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 후기 - 장면별 정리 (1막)

eunryeong 2023. 3. 16. 00:37

    지독하리만큼 박제가 없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시즌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 겸, 각 장면별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과 사족이 아주 가득가득 담긴 정리이기에 주의해주시길. 참고로, '츄종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하였으니 극 속에서 지저스를 따르는 '추종자'와는 구별하여 적은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1막에서 일단 잘랐습니다. 2막 후기는 언제 적지... 언젠간 적겠죠... 언젠간 적겠습니다...ㅠ

 

1막

# Overture

    시몬과 열성당원들의 지하활동으로 시작. 병사가 보초를 서면서 후레쉬로 여기 저기를 비추는 데, 이때 객석까지 닿는 라이트는 마치 관객들도 추종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눈이 많이 부시다 ㅎㅎㅎ) 병사가 지저스의 상징인 면류관이 그려진 포스터를 발견하고 잡아뜯어버리는데, 병사의 퇴장 후 시몬이 올라가 지저스 포스터를 다시 펼친다.

     그 후 본격적인 앙상블들의 향연. 누군가에게 쫓기는 양 무대를 가로지르며 달려가는 사람들, 병사의 채찍질에 고통받는 사람들, 두 손이 묶인 채 발버둥치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사제들(중 가야바)과 유다, 원망이 가득 어린 눈으로 양 손을 앞으로 내민 채 무언가를 간절하게 갈구하는 추종자들, 그리고 눈부신 하얀 후광에 둘러싸인 지저스의 등장과 그를 바라보는 유다.

 

# Heaven on their Minds

    지저스를 향한 유다의 경고. '인간의 몸을 벗어 던지고 신이 될 결정을 내렸어 '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과연 유다는 지저스가 진짜 신의 아들이라고 믿었을지, 혹은 인간이라고만 생각했을지가 궁금했다. 지저스는 극중에서 한번도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고 스스로 한 적이 없으며 사제들의 질문에도 '당신이 나를 그리 불렀다'라고만 하기에. 지저스가 실제로는 신의 아들이 아님에도 신이 될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한다면(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 쪽을 지지한다) 유다의 이 경고는 지저스의 그릇?이랄까, 그 이상을 짊어지려 하는 것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하는 생각.

    '지친 사람들 모두 헛된 천국 생각뿐'이라는 가사는 이 곡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이기도 한데, 유다가 바라보는 구원은 철저하게 현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몬과 유다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것 또한, 이 둘이 지저스에게 바라는 것이 현세의 구원과 해방이라는 점이 같기 때문일 터. 그리고 내세를 믿지 않는 나로써는 유다의 경고에 조금 더 공감이 간다. 

    그리고 마지막, '다시 생각해줘 제발' 다음에 간절하게 제발...을 한번 더 외쳤던 막공에서의 헤븐.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때 그 순간.


# What's the Buzz / Strange Thing Mystifying

    예수의 당시 인기를 보여주고, 예수에 대한 각기 다른 기대를 가진 사람들을 표현한 넘버. 근데 이 곡부터 번역을 손놓은 부분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What's the buzz! Tell me what's happening'을 그대로 읊는 불성실한 번역이라니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다. 블테 왜 그리 했나요...? 여러번 극을 보는 츄종자들만 믿고 기댈게 아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온전히 극을 전달하려면 최대한 친절하게 한국어 번역을 해야 할텐데, 안그래도 종교적인 용어와 에피소드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에 문장 전체를 영어로 가져온 부분들까지 더해졌는데... 이게 극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 쉽게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겁니까 정녕...? 

    암튼 추종자들은 환호를 보내며 지저스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고, 마리아는 편하게 쉬라며 지저스를 위로하고, 유다는 마리아같은 거리의 여인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지저스에게 빈정대고, 빡친 지저스가 누구도 내 뜻을 이해하는 사람 없다며 제자들과 추종자들을 꼽주는 대환장쇼. '없다, 아무도'라고 단호하게 외치는 지저스를 보면 유다가 삔또 상할 만 하다. 


# Everything's Alright

    마리아의 플렉스 장면. 이 장면 처음 봤을때 지저스한테 약간 실망...이라고 해야하나... 사이비 교주들이 신도들 돈 걷어서 호화로운 생활 영위하는 그런 장면이 떠올라서 당황스러웠던 장면이기도 함. 여러번 보다보니 정말 죽음을 코 앞에 둔 지저스가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원래 성경에서는 마리아가(거리의 여인이 아닌 다른 마리아) 향유를 지저스한테 실수로 쏟았는데 그거 지저스가 커버쳐준 것에 가까워서 지저스의 인격이 돋보이는 장면이더만. 지저스 오해해서 미안해요.

    그리고 지저스가 유다에게 자신을 배신하라는 암시를 주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함. 후회하게 될 선택을, 네가 원한다면, 하라고 이야기하는 지저스의 모습은 모순적이지만 그만큼 본인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할 터. 이러한 지저스의 내적 갈등은 겟세마네까지 계속 이어진다. 유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지점.

