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21209] 연극 '스카팽'

eunryeong 2022. 12. 10. 23:35

- 이번 연말에 단 하나의 극을 추천해야 한다면 아마도 이 극을 고를것 같다. 몰리에르 작품인데다 연출도 훌륭하고, 국립극단이니까 연기력이야 말할것도 없고, 연말 핫플레이스인 명동 한복판에 있는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는데 최대 6만원, 저렴하게는 3만원(문화릴레이 할인받으면 2만4천원이다!!)에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깔깔대며 웃을 수 있다. 연말에 열리는 다양한 공연들 중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가장 좋아하는 극은 갈리겠지만, 딱히 연극이나 뮤지컬에 흥미가 없고 연말이니까 한번 볼까? 하는 분들이라면 이 극이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 몰리에르의 연극을 보는건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경험해 본 적이 없는건 아니다. 대학교때 나름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에서 신입생 연말 행사로 매년 연극을 했는데, 내가 참여했던 해에 올렸던 연극이 몰리에르의 작품이었다. 제목은 사실 기억이 안나고, 내가 맡았던 역할이 당시 연극의 여러 역할들 중 가장 단역이었던 티보라는 것만 기억난다.(이 역을 맡은 이유가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아서 패스) 나름 예습이라면 예습이겠지?

 

- 극 시작할 때 몰리에르가 등장해서 극을 이끌어가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는데, 각색된 부분인 것 같지만 원작에서의 이야기 흐름도 궁금했다. 설마 몰리에르가 진짜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너무 현대적인 구성인데.

 

- 커튼콜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파 유랑극단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분장과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법한, 한국인의 혈관에 흐르는 멜로디를 뽑아내어 주제가로 만들고 극 내내 부르는데 이게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심지어 결말의 막장드라마급 반전마저도 낯설지 않아. 이게 17세기 중반 프랑스인지 20세기 초의 한반도인지 21세기의 대한민국인지 모를 지경.

 

- 2019년에 처음 올라온 공연인데, 올해 나온 여러 이슈들이 극에 녹여져 있는걸 보니 전체적인 연출의 틀은 같고 올릴때마다 시점에 맞게 몇가지 내용들을 수정하는 것 같았다. 국립극단 온라인 공연장에도 스카팽이 올라와있는데 요거 몇년도 버전일지 궁금하네.

 

- 무대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고싶다. 공연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무대에 설치된 구조물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 몇번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올라갈때마다 구조물이 좌우로 흔들리는게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조금 더 튼튼하게 구조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동이 필요한 구조물도 아닌데 너무 부실한거 아닌가 싶어서 공연을 보다가도 집중이 자꾸 깨진다.

 

- 양쪽 사이드에 있는 화면으로 자막이 함께 송출되었는데, 자막 스타일이 배리어프리 자막의 문법이었다. 단순히 대사와 해당 대사를 하는 등장인물만 포함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리들과 노래에 대한 설명까지도 같이 반영하는. 국립극단에서 공연을 꽤 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인것 같은데, 아마 온라인 공연으로 이미 올라온지라 어느정도 미리 만들어진 자막이 있어서 가능했던듯 싶었다. 더 찾아보니 아예 음성해설과 수어통역이 제공된 배리어프리 우선회차도 있었다고. 이런게 '국립'극단의 존재가치 중 하나 아닐까! 앞으로 더 많은 공연들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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