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21029] 다크필드 3부작 '고스트쉽', '코마', '플라이트'

eunryeong 2022. 11. 1. 19:29

※ 이 게시물은 다크필드 3부작 공연에 대한 다량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해주시고, 가급적 공연 관람 이후 해당 게시물을 확인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번 글은 사진부터.

사진 촬영은 자유롭게 가능하다고 하지만, 입장과 퇴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보니 공연장 내부는 거의 찍기가 힘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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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생각없이 LG아트센터 패키지로 3개를 같이 질렀는데, 이거 각 공연이 3만원이 넘는구나. 비싸다... 와... 패키지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 예전에 다크필드 시리즈 중 플라이트 공연에 대한 소식을 듣고 꼭 한번 보고싶었는데, 아쉽게도 전석 매진이라서 그때는 관람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공연은 꼭 관람해야지 생각을 했고, 이왕 보는거 3부작을 한번에 다 보고 와야겠다 결심함. 사전정보 거의 없이 무작정 예매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볼만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20분, 30분 가량 하는 시간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을 것 같고, 생각보다 어디서도 겪어보지 못한-의 느낌은 아니었다.

 

- 공연 관람시, 헤드셋을 낀 상태로 아주 깜깜한 방에서 청각과 촉각에 의지해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데, 약간 '어둠속의 대화'와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듯. 그러나 '어둠속의 대화'는 암흑 속에서 다른 감각기관 만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면 다크필드 3부작은 반대로 시각적 정보를 제한하여 실재하지 않는 허구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반대의 성격에 가깝다고 생각함. 

 

- 처음 관람한 공연은 고스트쉽. 심령 강령회의 느낌?이 드는 기다란 테이블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앉고,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린 상태에서 극이 시작된다. 헤드셋을 통해 진행자가 여기 저기를 왔다갔다하고, 누군가가 대답하고, 테이블이 움직이고, 진행자가 내 귀에 속삭이고(이 부분에서 아주아주아주 간지러워서 소름이 돋음) 등등의 상황이 펼쳐짐. 개인적으로는 3부작 중 가장 인상에서 희미한... 그런 극.

 

- 두번째는 코마. 컨셉에 맞게 침대에 누워서 극을 체험하는데, 3층 침대라 윗층으로 가게 되면 왔다갔다하기 좀 힘들듯. 이 극은 아주 강한 후각적인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너무 독한 향이라 굉장히 괴로웠음. 약 30분가량 진행되는 이 극은 초반에는 뭐지? 무슨 얘기지? 싶은데 극 마지막 후반부가 아주 강렬했다. 아무래도 일정시간 이상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다는 것 자체가 극의 몰입에 중요한 요소인듯 했고, 별 의미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반복하다가 급작스럽게 이야기의 전개가 변하는 부분이 이게 실제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음에도 충분히 공포감을 느낄만 한 요소였음. 아, 초반에 알약 하나씩을 먹으라고 하는데 진짜 백묵을 뭉쳐놓은듯한 텁텁한 약이라 이거 먹어도 되는거 맞나...?하고 약간의 의문을 가졌었음. 그걸 노리고 그런 질감의 약으로 만든 거겠지?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경험해볼만한 극이라고 생각함.

 

- 마지막으로 플라이트를 관람했는데, 좌석 배정을 무작위로 하게 되어서 나는 아쉽게도 창가 좌석으로 앉게 되었다. 이 극은 비행기를 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극인데, 좌석 착석했을 때 비행기 내부 시설부터 안내방송까지 굉장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아주아주 라이트한 항덕으로써 더 즐겁게 관람함. 중간에 고양이가 종종 언급되는데, 후기들을 읽어보니 슈뢰딩거의 고양이 모티브라는듯? 안전한 좌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까 창가 좌석에 앉게되어 아쉽다고 이야기했는데, 중간에 희미하게 불빛이 밝아질 때 통로쪽으로 평행세계의 내 모습(이라는 컨셉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창가에 앉아서는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반적인 완성도는 플라이트가 가장 높았다고 생각한다.

 

- 각 극에 대한 평은 간단하게 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완성도는 플라이트, 임팩트는 코마. 하나만 추천하자면 나는 코마를 고르고 싶은데, 이머시브 극의 가장 큰 미덕인 몰입감에서는 코마가 가장 우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별 취향에 따라 달라질만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