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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 리서치의 20년 후 미래는? - 롬 리서치와 노션의 차이

eunryeong 2022. 11. 22. 11:06

    롬 리서치 기사 스크랩 기능(정확히는 safari extension이지만)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구글링하다가 찾게 된 흥미로운 포럼이 있어 가져왔다. 20년 후에도 롬 리서치를 사용하고 있을까? 라는 질문.

 

    다른 노트앱과 비교할 때 롬 리서치(Roam Research)는 특이한 프라이싱 모델이 하나 있는데, 일반적으로 월간, 연간 구독으로 나뉘는 이 시장에서 5년 단위 구독제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Believer, '신봉자'라고 하는 무시무시한 네이밍을 갖다 붙인 이 요금제의 가격은 500달러. 1년 단위 요금제가 165달러인것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5년이라는 기간을 생각하고 나름 거금을 들여 구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이 서비스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하지 않을 수 없다. 5년 후에도 서비스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금보다 더 기능적으로 향상될 것을 믿고, 새로운 노트앱들이 나오더라도 이 서비스가 계속 경쟁력 있을 것임을 믿고,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여 문제 없이 서비스가 운영될 것을 믿는 사람들. 그러다보니 IT서비스의 20년 후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도 충분히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포럼에서 이야기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대체로 20년 후의 전망에 대해서는 물음표 정도가 적절한 듯 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서 20년 후에 대한 전망이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지. 그 중에서도 유독 재밌었던 부분이, RR is basically just a cult of personality 라는 문장이었다. 생각해보면 롬 리서치라는 서비스는 다수의 사용자들의 니즈에 친화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그렇게 되려는 노력 자체를 크게 하지 않는다. 처음 사용하고 일년 반 가량 지났음에도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웬만한 IT서비스들이 가장 주력으로 내세우는 모바일 앱 버전마저 나오기까지 한참 걸렸으니. 마케팅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이 또한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기능들이 컷 되는 것 또한 롬 리서치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롬 리서치와 반대로, 사용자들의 니즈를 너무나도 많이 반영한 대표적인 서비스를 들자면 노션(Notion)이 아닐까? 물론 노션도 좋은 서비스이고, 노션 나름의 비전에 맞게 서비스를 잘 구축해나가고 있다. 다만 내겐 3년 전 처음 노션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만족감은 아니다. 오히려 과하게 많은 기능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었고 느려진 속도에 답답함을 감추기 어렵다. 한동안 열심히 사용했던 기록들의 아카이빙으로만 남겨둘 뿐, 새로운 내용은 더 이상 이 곳에 남기지 않는다. 롬 리서치는 새로운 기능이 아주 천천히,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추가되는데, 중요한 건 이 기능 추가로 인해 서비스의 속도가 저하되는 영향은 없다.(최소한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여전히 만족하며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여름 뉴욕에 갔을 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지하철과 길거리 포스터로 만난 노션과 미로(Miro)의 광고들이었다. 보통 이런 IT 서비스는 인터넷 상에서 배너 광고로 만나는 경우가 많다. 타겟층을 어느정도 분류하여 광고를 할 수 있기에 광고효과도 높고, 무엇보다 광고를 클릭하면 바로 서비스로 이동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광고를 통해 바로 서비스로 이동할 수는 없다. 광고를 본 후 집에 갈때까지 서비스 이름을 기억하고, 검색하고, 접속해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심지어 광고를 보고 들어온 유저인지 정확하게 파악도 불가능하다. 검색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 모두 광고를 보고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광고를 보면서 노션이 꽤나 공격적으로 나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롬 리서치와 비교해보면 타겟 유저 자체가 달라서 광고전략도 다르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노션은 우선 무료로도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일부 파일업로드 용량제한 외에는 따로 양적인 제한도 없다.(무료사용자의 1,000블럭 제한도 풀어버렸다) 따라서 라이트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개인적인 용도로 열심히 사용하다가 업무용으로(주로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때에만 돈을 지불하면 된다. 반면 롬리서치는 처음 한달 이외에는 무조건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한달에 15달러를 내야한다. 노션과 비교해보면 3배나 더 비싸다. 그 와중에 이미지 첨부도 불편하다. 표 그리는 기능은 절망적이다. (차라리 표 기능 빼버려도 될것 같은데...) 그럼에도 롬 리서치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자신이 노트앱 서비스에 원하는 바가 명확하고, 그 원하는 기능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다소 높은 비용도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컬트 유저들일테다. 이들은 물론 다양한 기능과 고도화된 서비스 또한 원할테지만, 처음 노트앱을 사용하게 만든 기능이 조금이라도 불만족스러워진다면 가장 크게 반발하고 바로 판을 뜰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한다면, 롬 리서치의 현재 방향은 나름 최선의 방향이 아닐까 싶긴 하다. 다만 20년을 이 전략만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할 수 밖에 없고. 

 

    20년 후의 롬 리서치 사용여부에 대해,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AI의 도입이었다. 지금도 노트앱 혹은 아카이빙 서비스에 AI가 사용되는 경우들이 종종 보인다만, 롬 리서치의 백링크와 AI가 결합한다면 아주 큰 시너지를 낼 것임은 확실하다. 현재 롬 리서치는 지식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노트앱에 비해 탁월하지만 이렇게 연결된 지식을 다시 편하게 꺼내쓰기에는 어렵다. 노트가 쌓이면 그래프 오버뷰를 봐도 의미가 없을 만큼(이거 데일리 노트는 오버뷰 연결에서 제외할 수 없나???) 키워드가 많아지고, 이 키워드들을 필요할 때 꺼내기 위해서는 기억나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다. 기억에 없는 키워드는 찾아낼 수 없고, 다른 노트앱들과 다르지 않게 한번 기록한 노트들이 저 아래 깊숙한 곳에서 잠들어버리게 된다. AI를 제대로 도입한다면, 유사한 키워드들을 묶어서 전달해주어 훨씬 풍성하게 자료들을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어는 언제 지원될지 요원하겠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나가다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들은 노트앱을 통해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가? 아마도 이것이 노트앱의 본질이겠지. 그리고 이 질문은 결코 하나의 답으로 귀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덧. 아 근데 사파리 save to roam 확장프로그램 왜 갑자기 안되냐고... 아직도 이거는 해결을 못하고 있네ㅠ

 

 

https://www.reddit.com/r/RoamResearch/comments/z0n4gd/do_you_guys_think_well_still_be_using_roam/

 

Do you guys think we'll still be using Roam Research in twenty years?

This may be a question of concern to many.

www.redd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