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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우롱

eunryeong 2022. 11. 5. 19:59

    뉴욕여행 기념품으로 사온 것들이 많지는 않다. 책 몇 권, 미술관에 들를때마다 사온 엽서들과 몇가지 기념품들, 문구 몇 개, 그리고 차. 뉴욕에서 유일하게 방문한 티샵이 브루클린에 있는 벨로크 티 하우스였는데, 작은 공간에서 파는 수많은 차들을 보며 어떤 차를 사야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향을 맡아보았다. 묵직하고 우디한 향, 가볍고 과일 느낌이 나는 향, 꽃잎이 첨가된 향 등등. 그 중에서 단연 내 코를 사로잡은 것은 진한 밀크향을 풍기는 밀크 우롱이었다. 처음에는 이 차의 투박하고 거친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향들을 몇 가지 맡아보았지만, 밀크 우롱을 포기할만큼 매력적인 향은 없었다. 고민 끝에 밀크 우롱 캔 하나와 작은 크기의 다른 차 하나를 선택해서 들고 왔고, 한국에 도착해서야 미술관에서 샀던 하니 앤 손스의 차 또한 밀크 우롱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미술관 기념품 샵에서는 향을 맡을 수 없어서 프린트된 캔 디자인만 보고 고르다보니 이게 밀크 우롱인지도 깜빡했던 것이다. 졸지에 밀크 우롱 캔이 두 개나 생겼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구하기 쉽지 않은 향이다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독서모임에도 들고 가 나눠마시기도 하고, 친구들 초대했을 때 대접하기도 하면서 대용량의 밀크 우롱 차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티 캔 바닥이 조금씩 모습을 보일때 즘이면 또 어떤 밀크 우롱을 구입할지 고민하지 않을까. 이미 고소한 우유냄새에 중독되어, 밀크 우롱이 없는 하루는 허전할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