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506]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eunryeong 2023. 5. 26. 07:22

    올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전 전시가 아닐까 싶었던 에드워드 호퍼전. 개인적으로 서울 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는 대체로 만족했던 기억이 나고, 호퍼라는 작가도 나름 관심있는 편이기에(솔직히 많은 사람들의 호평처럼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만...) 얼리버드 소식이 뜨자마자 바로 예매하고 기다렸다. 그럼에도 후기가 이렇게 늦어진 데에는, 그동안 여러가지 일들로 너무 바빴던 것도 있고 뭐라고 적어야할지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 

    휘트니미술관과 협업하여 진행한 전시라고 하는데, 작년 여름에 휘트니미술관 갔을때 호퍼전을 본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들면서... 딱히 기억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는 기억도 살포시 떠오르면서...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2층, 3층, 1층 순서대로 관람하는데 전시장 초입에 드로잉 작품이 굉장히 많아서 어라...? 했던 우려가 역시나. 전시홍보에서 작품수를 강조하는 경우 많은 케이스가 드로잉 작품들로 수량을 채우곤 했는데 이번 전시도 그런 감이 없지 않았다. 대표작이라고 할법한 유명한 작품이 많지 않아서 더 그랬겠지 아마?

    그럼에도 호퍼의 다른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에도 또 그렇게 아쉽지만은 않았다. 호퍼의 전시라는 거창한 이름을 떼고, 그냥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회로서는 나름 괜찮았다는 생각. 그 중 기억에 남는 작품들만(솔직히 이거도 검색해서 어떤 작푼이 있었는지 다시 찾아보고 적는거지만) 짧게 적어본다.

 

- 계단. 일상적이고 아무 특별한 시간도, 사건도, 인물도 없는 광경을 본인의 시각으로 툭 잘라 캔버스 위에 옮겨놓는 것. 현대에는 이런 시각의 작품들을 꽤나 여러번 접했지만, 역시 1949년에 이런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게 중요한 것이겠지.

- 그랑오귀스탱 강둑. 이거 너무 초기 인상주의스러워서 한번 웃었고, 호퍼라는 작가의 화풍이 정립되기 전 불완전한(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다만)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또 한번 웃었음.

- 비스트로 또는 와인 가게. 작품의 표제인 와인 가게도, 그 곳에서 와인을 한잔씩 음미하는 사람들도 캔버스의 외진 곳에 배치해두고 넓은 중앙면을 텅 비워둔 기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색감의 작품들 좋아함. 아마 이 전시에서 한 작품을 살 수 있다고 했다면 아마 이 작품을 고르지 않았을까.

- 황혼의 집, 밤의 창문. 이 두 작품 모두 구도가 이전 시대의 그림들과는 완연히 다르다. 약간은 노조키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 오전 7시. 이상하게 이 작품의 이름이 머릿속에 박혔는데 막상 그림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하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왜지...? 뭐가 좋았던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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