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이것저것

퍼스널 브랜딩 단상

eunryeong 2022. 11. 10. 23:53

    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다. 보통의 것은 멋지게, 멋진 것은 더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아무리 날고 기는 브랜딩의 신이라 해도 못참아줄 정도로 질 낮은 것을 최고의 제품으로 포장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의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더 가치있어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아니, 대부분의 제품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명품, 패션, 뷰티 등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새 브랜딩의 영역이 개인 단위로까지 넓어졌다. 이쯤 되면 세상에 브랜딩 되지 않은 무언가(말 그대로 something)가 있기는 한걸까?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에는 그냥 유명인들, 특히 자기 자신의 능력에 따라 몸값이 크게 달라지는 사람들을 위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어느정도는 그런 의미에서 시작된 단어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쓰고, 연구하고, 실행한다. 모두들 보여지는 나에 대해 과하게 고민한다. 그런 상황을 보며, 나는 '퍼스널 브랜딩'은 정확히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브랜딩이란 궁극적으로는 브랜드를 정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 모두를 통틀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퍼스널브랜딩도 마찬가지일테다. 첫 번째는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 여기서의 자기 자신은 현재의 자기자신이 될 수도, 혹은 앞으로 되고 싶은 자기자신이 될 수 도 있겠다. 두 번째는 본인이 정의한 '나'와 실제의 '나'를 일치시키는 것. 세 번째는 이러한 내 모습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

 

    많은 퍼스널 브랜딩의 사례는 실물의, 육체로 존재하는 '나'보다는 온라인을 통해 노출되는 '나'를 더 많이 다룬다. 글을 쓰거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특히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본인의 브랜드 가치가 곧 비즈니스이고 수입으로 직결되므로 퍼스널 브랜딩에 고민을 하는 게 당연하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 또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위한 브랜딩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자신이 가진 기술을 알리고,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퍼스널 브랜딩은 비즈니스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가끔, 퍼스널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 아직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 워너비라고 할까. 본인의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싶어하는 마음과 이를 위한 노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퍼스널 브랜딩은 종종 위험할 정도로 부풀려져 있다. 아직 다양한 것들을 보고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축적을 해나가야 할 시점임에도, 이미 껍데기가 단단해져 있는게 아닌가 싶은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많은 강연을 듣고 공연과 전시를 경험하고 책을 읽으며 줄을 치지만, 이러한 행위 자체가 브랜딩 요소로만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몇 번의 클릭을 타고 타고 들어갔던 어느 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아주 답답한 광경을 보고 약간은 한풀이 하듯 적은 글이다. 다만 굳이 이 글을 적은 이유는, 그들의 노력이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일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부풀려진 껍데기는 언젠가 깨지고 만다. 만든지 얼마 안된 껍데기는 단단하고 멋져보이겠지만 그 껍데기가 자그마한 자신을 보호해주는 건 아주 잠시 뿐이다. 결국은 알맹이가 크고 옹골차게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