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21124] 금호아트홀 - 엘리소 비르살라제 Piano

eunryeong 2022. 11. 29. 23:58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공연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21년에 금호아트홀 공연으로 처음 예매했었지만 연주자의 건강 문제로 취소되고, 올해 뒤늦게 공연 티켓 오픈 소식을 보았지만 이미 매진이라 표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한동안 매일같이 들어가보다가 겨우 자리 하나를 찾아서 저 끝 자리지만 겨우 예매했다. 아마 올해 보는 공연들 중 가장 힘들게 예매한 공연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래도 입장권이라고 생겨서 어딘가 싶고. 작년 12월에 예매한 후 거의 1년을 기다려 드디어 보게 된 그녀의 공연.

    고백하자면, 이 공연을 예매했을 때에도, 그리고 공연을 볼 때 까지도 이 연주자에 대해서 그다지 많은 정보가 있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좋겠거니'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공연을 들어왔는데, 올해 보았던 클래식 공연 중에서 압도적으로 좋았던, 감동까지도 받았던 하루였다. 공연 프로그램 중 잘 아는 곡이 많지 않았음에도 하나하나 연주가 인상깊었다. 특히 모차르트의 곡들이 경쾌함은 살짝 덜어낸 대신 단단하고 옹골찬 밀도높은 연주를 통해 아름다운 화음이 더 잘 살아나는 것 같았다. 특히 9개의 변주곡과 환상곡이 기억에 남았음. 쇼팽은 발라드 2번과 3번이 연주되었는데, 발라드 1번만 주구장창 듣던 내게 조금 낯설었지만(좀 더 미리 챙겨듣고 올걸...) 역시 멋진 연주였다. 개인적으로 쇼팽이라고 해서 심하게 루바토 쓰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규칙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것 같으면서도 멋대로 흘러가지 않는 중심이 잘 잡힌 연주라는 이미지였다.

    요즘 점차 피아노 독주 공연에 약간 흥미가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자유도가 높은 현악에 비해 정해진 위치를 건반으로 때려야 하는 건반악기 연주에 대한 매력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멋진 피아노 독주를 들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보러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년 금호아트홀 공연은 몇몇 피아노 거장들 이외에는 현악기 연주 위주로 예매하긴 했지만 ㅎㅎ 앞으로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연주를 볼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찾아가야겠다 마음먹게 된 공연.

 

[ Program ]

- Mozart Fantasy in C Minor, K. 396

- Mozart 9 Variations on "Lison dormait" in C Major, K. 264

- Mozart Rondo No. 3 in A Minor, K. 511

- Chopin Waltz in A Minor, B. 150, Op. Posth

- Chopin Ballade No. 2 in F Major, Op. 38 

- Mozart Fantasy in C Minor, K. 475

- Mozart Piano Sonata No. 14 in C Minor, K. 457

- Chopin Nocturne No. 7 in C-Sharp Minor, Op. 27, No. 1

- Chopin Nocturne No. 8 in D-Flat Minor, Op. 27, No. 2

- Chopin Ballade No. 3 in A-Flat Major, Op.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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