 

# This Jesus Must Die

    사제들의 첫 등장...은 아니지만 첫 노래. 바리새인 정치가사제들~로 시작하는 안나스의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목소리와, 뒤이어 나오는 가야바의 끝없이 파고들어가는 동굴저음의 간극. 츄종자들이 길거리에서 '예쑤~를 죽일 명분이 없어!'를 흥얼거리다가 흠칫 당황하게 만드는 마약같은 멜로디이기도 하다. 

    사제들은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이 곡을 부르는데, 뒤에 이어지는 지저스의 등장씬까지 계속 2층에서 지켜본다. 사실 오버추어에서도 가야바가 지저스를 지켜보고 있었고. 덕분에 사제들의 연기를 자세히 보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 Hosanna

    추종자들에게 들려 입장하는 지저스와 그를 반기며 종려나무가지를 흔드는 추종자들. 호산나 넘버에서 추종자들이 모여있을 때 마리아는 멀찍이서 추종자들과 거리를 두고 지저스를 바라본다. 때로는 추종자들이 가까이 오면 두려워하며 몸을 피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볼 수 있기도... 지저스가 예루살렘에 입성한 후 새로운 왕국에 대해 연설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사제들이 폭동 일어날 조짐이라며 우려하지만, 이 모습을 알아차린 건 유다 뿐. 걱정된 유다가 시몬에게 군중들을 말려보라고 이야기하지만(광유다버전) 좀 듣는척 하다가 군중들 사이에 들어가자마자 새까맣게 까먹어버리고 같이 어울려 찬양하거나(은총시몬버전), 오히려 유다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설득하거나 같이 들어오라고 손짓하거나 심지어 종려나무 가지를 나눠주려고 하거나(태호시몬버전) 등등.

    추종자들이 지저스에게 바라는 것 또한 점점 뒤틀려가는데, 마지막에 '우리 구원을 위해 죽나요'라고 거침없이 지저스에게 이야기하는 그들과 서서히 표정이 굳어지는 지저스를 보면 현대사회에서의 톱스타에 대한 군중들의 애정과 광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긴 그래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인 거지만. 그 와중에 끝까지 추종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무대 한 켠에서 지저스만을 바라보는 마리아는 찐팬 그 자체.

 

# Simon Zealotes

    지저스의 뒷목잡기 그 시작. 시몬이 지저스의 손을 잡고 키스를 한 후, 열성당원들을 이끌고 비밀결사조직같은 움직임을 보여준 후(뭔가 빠르고 거세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글이글한 눈으로 지저스한테 뭘 기다리냐며 당신 힘을 보여 줄 시간이라고 노래하는 우리 몬쪽이. 지저스 표정이 굳어지건 말건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를 뿐, '포에버 앤에버 포에버 에이맨-!'을 힘차게 외친다. 심지어 곡 중간에 유다가 뒷편에서 잠시 등장하는데, 유다랑 지저스간에 몇번 이야기가 왔다갔다 하지만 유다도 또 말을 안듣기는 마찬가지. 주변에서 신나게 지저스 만세 지저스가 다 해주실거야를 외치는 동안 지저스 혼자 이마를 짚게 되는 아이러니한 넘버.

    지저스의 고뇌는 차치하고, 넘버만 본다면 지크슈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넘버 중 하나이다. 인트로에서 또르르 굴러가는듯한 영롱한 건반음이 마이너 코드로 전개되다가(한 4마디 정도? 엄청 짧게) 갑자기 메이저 코드로 확 바꿔서 풀밴드 사운드가 나오는데 오오... 이런 전조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시몬의 솔로파트가 들어간 거의 유일한 넘버이기도 한데 춤도 동작이 꽤 많고 음역대도 굉장히 넓어서 둘 다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몬 역할을 맡았다가 다음에 유다, 지저스를 맡는 배우들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은총시몬, 태호시몬이 다음 시즌에는 어떤 역으로 함께 할지도 궁금하고. 시몬 유경험자 마이클 리와 댄스 유경험자 서은광씨의 시몬 질럿도 보고싶어졌다. 언젠가... 볼 수 있을까...?

 

# Poor Jerusalem

    몬쪽이가 열심히 시몬 질럿 부르고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지저스를 바라보지만 '누구도 내 뜻 알지 못하는가 유다 시몬 너희 열 둘 모두'라며 대놓고 쪽을 당하는 장면. 다른 추종자들과 시몬이 삔또 상해서 나가버리는데 솔직히 삔또 상할만 함. 내가 그렇게 지저스를 열심히 따랐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그렇게 콕 찝어서 얘기하실 수 있어요... 지저스는 인간관계에 대한 공부를 좀 할 필요가 있어. 아 지저스는 인간이 아니라서 괜찮은가? 아니 근데 지크슈에서는 인간 맞지 않나? 암튼 뭐... 이 조차도 그분의 뜻이라면 뭐 따라야겠지만.

    추종자들, 시몬, 유다까지 모두들 무대에서 사라지고 지저스 홀로 남아 조용히 독백을 하는데, 이제 일주일 후면 죽어야 하는 그분이 정한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적인 지저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인간을 구원할 방법은 오직 내 죽음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모습. 

