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21207]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두번째 관람

eunryeong 2022. 12. 8. 00:56

    오늘은 지크슈 두번째 관람이라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배우들별 후기가 좀 더 많을듯. 물론 첫관람이랑 달랐던 점, 첫관람때 미처 못본 점 등은 간단히 적어둘 예정이다.(라고 해놓고 막상 적고보니 극 후기도 나름 기네...) 굉장히 덕후스러운 부분들도 많은 주관적인 후기이니 이해해주시길. 애초에 여기 적는 글들은 제가 보려고 적는 후기입니다. 죄송합니다.

 

- 극 시작하는 부분에서 앙상블들이 휙휙 공중제비 돌 때, 처음 봤을땐 2층에서 봐서 '아 날아다니는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채찍에 맞는 모습이더라. 채찍에 맞는 모습을 이렇게 호쾌하게 표현하다니 깜짝 놀랐다. 이번 시즌에 처음 봐서 그런데, 지난번에도 이랬나?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하나? 암튼 되게 놀랐음. 생각보다 당신들의 천국 부르기 전에 표현되는 서사가 꽤 많다는 걸 느낌.

 

- 롯데월드몰 5층에서 6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하얀색이랑 은색 종려나무 같은걸로 장식이 되어있는데, 얼마전에 시향 공연 보러 갔을때 '이거 추종자들이 흔드는 그 종려나무다!' 생각해서 사진 찍어왔었음. 오늘 가까이서 다시 보니 아무래도 맞는거 같다. 뭔가 이런거 발견하면 은근히 기분이 좋음 ㅋㅋㅋ

 

- 지저스 다시 보니 더 너무하다 정말. 유다한테 '원하는대로 하라'고 하고서는 눈빛으로 명령을 하는데... 유다가 뭐? 왜? 내가? 라는 눈빛을 줘도 계속 시킨건 지저스잖아요... 근데 마지막 만찬에서까지 굳이 원하는대로 하라고 해야하냐구... 물론 지저스도 (하나님)아버지의 뜻대로 하는거 뿐이지만 유다한테 너무 가혹한 운명이다ㅠ 생각해보니 저기 저 아버지라는 분이 제일 문제네. 왜 자기 혼자 원하는 일을 지저스랑 유다한테 '니가 원한거고 결정한거야'라고 강요하면서 하냐구... 신이라는게 참 잔인하다 저렇게 보면.

 

- 겟세마네 듣다가 갑자기 영어가 툭 튀어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다. 처음 봤을때도 겟아웃!에서 굉장히 신경쓰였는데 이날 겟세마네에서는 원래 한국어였던것 같은 부분까지 영어로 죄다 부르니 대사가 아니라 그냥 노래로만 느껴짐. 가요 들을때 한국말 사이사이에 들어간 영어같은. 근데 우리가 대화할 때는 저런 식으로 영어를 섞어쓰진 않잖아.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대사전달이 최우선인데 영어의 비중이 너무 높아. 음을 올리기 어려운 부분에서 발성때문에 영어를 유지하는건 이해할 수 있는데, 그다지 높지 않은 부분들도 영어로 부르고 음정이 따로 없는 대사도 영어로 치니 내가 지금 뭘 듣고있는건가 싶음. 뭐 하나님과 대화하는 이국적인 언어(방언과 같은) 그런 느낌으로 영어를 일부러 많이 넣은건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

 

- 헤롯왕 등장 후 망토(겉옷인가?)를 벗어서 한쪽으로 척 하고 주는데 병사가 눈치없이 망토 받으러 오지 않아서 헤롯이 계속 눈치주는 장면이 있다. 오늘도 헤롯이 에헴 하고 눈치주는데 관객들이 박수 쳐달라고 눈치주는줄 알고 박수를 막 쳤음 ㅋㅋㅋㅋ 나중에 병사가 옷 받으러 왔을때 '너 때문에 관객들한테 박수 받았잖아!'하고 호통 치고나서는 슬그머니 '고마워~' 하는게 너무 능청스러웠음!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ㅋㅋ 약간 이런 관객들의 헤픈 박수소리로 인한 에피소드들은 극의 원래 흐름에는 방해가 된다 해도 그날 공연 분위기는 더 밝아지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겟세마네 중간박수도 없으면 서운할 정도고 ㅋㅋㅋ 비창 3악장 박수도 그렇고. 킹키부츠 Hold me in your heart 끝나고 인사할 때 박수소리가 점점 더 커졌던 날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

 

- 유다데스에서 툭툭 나오는 대사들이 전체적으로 지저스 대사랑 비슷한게 많은거 같았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네. 몇번 더 보면 기억날라나. 

 

- 이 극에서 지저스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는건 빌라도 아녀...? 물론 빌라도가 지저스의 죽음에 소극적이긴 했다만 저렇게까지 안타까워하는건 너무 기독교적인 각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오히려 반기독교적인가. 사실 빌라도 입장에서는 지저스를 굳이 죽여봤자 나중에 아이콘화 될 뿐 이득이 그다지 없다는 것을 잘 알았을거다. 카이사르(=배신한 추종자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시저)가 딱 일찍 죽어서 오래 산 케이스니까. 이 나라에도 그런 케이스가 하나 있지만.

