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217]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

eunryeong 2023. 2. 25. 09:25

    머나먼 과천까지 발걸음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모던 데자인전이 너무 궁금해서 꼭! 보러 와야지 생각했던 전시. 전체적으로 예술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모아둔 전시가 아니라, 일상 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유형/무형 이미지들에 대한 아카이빙 전시에 가깝다. 2개 관을 넓직하게 이용한 대규모 전시이자, 공간이 아깝지 않은 훌륭한 기획.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현대 미술관의 아카이빙 전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1 - 모-던한 포스터. 서울 발레단의  포스터인데 디자인은 오늘날의 포스터와 견주어도 훌륭하다고 생각함. 3도 인쇄의 한계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빛을 발한 케이스 아닐까 싶음.

2 - 도미환송음악회 포스터. 지금과는 다른 한글 표기(췔로, 쏘프라노, 테노오르)가 신기하네요.

그리고 위의 두 포스터는 모두 1950년 제작입니다. 발레는 첫 공연 후, 음악회는 미처 공연도 해보지 못하고 전쟁을 맞이했겠죠.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 자료가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3 - 한국 전통화스러운 작품? 포스터? 아래쪽에 영어로 적힌걸 보면 해외용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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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한홍택, 선비와 말. 상당히 모던(?)한 드로잉이군요.

2 - 한홍택, 언덕. 단순한 형태와 역동적인 포즈, 동양화 전통이 느껴지는 표정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게 재밌습니다.

3 - 유한양행 네오톤 토닉 광고지. 아니 무슨 광고에 이렇게 정교한 삽화를...?

4 - 성냥갑 패키지 스크랩. 들튀하고싶은 아카이빙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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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닭표 뿌란듸, 위스키 광고. 예나 지금이나 술 광고에는 여성이 등장하는건가...? 이 작품의 섹션이 '소비의 주체, 소비의 대상, 여성' 이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주류의 주 소비층은 남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이 소비의 주체로서는 아니지 않을까요. 특히 브랜디, 위스키같은 주종과 한국전쟁 이전이라는 당시 시대상을 고려해본다면 말이죠.

2 - 화장품 광고를 위한 디자인. Lapimilon이 무슨 단어인가 구글링해봤는데 국현 과천관 모던데자인전 이미지만 뜨는걸 보면 아마도 화장품 브랜드명인것 같네요? 역시 예나 지금이나 브랜드 이름을 영어나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외국어로 적는게 고객층에게 먹히나 봅니다.

3 - 여성용 경구피임약 광고 디자인. 가장 아래쪽에 있는 '가족계획으로 통하는 현대적 지름길'이라는 문구를 보며 묘하게 씁쓸한건 왜일까요. 여성의 선택권이 아니라 국가의 인구계획 달성이 우선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당시 국가분위기가 연상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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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전시관 광경. 양 쪽으로 넓게 나있는 문을 통해 각각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고, 각 공간의 가장 북쪽 벽은 저렇게 복도로 살짝 튀어나와있다. 작은 공간들은 복도와 연결되고, 복도는 각 공간의 벽이 툭 튀어나와있어 선형적인 동선을 방해한다. 혹은 다채롭다고 읽을수도 있겠지. 천장, 복도를 구성하는 높은 벽, 전시관과 전시관을 구분하는 낮은 벽이 켜켜이 교차하는 게 재미있었고, 기능적으로 보자면 자잘한 소장품이 많은 전시를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 복잡하지 않게 하면서, 각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다른 공간들 혹은 복도와 이어지는 느낌을 주어 작은 공간에서도 답답하지 않게 하려고 한거 아닐까.

2 - 서울 소공동의 한 가판대. 보그, 바자르, 뉴요커 같은 (이름과 표지는 아주) 익숙한 잡지들이 보이는군요.

3 - 소공동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 

4 - 명동 사보이호텔 옆-이라는데 사진 구도가 매우 신기하네요. 1956년이면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건물 창문이 아직 복구되지 않아서 이런 모습인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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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광고 뉴스. 정말 모든 페이지에 광고만 실린 무가지판 인쇄물.

2 - 영화광고. 이 당시 외국어 표기를 보면 장음표기(-)가 중간중간 보이는데 언제부터 이런 표기가 사라졌는지 궁금.

3 - 각 영화관별 상영표. 이제 남아있는 극장은 없나...? 생각하며 찾아봤는데 대한극장이 아직 남아있네요. 눈물나게 반가웠습니다. 단성사가 어느새 문을 닫고 사적지 터 정보만 남아있는건 아쉬웠지만요.

4 - 이 광고책에서 가장 큰 지면을 차지하는 것이 조루증에 대한 광고라는 게...

5 - 여러분 코티-분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코티-비누! 벌꿀비누!

6 - 영국 해외항공이 호노루루, 샌프란시스코 항공편을 광고하는 재밌는 광경. 대체 어떻게...?라고 생각했다가, 홍콩이 영국령이었지 하는 사실을 깨닫고 끄덕끄덕하게 됨. 아마도 홍콩-서울-도쿄-미국 이런 루트 아니었을라나? 

7 - 김영태 기타 연구소. 지도에 보이는 화신과 단성사의 흔적.

8 -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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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한국의 오래된 로고 아카이빙 계정 좋아하는데, 이렇게 한 눈에 모아서 보니 신기하면서도 내가 어디에 있는거야-! 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로고들도 몇 있었고 전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로고들도 많았고.

2 - 로켓 건전지 로고는 아무리 봐도 너무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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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다양한 포스터들이 전시된 마지막 공간, 그리고 예쁜 전시 포스터들을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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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전시관 벽에 크게 붙여진 도표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도록을 사야지 하고 마음먹었는데, 왜 도록이 하드커버죠...? 분명히 전시관에는 소프트커버였는데 미술관 샵에는 하드커버만 보여서 물어봤더니 소프트커버는 가제본이고 판매용은 하드커버만 있다고 한다. 아... 하드커버 책은 웬만하면 안 사는데... 고민하다가 일단 과천에서 여기까지 도저히 하드커버 책을 들고 올 자신이 없어서 일단 보류. 서울관에서 나중에 생각나면 사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