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211]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수원 공연

eunryeong 2023. 2. 13. 22:19

- 거의 한달여만에 다시 보게 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지방 공연은 거리도 거리이지만 오케스트라가 같이 가지 않기 때문에 웬만하면 보러 가지 않는 편인데 이건 지크슈니까 특별히 예외로 했다. 그래도 그나마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경기권만 일단 예매해두었는데, 또 모르지 어떻게 될지. 암튼 가족들과 같이 간 대구공연들을 제외하고는 첫 지방공연 관람이자 첫 경기아트센터 방문.

- 지방 공연장들이 대체로 오케피트가 넓어서 무대가 객석과 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실히 그런 편인듯 했다. 그렇지만 너무 가까이서 보는것보다는 조금 멀찍이서 보는게 나아서 크게 상관없었다. 오히려 경기아트센터는 1층 객석이 5개 블럭이라, B구역이나 D구역 안쪽 통로석에 앉으면 애매한 중블보다 시야가 더 좋을듯.

- 가장 걱정이었던 음향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물론 마이크가 좀 튀고 음향이 좀 울리고 등등은 있었지만... 우려했던 것보다는 낫네 이 정도? 그리고 MR이라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는데, 본공에서 오케 박자때문에 뭔가 어수선하고 집중이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부분은 없었다. 특히 유다데스 장면에서 초반에 여유있게 호흡을 가져가다가 후반부 가면서 조금씩 죄어가고, 등반 직전에는 거의 숨을 헐떡일듯이 몰아치는 오케 템포조절이 완벽했다. 물론 성수음감님의 지휘를 보지 못하는 건 많이 아쉽다. 흑흑.

- 지난 서울막공에서 처음 보여준 미친 디테일들을 수원 공연에서 다시 보여준 태경지저스와 은광유다 조합 사랑합니다. 헤븐에서 제발...을 다시 한번 읊조린것도, 겟세마네에서 당신의 아들-!을 부르짖던 것도, 지저스가 매달린 십자가 앞에서 가만히 묵념을 하던 것도. 모두 좋았어요. 원래 저는 딱 필요한 만큼의 연기를 좋아하고 과한 보여주기식 연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와 스토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닉 바텀씨의 관점같군요...) 덕지덕지 붙은 디테일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이 디테일들은 딱 필요한 곳에서 극의 해석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좋은 예시라고 생각함.

- 제이민 마리아는 서울에서 딱 한번 보고 더 못볼줄 알았는데, 지난번 공연을 보고 나서 안돼 이걸 한번만 보고 보낼 수 없어!! 라는 마음에 수원까지 왔다. 처음 봤을때보다 좀 더 강단있고 똑부러진, 지저스의 애제자로서의 면모가 더 눈에 들어왔는데, 특히 호산나에서 지저스에게 '우리 구원 위해 죽나요'라는 섬뜩한 말까지 내뱉어버리는 추종자들의 부르짖음에 표정이 굳어버리는 모습이 명확히 보여서 좋았다. 유다가 마리아를 조롱하며 내던질 때도 '이놈의 자식이...'라며 표정으로 험한 말을 하는것 같은 성격 있는 마리아랄까 ㅋㅋㅋ

- 은총시몬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는데 역시 열혈청년이었다. 시몬 질럿 부를때 얼굴이 새빨개지던데 ㅋㅋㅋㅋ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른것 같은데 듣기에는 너무 편하고 안정적으로 들려서 감탄함. 그리고 은총시몬이 제자들이 여럿 있는 상황에서 혼자 연기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게 능숙하다 싶었다. 이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유다와의 베프 모드에다가, 라섶에서 유다와 지저스가 둘만의 세계에서 계속 싸우고 있을때 얼굴을 감싸쥐던 모습도 그렇고... 다음에도 좋은 극에서 보고싶구만. 렌트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라섶에서 지저스가 또띠아 나눠줄 때 유다한테 건넨 또띠아를 한참동안 잡고 놓아주질 않아서 유다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제서야 건네줬는데, 유다의 배신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유다에게 내 살을 내어주길 거부한 것 같이 느껴졌...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 공연을 보면서는 어라 장난치시는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이 극을 너무 많이 봤고 이 둘의 애틋함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관객들 다 울려놓고 커튼콜에서 자기들만 후련한 모습을 많이 봐와서 저 장면에서도 배우가 먼저 투영된건지 모르겠다만 암튼...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저 장면에서 장난을 칠 리는 없는데 말이지.

- 앞에서 음향이 아쉬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특히 유다랑 마리아 1막 넘버들에서 마이크 음량이 작고 소리가 좀 먹먹한 느낌이 났던게 아쉬웠다. 그치만 목욕탕 음향덕분에 다시 듣게 된 부분도 있는데, 유다가 사치스러운 향유를 부어버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의 저음 파트가 더 풍성하게 들려서 소름돋았음.

- 오랜만에 다시 만난 우리 갓상블들도 또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격한 안무를 소화하면서 완벽한 하모니로 공연을 채워나가는 우리 앙상블들이 없다면 이 극이 얼마나 비어보였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특히 목소리의 합이 이렇게까지 완벽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다음 시즌에 이 극이 돌아오더라도 이렇게 완벽한 앙상블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그러니 이번에 일단 열심히 많이 봐야지.

- 지방공연들은 커튼콜 촬영이 모두 가능한데, 다음번 공연은 2층에서 볼 예정이라 그냥 사진만 몇장 찍고 수퍼스타때 원없이 놀아볼 계획이다. 영상을 찍으면서 최대한 박수도 치고 소리도 지르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어. 어차피 고화질은 능력자들이 올려줄테니 미련을 버리고 신나게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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