 

- 지난번에 마리아 역할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는데, 오늘 보면서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었음. 유다가 내 스타의 부족한 점을 절대 두고보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이상향에 맞춰주길 바라는 까빠 느낌이고, 사도나 다른 군중들은 스타의 팬서비스(=기적)나 인기(=유대의왕 추대)를 전제로 한 팬심이라면, 마리아는 있는 그대로의 지저스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존재로서 지저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는 사람으로 대비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리아가 없었으면 마지막이... 허전해... 지저스가 너무 외롭잖아... 

 

- 오늘 임태경 지저스가 한층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초반에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때 표정이 너무 지친 기색이었고, 성전에서 화낼때 정말 다혈질 그 자체... 인간적인 감정이 굉장히 많이 느껴지다가 겟세마네를 기점으로 탁 놓아버린...? 혹은 해탈한...?(이 용어를 지저스한테 써도 되는건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그런 느낌. 그렇게 힘들게 고통받고 숨을 헐떡이다가 죽은 사람이 커튼콜에서 신나가지고 통통거리면서 인사하러 나오는거 너무한거 아닙니까? 관객들 다 울려놓고 왜 본인은 상쾌한 표정이시죠? ㅋㅋㅋ

    아 지난번에 고음이 좀 아쉽다고 했었는데, 목 컨디션도 좋아진것 같고 노래도 부르기 편하게 어레인지해서 공연 보는동안 신경쓰이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겟세마네 노래를 익히 들으셨던 분들이라면 샤우팅 부분을 거의 낮게 어레인지해서 부르는게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수도 있을듯.

 

- 서은광 유다 표정이 너무 안쓰럽더라 후반부에는 등장할때마다 눈이 퉁퉁 부어있는 느낌이야ㅠ 노래야 워낙 잘하고 춤도 워낙 잘추고 연기도 항상 만족스럽게 봤지만 유다 연기는 왠지 본인의 기독교인으로써의 지저스 사랑이 묻어나는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애절하다. 지저스 배신하는 장면에서 덜덜 떨면서 겟세마네라고 답할때 너무 안쓰러운데 후반부 가면 갈수록 더 불쌍해지는게 짠하다 정말... 근데 본공 슈퍼스타에서 지저스 뒤에 두면 안되나요... 십자가 매달아야해서 안되나... 지저스한테 직접 따져묻는 유다가 보고싶은데... 아 그리고 서은광씨 너무 잘생겼다. 항상 잘생겼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적음.

 

- 김보경 마리아는 이번 공연으로 처음 봤는데 목소리가 정말 영롱하고 홀리하다. 김태한 빌라도는 높은 음을 탁 하고 찔러주는 부분이 지현준 빌라도와 굉장히 다른데, 덕분에 더 풍성하게 공연을 볼 수 있을것 같다. 전재현 헤롯은 볼때마다 돈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하는 생각부터 든다... 너무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서 더 아이러니함 ㅋㅋㅋ 이한밀 가야바는 목소리가 굉장히 풍성하게 확 퍼지는데 낮은음이 조금 아쉬운 느낌. 김민철 안나스는 고음을 카랑카랑하게 때리는 거 굉장히 시원했다. 락음악 부르시면 잘하실거 같은데... 

 

- 오늘 앞자리에 앉아서 갓앙상블들 나올때 전예나앙 열심히 찾아봄 ㅋㅋ 아 예나앙 너무너무 귀엽다. 추종자들로 나올때 지저스가 한마디 할때마다 고개 갸우뚱 거리고 뒷목 긁어대며 '뭐래?'하는 표정 짓더니 지저스 체포된 다음에는 제일 얄미워 정말 ㅋㅋㅋ 헤롯왕이랑 같이 무대하고 들어갈 때 지저스한테 에어펀치 날리는거 너무 냥이같고... 귀엽다... 슈퍼스타 앵콜할때 말해줘! 말해줘! 하는 부분에서 신나서 뛰는거도 ㅋㅋㅋㅋㅋ 아 헤롯왕 무대에서 시카고 짬바가 느껴져서 괜히 그립고 그랬다. 다음번 시카고에서도 꼭 예나앙 돌아와서 금목걸이 걸고 호쾌하게 발차기 날려줬으면.

 

- 이건 완전 다른 얘긴데, 옛날에 유다역으로 내귀에 도청장치의 이혁씨가 나왔대서 영상이 있나 찾아봤더니 있었다! 꽤 길게!! 근데 슈퍼스타에서 ㅋㅋㅋ 클럽공연에서 자주 봤던 그 손놀림 어깨놀림이 보여서 빵 터짐 ㅋㅋㅋㅋ 슈퍼스타 곡 자체가 가수활동 할때의 짬바가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곡인가? 

 

 

 

[221115]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후기

굉장히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뮤지컬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내가 공연을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게 2015년이었고, 이때도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랑 클래식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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