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218]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eunryeong 2023. 2. 26. 11:06

    키키 스미스 전시는 미리 챙겨둔 일정이기도 하고, 이날 오후에 있던 키키 스미스 북토크를 신청한 김에 조금 일찍 미술관에 와서 전시를 보면 되겠다 싶어서 이날 방문했다. 날은 좀 흐렸지만 전시를 보는 데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고, 주말이었지만 사람이 아주 북적이지는 않아서 나름 쾌적하게 전시를 보고 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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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층 첫번째 전시실 전경. 전시동선이 명확하게 제시된 것이 아니라 약간은 정처없이 여기 저기 다니게 되는데, 전시의 컨셉을 '배회'로 잡아서 일부러 동선을 흐리게 잡았다고 한다.

2 - 강물에 비친 빛을 담은 청사진들. 로산 프라하 종이에 상을 인화한 것이라고 한다(청사진도 인화라고 하나...?) 아마도 밤하늘의 별을 많이들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었던 작품.

3 - 머리카락을 잃은(혹은 머리카락을 없애버린) 메두사.

4, 5 - 네팔 종이에 펼쳐보이는 그녀의 작품들. 10년 후, 100년 후 이 작품이 어떻게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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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층 전시실을 한쪽 끝에서 바라본 모습. 오른쪽에 입구가 보임

2 - 붉은 토끼. 모두 붉지만 똑같이 붉지는 않은.

3 - 지구 프린트. 육지만이 아닌, 해류 혹은 기류의 흐름까지 나타낸 살아있는 지구로서의 프린트가 아닐까?

4 -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 진저의 데스 마스크

5 - 작가 스스로의 본을 떠 그린 작품.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인쇄한 작품이라고 한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종이들이 있군.

6, 7 - 작가가 만든 다양한 오브제들을 전시해놓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꼭 가져오고 싶었던) 것은 노른자! 북토크에서도 한 강연자 분이 이 노른자가 너무 귀여웠고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는걸 들었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귀엽다. 노른자 생각밖에 안듦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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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전시의 표제가 된 작품, 자유낙하. 접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책자형으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한번에 쫙 펼쳐서 감상할수도 있지만, 조금씩만 펴서 일부만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아마?

2 - 조금 기괴하게 보이는 머리카락 판화. 자신의 몸으로 종이 위에 표현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은 다 시도해본듯 하다.

3 - 콜라주 작품들도 몇 있었는데, '지렁이'라는 이 작품은 자신의 신체 사진을 잘라내어 작품 하단에 지렁이 같은 형상을 만들어낸게 재밌는 아이디로 보렸다. 다이아몬드 모양은 지렁이 굴, 꽃은 아마도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과 꽃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이 캔버스를 땅속 세계라고 본다면, 저 웅크린 사람의 형상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죽은 자일수도, 혹은 땅으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새로이 태어나는 태아같은 생명체일수도 있지 않을까?

4 - 폴라로이드 같은 사진 위에 낙서와 콜라주를 통해 표현한 작품. 개인적으로 이런 장난기 넘치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내가 돈만 많다면 이 작품은 사고 싶었음

5 - 작가가 직접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것들을 이리저리 배치한 작품인데, 저는 이 작품에 사용된 '아르슈 앙투카 종이'라는게 더 궁금합니다

6 - 힘차게 허공을 날아다니는 독수리. 어느 학교 박물관이 아주 좋아할법한 작품

7, 8 - 소재 및 기법 정보에 실크 샤르무즈라는 설명만 달랑 적힌 작품. 작품을 보면 몇개의 도판을 색을 바꿔가며 찍어낸것 같은 느낌인데, 판화기법 이런 이야기가 없어서 아예 직조할때부터 이렇게 나온건지 어떤건지 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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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늑대의 배를 가르고 나오는 '황홀', 수직적, 지배

2 - 사슴이 출산을 하는 모습의 '탄생', 수평적,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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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층 전시실 전경

2 - 푸른 소녀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마리아의 전통적인 제스처를 소녀에게 적용한 성모상이라고 하는군요.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것이 아니고, 내 어깨 아래에서 다시 땅을 내려다보는 성모상의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 성모상이 바라보는 대상은 인간이 아닌, 보다 낮은 것들이 아닐까요.

3~6 - 아름답고 어딘가 기괴한 타피스트리 작품들

7 - 구슬과 함께 있는 뒤집힌 몸. 이 작품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키키 스미스의 작품들과는 이질적인데, 아주 매끈하게 다듬어진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표면도 거칠고 이음새도 맞지 않는 상당히 엉성한 느낌의 작품이다.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반을 접어 엎드린 몸, 툭 건드리면 갈라질듯한 푸석푸석한 질감의 작품은 전시관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이 전시관에 있는 아주 섬세하게 조율된 아름다운 작품들과는 상당히 이질적이라 더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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