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317]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

eunryeong 2023. 3. 19. 10:50

    처음 전시 제목을 보고 '복선'이라는게 뭘까? 뭐지? 왜 II인거지? 등등의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04년에 동명의 전시를 진행한 바 있어서 타이틀 뒤에 II를 붙였고, 복선-은 모르겠다. 무엇이 복선이고, 어떻게 넘는다는건지. 전시 리플렛을 보다가 백남준 효과전에도 참여했다는 것을 보고 이 때 찍어준 사진들을 다시 찾아봤는데, 어느 작품인지 대강 알겠다 싶음. 개인적으로 취향인 작품들은 아니지만 본인만의 명확한 작품세계가 확고하구나 싶어 궁금했다.

 

 

    이 공간에 있는 작품들은 회화에서의 드로잉적인 성격의 작품인 듯 했다. 약간은 습작과도 같은? 아주 초보적인 도형 그림과 반복, 절단, 도트로 새로운 모양 만들기, 선의 두께 차이 실험 등. 이 전시실의 노란 벽면 자체도 작품이었는데 모서리 한 켠이 반듯하게 잘린 것이 '레몬 자르기'라고 한다. 마티스에게 헌정하고자 한 것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유리창에 색색의 도형들이 붙어있는 마술봉 작품을 보며 마티스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유리창을 통해 전시장 바깥과 닿아있는 국제 갤러리가 아니면 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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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공간은 그녀의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완성한 세계인 듯 했다. 유아적이라는 생각도 드는 채노 높은 원색 색상, 기하학적 도형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재조합한 형상들, 입체적으로 쌓아올려놓아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여러 작품들.

 

1 - 1전시관 안쪽 전시실 전경. 파란 벽면의 귀퉁이가 잘려나간 것은 하늘 자르기라는 작품이다. 역시 마티스에게 헌정된 작품.

2 - 땡글땡글한 얼굴과 별처럼 반짝이는 눈이 너무 귀엽다. 제목이 왜 홍당무인지는 모르겠지만.

3 - 기차의 바퀴가 굴러가는듯한 두 개의 동그라미, 그 둘을 이어주는 선 두 개. 현대 사회의 동력원을 나타내는 것일까?

4 - 이거 너무 귀여워! 말하는 쥐라는데, 말풍선과 쥐를 같은 평면에 놓지 않아서 비스듬히 보아야만 이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쥐 모양이 그려진 판넬은 시각을, 말풍선이 그려진 판넬은 청각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5 - 혜성 자체가 아닌, 밤하늘에서 혜성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부분을 별똥별이라는 제목으로 나타낸 게 재밌다. 이 판을 굳이 바닥에 떨어트려 놓은 것 또한 그렇고.

6 - 꽃병이라는데 꽃은 잘 모르겠다. 집에 있는 아크릴 연필꽂이가 생각난다.

7 - 나선이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곡선이 아닌, 직선의 형체를 쌓아서 나선을 표현한 것도 재밌었음. DNA 구조같다는 생각도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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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전시관에서는 전시관 하나를 통으로 사용한 봄이 오면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초기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냈을법한 계단무늬모양 얼굴의 무용수들과 형형색색의 꽃잎들, 그리고 서치라이트들. 아마 무용수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엘프같은 느낌? 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시관 둘레를 따라 빙 돌다보면 무용수의, 꽃잎의 각도 또한 달라져서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재밌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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