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316] 금호아트홀 - 김혜진 Harp

eunryeong 2023. 3. 18. 14:06

- 하프라는 악기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다름없는 상태로 공연을 보러 갔다. 일찍 예매했기에 1열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근거리에서 보게 된 하프는 내 인상 속의 악기와는 사뭇 달랐다. 막연하게 하얗고 하얀, 순백의 악기를 상상했는데 막상 내가 본 하프에서 가장 처음 눈에 띈 것은 빨갛고 검은 현들이었다. 상단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튜닝핀과 발 언저리에 여럿 보이는 페달도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보니 하프는 신화속의 악기가 아닌 기능적으로 잘 조율된 악기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연주는 또 어쩔지도 궁금해졌다.

 

- 하프 독주를 듣는건 처음이었기에 이번 공연에서는 개별 곡에 대한 감상보다는 하프 연주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듣기로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가끔 본 하프 연주는 대체로 악기 자체의 선율보다는 하프의 음색을 이용한 분위기 전환?용에 가까웠기에 독주는 어떻게 연주될까 꽤 궁금했는데, 현악기의 확장성과 건반악기의 화음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악기라는 인상을 받았다. 현악기가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주법을 다 이용하는 듯 했는데, 특히 앵콜 곡에서는 기타 칠때처럼 현 전체를 확 그어버리는듯한? 주법도 있어서 와 신기하다 하고 생각했음. 하프 본통을 두들기는 주법도 물론 있었고 말입니다.

 

- 하프곡은 아는 곡이 거의 없다보니 내가 아는 곡이 나올거라는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곡은 들어본 곡이었다. 이거 원래는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곡인데, 높은 바이올린 연주와 낮은 첼로 선율을 하프라는 악기 하나로 동시에 표현해내는게 신기했고 그 와중에 하프의 음역대를 끝까지 사용하는구나 싶었다. 곡 자체가 좋았는가와는 별개로(절대 연주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오케스트라 곡을 악기 하나로 편곡하면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 하프라는 악기의 특성을 느끼기에는 아주 좋은 선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연주회 선곡중에서는 하프를 위해 작곡된 곡도 있지만 다른 악기용 곡을 하프용으로 어레인지한 곡들도 많았는데, 순수한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하프용으로 만들어진 곡이 훨씬 음색도 풍부하게 느껴지고 곡도 와닿았다. 아무래도 하프라는 악기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작곡되었기 때문이겠지? 특히 좋았던 곡은 제르맨 타유페르의 하프 소나타. 그리고 앵콜곡이었던 펄 체르톡의 하프사이드 앳 미드나잇. 사실 앵콜곡이 굉장히 재지해서 어 재즈곡 편곡한건가? 하고 찾아봤는데 그건 아닌것 같네. 

 

- 그리고 조금 다른 얘기지만, 연주자가 신은 신발이 반짝반짝해서 계속 눈에 들어왔다. 1부에는 검정, 2부에는 사진처럼 밝은 회색의 드레스였는데 의상이 굉장히 미니멀한데 비해 신발이 화려해서 재밌었음. 평소 애착슈즈일라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ㅋㅋㅋ

 

 

[ Program ]

- 장필리프 라모 Jean-Philippe Rameau - Nouvelles suites de pièces de clavecin, Suite en sol, RCT 6: No.14 Les Sauvages (performed on Harp)
- 제르맨 타유페르 Germaine Tailleferre - 
Sonate pour harpe
- 에릭 사티 Erik Satie - 6 Gnossiennes for Piano (excerpts, arranged for harp by Fabrice Pierre) (No.1 Lent, No.3 Lent, No.5 Modéré)
- 기욤 코네송 Guillaume Connesson - Toccata pour harpe
- 가브리엘 포레 Gabriel Fauré - Impromptu pour harpe, Op.86
-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Sergei Prokofiev - 4막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Op.64 중 (하프 연주) (Act.3: No.48 Morning Serenade “Aubade” (excerpts, arranged for harp by Nina Munger), Act.1: No. 13 Dance of the Knights)
-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 Intermezzo for Piano in A Major, Op.118/2 (performed on Harp)
- 카를로스 살제도 Carlos Salzedo - Ballade pour harpe, Op.28

- (앵콜곡) 펄 체르톡 Pearl Chertok - 'Around the Clock' Suite for Harp​ (excerpt), Harpicide at 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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