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603] 국립극단 <보존과학자>

eunryeong 2023. 6. 11. 16:46

- 예술품을 보존한다는 것. 보존이란 무엇일까? 아니, 예술품이란 무엇일까? 예술품의 진정한 의미와 그 범위는 어떻게 규정하는 것일까? 작가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복원소식을 보고 들었던 몇 가지 생각을 확장시켜 하나의 극으로 만들어낸 이 작품은, 주제의식에는 아주 공감했지만 결말에 대해서는 약간 갸우뚱? 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 다다익선과 백남준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알고 있고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한번쯤 볼만 했지만,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과연 이 극을 보고 만족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작품.

 

- 극을 보는 내내 머릿속에 가장 크게 들었던 의문은,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저 사람들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라는 점. 리플렛에는 뭔가 이름이 적혀있긴 했는데, 대체 무엇을 표현하는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 극이 보존과학자의 시점과 한 가족의 시점, 이렇게 두 가지 시점이 교차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오늘날의 이야기를 담은 한 가족의 이야기는 거의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었다. 은퇴한 아버지가 테레비전만 계속 보는것도 이해가 안되고, 테레비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테레비가 되어버렸다는 발칙한 상상도 도저히 납득이 안되고, 이 집안의 세 자매? 남매? 형제? 암튼 이 사람들은 대체 왜 저렇게 살고 있는건지는 더더욱 이해가 안되고.

 

- 그리고 가장 이해가 어려웠던 건, 일반적인 가정집에 있던 텔레비전이 백남준 작가의 작품 중 하나가 되는 것이, 그래서 왜? 뭐가? 어디가 문제인거지? 라는 생각. 이미 단종된지 오래된 모델을 이용한 미술작품을 수리하기 위해 어디 창고에 남아있는 잊혀진 새 제품이 떡하니 나타날 리 없고, 그렇다면 완전히 고장난 것들을 대체하기 위한 제품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집에서 사용되던 중고 제품일텐데. 처음 시작이 어디이건 상관없이, 작품의 일부분이 된 시점에서 이건 온전히 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극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야기 축이 '일반 가정집에 있던 텔레비전이 백남준 작가의 작품이 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어떤 특이점도 느끼지 못하다보니 극이 좀 붕 뜬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렇지만 아주 먼 미래에 유일하게 남은 인류인 보존과학자가 과거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미술작품들을 복원하고 전시를 열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은 좋았다. 약간 동화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디스토피아에서 유일한 희망으로 남은 예술작품이라니, 아름답긴 하니까.

 

- 몇몇 극에서 보았던 배우들이 나와서 굉장히 반가웠음! 특히 빛나는 버러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장인성 배우가 이번 연극에서도 아주 인상적이었어서 망태기에 담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후 꽤 오랫동안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김서연 배우도 오랜만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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