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230610] 마르타 융비르트 : 염소 눈 마주하기

eunryeong 2023. 8. 6. 15:34

    타데우스 로팍은 지난번에 다녀온 미구엘 바르셀로의 전시와 이번 전시로, 앞으로 눈여겨볼 갤러리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표백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색감의 옅은 황갈색 캔버스 위에, 작가가 거침없이 붓을 휘갈겨 표현해낸 형상들. 호쾌하고 자연스럽다. 그녀가 자신의 그림을 두고, 저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걸 원하지 않아요, 오히려 열린 화면을 만들고 싶어요. 라고 인터뷰한 것도 너무나 그녀답다. 다만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들이 유독 여백이 많이 보이는, 다소 습작같은 느낌이 많이 느껴진다는 인상 또한 지울 수 없다. 

 

 

    마르타 융비르트(Martha Jungwirth)는 지난 60년 동안 주변세계와 몸에 관한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추상화에 대한 작가만의 접근 방식을 구축해왔다. 비인습적인 독특한 방식으로 회화에 접근하는 융비르트의 작업은 ‘구어 이전’, ‘기억 이전’, ‘대상에 대한 강박 이전’에 인식 가능한 이미지의 형태를 넘어 존재하는 직관적인 공간에 위치한다. 작품의 화면 구성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데 작가는 이를 ‘모험’이라고 일컬으며, 재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우연과 계획적 요소가 모두 드러나는 작품을 제작한다.

    융비르트의 회화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등장한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의 합리적인 원칙과는 대조적으로 뚜렷한 자아의식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의 예술은 일기나 지진계와 같다. 이것이 내가 작업하는 방식이다. 나는 전적으로 나 자신과 관련이 있다. 드로잉과 회화는 나를 관통하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사적인 만남이나 해외여행, 미술사, 그리스 신화, 정치적 사건을 덧없고 내적인 충동을 촉발하는 일종의 ‘구실’로 삼아 이를 수채화와 유화로 기록한다.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은 그의 신체 리듬과 직결되어 있다. 작품 속 고스란히 담긴 손가락 자국이나 긁힌 자국, 신발 자국은 작가의 존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기록으로써 자리한다. 특히 작가가 구현하는 색채, 살갗을 연상케하는 분홍색이나 핏빛의 붉은색, 멍이 든 듯한 자홍색 등은 신체에 남게되는 일련의 기록과 그 결을 같이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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