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707] 연극 '플레이 위드 햄릿'

eunryeong 2023. 8. 12. 07:43

- 약 두달간의 잠수 아닌 잠수 기간동안 가장 후기를 남기고 싶었던 연극이었는데, 순서를 지켜서 올려야지 하는 강박관념때문에 미루고 미루다가 그냥 올리고 싶은(그리고 후기가 써지는) 순서대로 올리기로 했다. 이 연극에 대해 적고 싶었던 이유는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도 햄릿이라서. 가 아닐까 아마.

 

- 4명의 연기자가 돌아가며 햄릿이 되었다가, 햄릿의 주요 등장인물이 되었다가 하며 '연극'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극하는 학생들을 보여주는 알앤제이랑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것 같고...? 중간중간 소품들을 던지면서 누가 어떤 역을 맡게 될지 정하는 것 같이 보이는 장면이 있던데, 다른 후기들을 보니 그날그날 역할이 조금씩 바뀌나보다. 아마 저런 플레이는 미리 정하고 들어간거긴 하겠지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그 역할들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렇게 n차 관람을 유도하는 영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연극은 형식상 전형적인 '연극'적인 발성과 대사톤이 굉장히 어울린다. 가끔 내가 연극을 보고 있는건지, 연극을 만드는 연극을 보고 있는건지 헷갈리기도 하는데(굳이 구분을 지어야 할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관객들을 교묘하게 그 경계 사이로 슥 밀어넣었다가 다시 꺼냈다가 하는 극이 아닌가 싶다.

 

- 오필리어의 죽음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는 기억이 나는데, 정작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직접적인 묘사는 전혀 없이, 간접적이고 과하게 은유적인, 원작을 모르면 그저 흘려보낼법한 묘사였던것 같은데... 이래서 후기는 바로바로 써야하는건데. 아쉽다 정말.

 

- 배우들을 처음 보는듯 해서 조금 찾아봤더니 극단 플레이 위드 소속이신듯. 클럽 베를린, 클럽 라틴도 평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연극들도 궁금해졌다. 다음에 올라오면 조금 더 눈여겨봐야겠다는 생각중. 배우분들중 굉장히 제 스타일인 분이 계셨는데 부끄러우니 누군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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