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컨텐츠 갈무리

뉴욕의 평범한 아파트 유형 5가지 살펴보기 (Youtube)

eunryeong 2022. 12. 10. 20:31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끌어준 꽤 재밌는 영상. 뉴욕에 대한 영상을 몇개 봐서 그런지, 아니면 건축에 대한 영상을 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취향에 딱 맞는 영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영어권 유튜브 컨텐츠의 편집스타일과 속도를 좋아하는데 이 영상도 딱 그런 스타일. 이번 포스팅에서는 유튜브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면서 몇가지 같이 떠오른 생각들도 적어두려 한다. 

 

 

1. Brownstone

    - 19세기 중반에 주로 지어졌고, 할렘, 어퍼 이스트/웨스트 사이드, 브루클린에 이르기까지 뉴욕 전역에 걸쳐 볼 수 있다.

    - 이웃한 여러채의 건물이 동일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을 때 이웃한 건물의 자재를 같은 디자인으로 한번에 같이 만들었기 때문.

    - 주 출입구가 지면으로부터 한층 올라간 Parlor Floor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주 교통수단이었던 마차를 끄는 말의 배설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건물들의 연식이 느껴지는 부분.

    - 아파트의 전면은 메인 거리로 연결되고, 뒷편은 길이 아닌 백야드로 연결된다. 이는 현재 뉴욕이 길거리마다 쌓인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는 이유가 되었다. 18세기 중순,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은 시대 기준으로 지어진 도시구조와 건물들은 현재와 같이 많은 양의 쓰레기 처리 공정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

 

    뉴욕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인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넓직한 도로와 마천루, 맑고 깨끗한 미시간호와 시카고강이 흐르던 시카고, 한적한 동네였던 윅섬,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나이아가라를 거친 후 만난 뉴욕은 쓰레기들로 뒤덮인 결코 호감이 가지 않는 도시였다. 2주 넘게 뉴욕에 있으면서 다양한 지역들을 다녔고, 상대적으로 쓰레기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곳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악취나는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광경을 매일 한번씩은 목격했던 기억이 있다. 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니 오래된 도시의 잔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 외에도 신기했던 몇 가지 특징들 또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졌다. 좁은 차도로 인해 스트리트들이 하나는 오른쪽으로, 하나는 왼쪽으로 일방통행을 해야했던 차량 도로들. 입구 들어갈때부터 다운타운인지 업타운인지 방향을 찾아서 들어가야하는 지하철역들. 

 

 

2. Railroad

    - 마치 기차와 같이, 한가운데에 기다란 통로가 있고 양쪽에 방이 연달아 있는 구조이다. 통로와 방을 구분해주는 벽이나 파티션이 없기에(중요! 원룸같은 구조가 절.대. 아니다!) 사생활 보호는 기대할 수 없는 구조. 방과 방이 연결된 미술관을 생각하면 연상이 쉽다.

    - 과거 노동계급 대가족이 살던 집 구조로, 굉장히 붐비고 비좁다. 

    - 19세기까지는 채광과 환기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전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도 많았으나, 1901년에 이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면서 air shaft라는 좁은 채광용 틈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시기 공용화장실에 대한 규제도 만들어졌다.

    - 욕조가 주방에 놓여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왜? 대가족이 좁은 공간에 복작복작하게 살아야했기에 욕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 이 욕조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넓은 판을 올려두고 식자재나 요리기구들을 위에 놓아두기도 했다. 

 

    이런 주거공간을 영상물에서라도 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생소하게 느껴진 유형. 하긴 남아있는 건물들도 내부를 모두 리모델링했겠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텔들이 이런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좀 더 인간답게 거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들이 조금씩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것 또한 좋다.

 

 

3. Classix Six

    - 어퍼 이스트/웨스트 사이드 지역에 많은 유형이다. 역시 전통적인 부촌답다.

    - 기본적으로 6개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2개의 베드룸, 1개의 메이드룸, 주방, 식당, 거실. 메이드를 보유한 중산층 이상의 주거형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중 키친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인데, 메이드의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공간에 비해 넓게 만들지 않았다.

    - 전통적인 클래식 식스 형태의 건축물은 한 건축물을 세로로 반 나눠 여러개의 집이 공유하는 형태인데, 이 중 서로 마주보는 방의 창문이 아주 가까워 빛이 들지 않고 사생활 보호도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날은 최소한 창문과 창문 사이의 거리를 30피트 이상 유지해야 하기에 더이상은 볼 수 없는 형태.

    - 이 시기부터 엘리베이터를 주거공간에 설치하게 되면서 고층건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걸어서 이동해야 했기에 아무리 높게 짓고 싶어도 6층을 넘어선 건물은 지을 수 없었다.

    - 난방을 위한 라디에이터는 있었지만 냉방시설은 따로 없었다. 차후 냉방시설이 보편화되었지만 건물구조상 설치형 에어컨을 적용하기 어려워 창문형 에어컨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맨해튼의 건물을 방문하다보면 외관은 모던한데 들어가보니 아주 낡은, 고전 영화에서나 볼법한 엘리베이터들이 여전히 운행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심지어 내가 층을 누르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에 타고 계신 관리인 아저씨가 눌러주신다. 별 상관은 없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봄.

 

 

4. Loft

    - 소호에서 시작된 형태로,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공장을 개조하였기에 큰 창문, 넓은 공간이 특징이다. 덕분에 아티스트들이 작업하기 좋아 선호하기 시작한 곳. 소호에서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았고, 갤러리들도 이 곳에서 작품을 전시했고, 다양한 예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었다.

    - 좁디좁은 다른 뉴욕의 집들에 비해 넓은 공간을 가진 로프트는 점차 부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들이 하나둘 들어와 결국 예술가들은 쫓겨나게 된다.

 

    예술가들이 모여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으면, 어느새 자본이 들어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밀려나고 거리에는 상점들만 가득해지는 현상은 어디나 공통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소호가 이런 현상의 가장 원조(?) 아닐까. 한국에서는 홍대가 가장 전형적이었고(그래도 아직 상수가 있다), 지금은 성수가 그럴듯 하고. 로프트와 같은 형태의 공간이 가장 많은 곳이 성수와 문래일 것 같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도 좀 궁금하다. 

    이것도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에 샀던 인테리어 책에서 뉴욕에 거주하는 저자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찾은 집이 이런 형태의 로프트였다. 공장으로 쓰던 곳을 개조한, 넓은 공간이 하나로 이어져있는 곳을 찾아 자기 나름대로 벽을 세우고 이리저리 공간을 나누어가며 자신의 집으로 만들어가던 과정이 인상깊었다. 그 이후 막연하게 공장이었던 곳을 고쳐서 집으로 만드는 것을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포기. 대신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힌트는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지금의 내 공간을 만드는 데에도 꽤나 혁혁한 역할을 했다.

 

 

5. Studio

    - 지금은 스튜디오라고 하면 좁은 원룸을 생각하지만, 처음 지어진 스튜디오는 그렇지 않았다. 복층의, 꽤나 넓은 공간을 가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그렇기에 '스튜디오'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

    - 현대에 들어서면서 점점 '현대적으로' 효율적인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낮아진 층고, 좁달막한 크기도 그 이유.

 

    옛날의 스튜디오를 보니 어딘가 속은듯, 억울한듯, 여러가지 기분이 교차하는구만. 원래는 멋진 것을 의미하지만 여기저기서 가져다 쓰다보니 의미가 많이 변해버린 슬픈 단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혹은 사진자료와 같이 보고싶으신 분들은 영상을 보시길. 참고로 영어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