을 보고 별 고민없이 바로 예매했다. 5년만에 돌아오는 작품, 김설진 안무, 각 무용수들의 의견과 특성을 반영하여 안무를 구성 등등. - 무대는 직육면체에서 마주보는 한 면씩 덜어낸 모양으로 생겼다. 비스듬하게 관객을 향하는 크지 않은 방 위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펼쳐진다. 초반에 방 한켠에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거는 장면이 있는데, 공연을 보고 있자면 눈 앞에서 보여지는 이 공연 자체가 살바도르 달리의 세계관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8명의 무용수가 등장했다가, 퇴장했다가, 혹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서로 움직임을 주고받다가, 혹은 무시하다가, 아니면 아예 보이지도 않는 듯 행동하다가. - 그렇기에 관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