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218] 최민 컬렉션: 다르게 보기

eunryeong 2023. 2. 26. 18:07

    시립미술관 방문하는 김에 겸사겸사 들러볼 목적이었던 전시였지만, 전시 제목을 보고 급격하게 흥미도가 높아졌다. Ways of Seeing은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의 원제인데, 이 컬렉션의 주인인 최민씨가 바로 이 책의 역자였다는 사실을 전시 설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 작가나 사조에 따른 기획전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수집가의 시선에서 모아진 컬렉션을 보는 것도 재밌다. 약간 친구네 집 놀러갔을 때 책장 구경하는 그런 기분?

 

 

- 이제 작가의 '여기'. 양 팔을 교차시켜 화면 위로 쭉 뻗는 모습이 시원시원한데, 마치 꽃이나 식물이 피어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고서야 뒷 배경이 공사장인것을 알아챘음.

 

 

- 김윤기 작가의 '호시탐탐'. 호랑이 늠름하면서도 너무 귀엽잖아...!!

 

 

- 이제 작가의 '마지막 날'. 우라사와 나오키 작품 어드메에 등장할법한 디스토피아적인 배경과 만화적 기법이 눈에 들어온다. 가늘게 표현되는 집중선들은 테이프를 붙여서 표현한 것이라고.

 

 

- 주재환 작가의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라는 작품인데, 잘 보면 계단 위에 서 있는 노란 형체는 오줌싸개 아이같다. 아이가 눈 오줌은 아래로 갈수록 다른 오줌줄기들과 합하여 더 굵어지고, 마지막에 가면 사람보다 오줌줄기가 더 굵어질 정도. 그치만 까만 배경과 노란 인체와 오줌줄기만 드러난지라, 언뜻 보면 이 형상이 무엇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고 의미를 알고나면 재밌는 발상에 한번 더 웃게 되는 작품. 뒤샹의 작품을 재해석했다고 하는데, 그런 배경 없이 이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 민정기 작가의 '묵안리'. 고지도스러운 표현방식 등등 여러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 눈에는 연분홍 배경에 짙은 바다색 땅 표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예쁘다.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작품. 왼편에 보이는 하트 모양은 의도한걸지 아닐지 궁금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