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2121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올해의 작가상 10년의 기록, 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eunryeong 2022. 12. 13. 17:46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람후기를 나누어 적을까 한번에 적을까 고민했는데 나누어 적을만한 양은 아닐것 같아서 그냥 한번에 다 적어버리기로 함. 참고로 최우람 작가 전시와 이중섭 특별전은 지난번에 이미 봤었기 때문에 이 날은 다른 세 개의 전시만 보고 왔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관람한 전시들은 현대미술관에서 그동안 보아왔던 전시들 중 아쉬운 점이 많았던 편이지만, 다음에는 더 멋진 전시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본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

 

- 가장 동시대와 맞닿아있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감도 많이 했던 전시였다. 요 전시장에서 본 것들은 대체로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역시나 만족스러운 전시. 로스트에어와 크립톤이라는 두 개의 작가집단이 준비한 프로젝트가 소개되었다.

 

- 크립톤에서 보여준 가상의 관광지 개념은 여러가지 생각으로 분화되었는데, 첫번째, 가상의 관광지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몇 가지의 물질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관광의 요소를 구성하지 않을까? 두번째, 가상의 관광지를 안내해주는 목소리의 서양어권 억양은 한국어가 사라진(혹은 영향력을 잃은) 미래 시점에 재구성된 한국어 목소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세번째, 오늘 이 시점에 향유할 수 있는 관광의 경험을 10년, 20년이 지난 후 영위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환경파괴와 이로 인한 '여행' 개념의 비물질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재미있게 다가왔고, 브로슈어에 담긴 시간성과 장소성이 옅어진 풍경이라는 설명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 로스트 에어의 프로젝트는 언더그라운드 공연문화를 좋아하는 내게 재밌게 다가오긴 했지만,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파티공간의 지정학적 의미를 탐구하여, 예술과 기술의 흥미로운 교차점을 찾고 하위문화 공동체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그들의 의도대로 잘 진행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 그래서, 예술과 기술의 흥미로운 교차점이 무엇으로 발현되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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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 10년의 기록

 

- 10년동안 이어진 상의 기록을 한번쯤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의 전시이려나? 근데 10년의 기록이라는 이름치고는 많이 아쉽다. 내가 못보고 온 것이 있는건가? 10년동안의 후보작과 수상작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던 것 같은데. 비어있는 벽면도 많았는데, 국현에서 자주 보여주는 시간 축으로 위 아래 나눠서 주욱 보여주는거 그거 이번에는 왜 안했을까. 

 

- 첫번째 방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이미지 콜라주와 10년간의 기록이 번갈아가며 상영되는 넓은 공간. 개인적으로 영상 아카이브 너무 힘들어서 잘 안보는데... 티비도 안보고 유튜브도 거의 안보는 인생을 살고 있는 저한테 너무 가혹한 전시였음. 한 눈에 빠르게 훑고 읽고 싶은데요...

 

- 두번째 전시실은 여러개의 모니터를 통해 영상 아카이브를 개별로! 볼 수 있도록! 만든 공간!!! 게다가 바닥에 놓인 큰 티비 두개 말고는 다 서서 봐야한다!!! 아니 당신들 진짜 너무한거 아니오... 백현진씨 영상 하나만 잠시 봤는데 뭐랄까 친구들이 봤다면 '야 이사람 너랑 똑같이 말한다'라고 할 정도로 뭔가 비슷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그 당시 이해하지 못했던 백현진씨의 작품을 지금 본다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 세번째 장소는 워크샵을 위한 기다란 탁자와 낮은 의자, 그리고 몇 권의 프로그램북. 이 공간을 이렇게 쓸거였다면 옆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니터들을 조금 더 넓게 배치하고 의자를 갖다놓을 순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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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여기, 일어서는 땅

 

-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아주 강렬하게 코 끝을 찌르는 흙냄새. 지푸라기와 흙을 짓이겨 발라놓은 거대한 얼굴이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머리밖에 없음에도 이상하게 생동감이 느껴지는, 그래서 바라보다보면 오싹하기도 한 얼굴. 왼쪽으로 돌아가면 목구멍을 통해 머릿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텅 빈 머릿속에 호흡하는듯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또한 기분이 이상해진다.

 

- 지하층에는 아주 커다란 흙벽이 서 있다. 선사시대의 그림을 보는 것 마냥 투박하고 생명력이 느껴지는 굵은 선. 다양한 흙의 색을 가져와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로 삼은 것 또한 '흙'이라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서로 땅의 색이 다른 여러 지역의 민중들이 어울려 한 자리에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약간 들었고. 좁게는 지역감정일테고, 넓게는 국경간, 인종간 장벽이겠지.

 

- 예술가들의 노트를 훔쳐(?)보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기회만 된다면 손으로 직접 넘겨가며 한줄 한줄 읽어보고싶은데...!!!!!!!!

 

- 이 글 쓰면서 생각났는데, 나 7전시실 안갔네 안갔어... 멍청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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