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408] 이우환 : Lee Ufan

eunryeong 2023. 4. 9. 13:07

    이우환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한국에서 작품을 보는건 거의 몇번 되지 않았던것 같다. 어쩌면 이번이 처음일지도? 오랜기간 작품활동을 해온 분이라 작품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그래서 이번 전시에는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했다. 

 

    처음 전시관에 들어와 가장 먼저 눈에 보인 작품은 Relatum - a Corner. 코너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이 국제갤러리, 모서리에 창문이 있는 이 공간에 놓여진 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슨채 휘어진 철판의 모양을 따라 자연형태의 돌들이 줄지어 있는데, 철판이 끝나버리는 지점을 이어서 돌들이 코너의 모양새를 따라 놓여져 있다. 철판으로 향하는 이정표일지, 혜성의 꼬리와 같은 잔해일지, 그 어느것도 아닌 독립적인 존재일지. 한가지 궁금했던 점은, 이 작품을 어두운 밤에 본다면 어땠을까. 이번 전시에서 많은 공간이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어두운 곳에서 본다면 인상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Relatum - The Kiss. 두 개의 돌이 서로를 지탱한 채 맞닿아 있다. 연인이나 키스와 같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한 작품들이 여럿 생각나는데, 대체적으로 그 포인트는 '아슬아슬하게 맞닿아있는 불안정함'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도 결코 안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돌이 얼굴이고 사슬이 몸인건지, 아니면 돌이 얼굴과 몸을 포괄하는 신체이고 사슬은 그들의 감정적인 영역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어느것도 쉽게 틀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 작품을 재현하더라도, 결코 이 작품과 '동일한' 것이 나오지는 않겠지.
    적다가 생각났는데, 두 개의 쇠사슬이 각각인건지 아니면 하나의 쇠사슬이 다른 쇠사슬을 관통하고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리플렛에서는 '포개어지고'라는 표현을 써서 그냥 각각의 쇠사슬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

    그리고 이 작품 옆의 Dialogue들. 이건 다른 장소의 작품에 대한 스케치인것 같은데 왜 여기 배치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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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관 건물 밖에 작품이 하나 더 있다. Relatum - Dwelling (A). 무거운 철판을 (나름) 크고 작은 돌들이 힘겹게 받치고 있는 형태. 이상하게 이 작품을 보니 고인돌이 생각난다. 지구를 어깨에 지고 있는 아틀라스나. 이렇게 계속 밖에서 비를 맞으면 언젠가 철판이 사그라들고 돌이 해를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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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관 2층에 있는 작품들. 가장 첫 작품은 Relatum - The Sound Cylinder라는 제목이다. 원통형 철판 (아마도) 안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서 우우웅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이 철판에 기대고 있는 돌은, 과연 왜? 있는걸까? 잘 모르겠다. 소리로 인한 진동으로 아주아주 오랜 시간 돌이 조금씩 갈리고 갈려 언젠가 사라지는 그런 날을 기대하는 걸까. 적고보니 난 왜 뭔가를 자꾸 없애려고 할까.

 

 

    돌과 돌이 멀찍이 놓여있는 Relatum - Dialogue. 이거 누가 봐도 쌍성의 공전궤도인데? 서로가 서로의 중심을 돈다는 것, 나름 로맨틱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대화로 표현할수도 있겠구나 싶다. 잘 보면 또 묘하게 돌들이 서로를 향하는 모양새같이 보이기도 함. 아니 진짜 그렇게 보인다니까? 

 

 

    Relatum - Seem. 하얀 캔버스와 이를 마주한 돌. 돌이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는건지 아니면 등지고 있는건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고. 어쩌면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저 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작품은 결국 누군가가 바라봐주어야 존재하는 것이고, 또 누군가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만 한다면 저렇게 하얀 캔버스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겠지. 리플렛에서는 존 케이시의 4분 33초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White Painting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연극 아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앙뜨르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