 

# Pilate's Dream

    무대 뒷편에서 빌라도가 등장, 자신이 꾼 이상한 꿈 이야기를 하며 지저스에게 다가간다. 빌라도의 예지몽은 당시에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개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상하게 찝찝한 구석이 있는 듯. 빌라도의 첫 등장씬이기도 한데 여기서는 약간은 혼란스럽지만 기본적으로는 담백, 담담하게 부르는 게 후반부에서의 광기에 어린 목소리와 대비되어서 좋음. 

 

# The Temple / Lepers

    성전정화장면. 장사치들로 가득한 성전 앞에서 짭저스가 기적을 행하는 쇼를 펼치는 모습이 화룡점정. 헌데 이 부분을 보면서, '기적을 베풀어요 크라이스트!'라는 추종자들의 외침 중 일부는 짭저스의 기적을 보고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하는 아주 망령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오늘날 이 땅에 임한 수많은 재림예수들도 생각나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헌금을 과하게 밝히는 일부 교회들 또한 성전 앞의 장사치들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이들을 보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지저스가 이 불경한 무리들을 다 쫓아내버리는데 한국에서 K-유교패치를 받은 우리 지저스는 채찍이나 몽둥이 없이 맨 손으로 이들을 내쫓는다. 아주 착하고 얌전한 지저스가 아닐 수 없다. 이 후에는 나병환자들이 몰려들어 지저스에게 우리를 치료해달라며 애원하는데, 몰려드는 그들을 감당하지 못하며 떨다가 그만!을 외치고 주저앉는 지저스를 마리아가 뒤에서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 Everything's Alright (reprise)

    마리아가 지저스에게 편히 쉬라고 한마디 건네는 장면.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지저스가 굉장히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너무 인간적이라 메시아...? 인간의 구원을 짊어질 사람...? 이라는 의문이 든다. 솔직히 내가 너무 삐딱한 것 같다는 점은 인정한다.

 

#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의 유일한 솔로 넘버. 마리아의 지저스를 향한 사랑에 대해 에로스적 사랑인지, 아가페적 사랑인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거리의 여인인 자신을 유일하게 제대로 된 인격체로 바라봐 준 지저스라는 사람을 향한 존경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공통적이지 않을까.

    이 장면에서 세 명의 마리아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소녀처럼 수줍게 지저스를 바라보다가 지저스가 깨어나니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기둥 뒤에 숨어버리는 김보경 마리아, 지저스가 머리에 스카프를 넓게 둘러주는 제이민 마리아, 지저스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경배하는 장은아 마리아를 비교해보며 극을 이해하는 것 또한 재밌는 부분이었다. 장은아 마리아가 입술에 발린 립스틱을 손등으로 지워버리는 마지막 부분 또한 그녀의 지저스를 향한 깊은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디테일.

 

# Damned for All Time/Blood Money

    본격적으로 유다가 노래를 시작하기 전, 지저스가 홀로 있는 곳에 유다가 가서 지저스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빠르게 휘몰아치는 오케가 치고 들어오는데, 여기에서 지저스와 유다 사이의 관계에 따라 해석이 아주 크게 달라지는 부분. 광유다로 보았을 때에는 거의 모든 회차에서 지저스가 유다를 안아주고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그러는데, 마치 유다의 미래를 알면서도 험한 일 하는구나 하며 격려해주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 원래의 버전에서는 유다가 지저스를 설득해보지만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것 같아서 지저스를 잡아 가둔다는 스토리인듯 한데 한국판에서는 아무리 봐도 그런 해석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유다였으면 좀 달랐을라나.

    BPM 130이 족히 넘을듯한 정신없는 박자와 멜로디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 유다. 잘 들어보면 멜로디에서 음이 찍히는 부분들도 굉장히 제멋대로인데, 높은 음과 낮은 음을 짧은 마디 사이에서 번갈아가며 왔다갔다 하는 것을 들으며 유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가사도 그러한데, '내가 왜 당신 도와줘야 하는지'라거나 '난 그의 선택 막을거야 끝까지'를 들으면 밀고를 포기할 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가야바한테 '한마디만 해줘 이게 맞다고'라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무리 가사를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파트라 그냥 그러려니. 유다가 정신이 나갔구나 하며 그러려니.

    그리고 마침내, 은화주머니를 잡아쥐며 배신을 완성. 이때 뒤에서 지저스가 유다를 바라보는 구도가 나오는데, 오페라글라스 같은걸 쓰지 않다보니 지저스 표정은 안보이더라. 어떤 표정이었을지 꽤 궁금하지만 만약 슬퍼하는듯한 표정이었다면 지저스한테 아니 당신이 먼저...!라며 억울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1막이 끝나는데, 무대 조명이 서서히 좁혀지다가 유다가 앉은 자리까지 조여들어오고, 바깥은 피가 스며나오는듯한 붉은 색이 번져나간다. 유다데스의 조명 연출과 이어지면서 그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한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