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604] 두산인문극장 - 20세기 블루스

eunryeong 2023. 6. 25. 06:37

- 제목에 홀려서 예매한 극. 물론 예매할때부터 블루스 음악과는 그다지 상관 없는 내용일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블루스'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매력을 이기지 못하고 훅 잡아버렸다. 물론 배우와 창작진들의 이름에서 오는 신뢰감도 무시할 수 없긴 했다.

 

- 2023년 두산인문극장의 주제는 3개의 Age, 나이-세대-시대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확실히 나이듦에 대한 화두가 여기저기서 보인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이날 본 연극 또한 중년-노년 사이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지는 불안감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었다. 독신 가정, 이혼, 배우자의 병환, 부모의 부양, 신체적 노화, 경제적 문제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서 교차되는 것을 보며 작가의 구성능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음.

 

- 연극을 보면서 주인공에 감정이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이번에도 그랬음. 주인공이 친구들과 매년 찍어온 사진을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데, 형식적으로 친구들의 동의를 구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냥 통보 아니냐구 이거. 예술하는 사람들 특유의 자의식 과잉 정말 싫어하는데 이상하게 여기서 이와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짐. 엄밀히 이야기하면 자의식 '과잉'과는 분명 좀 다른 것이긴 한데, 뭐랄까... 오만과 독선이라고 해야하나...

 

-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극 마지막에서 노년의 죽음은 그냥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 길을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그걸로 며칠 안되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걸로 한달 새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감기에 걸렸다가 폐렴으로 악화되어 닷새만에 숨을 거두기도 하고. 이 중 하나만 극 중에서 등장하는 죽음이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본 죽음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어서 섬뜩했던 지점.

 

- 우미화 배우의 연기는 말해 뭐하나. 매번 믿고 보지만 매번 훌륭함. 이 극은 주인공이 가장 중도에서 극을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평이하고 심심한 역이 될 수 있는데, 배우의 연기가 탄탄하니 그런 걱정이 들지는 않더라. 그리고 강명주 배우! 이 극에서 처음 뵌 것 같은데, 너무 멋지심. 너무너무너무 멋지다... 언니... 멋져요...!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도 대단했고, 마지막으로 햄릿과 보이지 않는 손에서 보았던 류원준 배우! 지금까지 본 극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었던 터라 또 색달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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