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4. 미시간 (앤아버, 징거맨 델리카트슨)

eunryeong 2022. 11. 23. 20:49
Day 4 (2022. 6. 25.)
시카고 유니언역 - (기차를 타고) 앤아버역 - 징거맨 델리카트슨 - 미시간 윅섬 (친구네)

 

    이 날은 시카고를 떠나 미시간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 아침 6시 30분 기차니까 6시까지는 역에 도착하려고 5시 40분에 숙소를 나섰다.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이긴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혼자 시내 중심가를, 그것도 역 주변을 걸어서 지나가는게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우버를 타고 빠르게 날아갔다. 시카고 유니언 역(Chicago Union Station)은 루프 바로 옆이라 여행자들에게는 위치가 딱 좋다. 새벽시간, 택시에서 내려서 보는 시카고 유니언 역은 아주 조용하고 스산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였겠지...? 잠시 사진을 찍기에도 왠지 불안해서 얼른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기차를 잘못 타지는 않을지 기차번호랑 노선이름을 몇번이고 체크했다. 내가 타는 노선은 울버린(Wolverine). 시카고에서 디트로이트를 거쳐 폰티악까지 가는 노선으로, 친구랑 만나기로 한 앤 아버까지 약 5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가야한다. 표는 인터넷으로 예매했는데, 따로 발권기 같은건 없었고 예약문서를 직접 인쇄해가거나 QR코드로 확인하거나. 나는 혹시 몰라서 바우처는 죄다 출력해갔는데, 그냥 폰에 QR코드만 담아가도 큰 문제는 없을듯 하다.

    암트랙 기차의 특징 중 하나는 좌석예약제가 아니라 기차를 타면 자리 선점부터 해야 한다는 것. 큰 짐은 탁송도 가능한 것 같았지만, 내리는 역에 따라서 서비스가 제공 안되는 것 같기도 해서(정확하지 않음) 그냥 짐을 들고 탔다. KTX보다는 자리가 꽤 넓찍했고 기차 와이파이도 제공되어서 장거리임에도 나름 편하게 다녔다. 미국 여행을 하면서 내 거리감각이 좀 마비되었었는데, 비행기에서 14시간. 기차에서 5시간, 10시간. 막 이렇게 이동하니까 서울에서 대구까지 2시간은 그냥 시내버스 타고 이동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앤아버 역은 플랫폼이 하나뿐인 간이역처럼 생겼다. 한국에서 이런 역에 내려본건 예전에 그린플러그드 동해 갔을때 망상해수욕장 역 임시운행할때... 그때 말고는 없었는데... 앤 아버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나름 지역 거점 중심지? 같은 느낌이던데, 생각보다 역이 너무 작아서 살짝 당황했다. 나오자마자 바로 바깥의 주차장이랑 연결되어서 역 안으로 들어갈 일도 없었네.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네랑 만나서 짧은 앤 아버 관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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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 아버 역에서 내린게 오후 1시경, 점심시간이라 바로 식사부터 하러 갔다. 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징거맨 델리카트슨(Zingerman's Delicatessen) 샌드위치 집! 오바마씨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고. 그러나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음... 그랬다. 같이 먹은 친구들도 다 갸우뚱. 양배추 피클이랑 햄이 잔뜩 들어있는 샌드위치인데 짜다. 한국인 입맛에는 꽤 많이 짠 편. 세 명이서 먹을거라 당연히 세 개를 시켰는데, 그냥 두 개만 시킬걸 하고 친구들이랑 살짝 후회했다. 참고로 이 집 주문은 모두 QR코드를 통해 모바일 주문페이지로 들어가서 주문해야 한다.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겐 오히려 좋을수도 있는 시스템일듯. 가게 안쪽에는 여러가지 식자재들과 향신료들도 판매하고 있어서, 간단히 구경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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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친 후에는 앤 아버 도시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 곳은 미시건 대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많아 동네가 조용하다. 대학교 건물과 아기자기한 집들, 빈티지한 상점가들이 한데 어우러진 분위기가 독특했다. 특히 영화관 간판은 60년대 영화의 색감을 연상시키는 아주 밝고 경쾌한 디자인이었다. 아케이드형 상점가도 있었는데, 친구가 이 곳에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고 추천해서 코멧 커피(Comet Coffee)에 들렀다. 따뜻한 라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마셨는데 고소하고 향도 아주 좋았다. 가격도 저렴했던듯? 왠지 학생들이 자주 들르지 않을까 싶었던 곳. 그 외에도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늦기 전에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친구가 사는 윅섬이라는 동네는 앤 아버에서 차로 1시간 가량 걸리는 곳이라 너무 늦지 않게 이동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앤 아버 동네가 크지 않아서 많이 둘러볼 것은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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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 밤 불꽃놀이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았다. 오? 불꽃놀이? 신나서 친구들한테 이야기하니 본인들도 내가 이야기해서 알았다고 ㅋㅋㅋㅋ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월드 호수(Walled Lake)에서 불꽃놀이가 열리는데 거리도 멀지 않고 해서 같이 구경가기로 했다.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서 볼링장에 먼저 들러 피자를 먹으며 볼링 두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 한참을 여기 저기 이동했다. 그렇게 친구들이 엄청 고생해서 찾아준 불꽃놀이 명당! 조금 멀긴 했지만 덕분에 불꽃놀이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한참을 서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길이 막히기 전에 일찍 움직이려고 불꽃놀이 끝나기 전에 나왔다. 덕분에 미시간에서의 첫 날을 아주 멋지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