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5~10. 미시간 (디트로이트 미술관, 코메리카 파크)

eunryeong 2022. 11. 30. 11:44
Day 5 ~ 10 (2022. 6. 26. ~ 7. 1.)
친구들과의 바비큐 파티, 동네 산책, 디트로이트 미술관, 코메리카 파크

 

    미시간 친구네 집에서는 그냥 친구들 얼굴 보고 쉬러 온거라 거의 일주일동안 딱히 한 게 없다.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푹 쉰것 뿐. 따라서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몇 개의 중요한 이벤트만 기록하고 넘어갈 예정.

 

 

1. 바베큐파티

    친구네 집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부터 친구들이 가장 기대하고 고대하던 이벤트! 한국에서 놀러가는 손님들을 위해 바베큐 그릴을 샀는데, 드디어 개시할 때가 왔다며 아주 벼르고 벼르던 날이었다. 바베큐 재료를 사러 같이 마트를 다녀왔는데, 마트 종류도 다양했지만 각 마트간 거리가 꽤 되는 것에도 놀랐다. 좋은 식재료를 구입할 때에는 홀푸드, 한국 음식은 H마트, 대량의 음식 구매시에는 코스트코. 이 곳들은 차로 30분 가량 되는 곳에 있어서, 가까이서 장을 볼 때는 (물론 차로) 5분 거리의 트레이드...뭐시기...같은 이름의 곳을 가는 것 같았다. 트레이더스 조는 아니었는데. 뭐였지? 암튼 이 날은 홀푸드와 H마트, 두 곳을 들러서 장을 아주 든든히 봐왔다. 식구가 한명 늘었으니 먹을거리 장만에 돈이 많이 들었을터라, H마트 장보기는 내가 계산했다.

    길었던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비큐 준비를 시작했다. 음식 준비에 1명, 고기 굽는데 1명. 나는 바베큐 기계 중에 불 피우는 부분? 추가로 조립하고 불 피우는거 담당. 어느정도 불이 붙은 다음에는 주방에서 바베큐 작업중인 테라스까지 식재료와 음식을 열심히 날랐다. 이날 바베큐는 양갈비와 토마호크! 어마어마한 두께의 토마호크를 처음 익혀보는지라 불조절이랑 굽기정도 파악에 고생을 좀 했지만, 종국에는 아주 맛있는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었다! 양갈비 또한 기가 막힌 맛! 참고로 이 고기들을 어떤 소스에 찍어먹을까 이야기하다가, 한명이 라면스프 이야기를 꺼내서 어라? 괜찮겠는데? 싶어 바로 가져와서 찍어먹어보았다. 결론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바베큐 소스?인지 가루인지, 암튼 맛있음! 하긴 맛이 없을수가 없지 ㅋㅋㅋ 곁들여 먹으려고 만든 누들떡볶이까지 아주 야무지게 해치운 한끼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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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네 산책 (feat. 반딧불)

    6월, 미시간의 밤은 아주 늦게 찾아왔다. 시카고에서도 해가 오후 8시 30분은 되어야 슬슬 지는구나 싶었는데, 미시간은 시간대가 바뀌어서 오후 9시가 한참 넘어도 바깥이 환했다. 덕분에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었다. 미시간에서 해가 진 다음에 무언가를 하는건 영 찝찝한 일이었기에.

    친구가 살고 있는 윅섬이라는 도시는 상당히 작은 소도시로, 단독주택과 타운하우스 단지들이 곳곳에 있다. 친구네 집은 타운하우스 단지였고,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주변에 아직 공사중인 구역도 있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산책을 할 수 있는 트레일도 여기저기 있었다. 친구들과 종종 저녁식사를 마치고 트레일을 주욱 걷기도 했는데, 한국의 산책로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좀 더 밝고, 넓은 길에, 여러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트레일이 아니라, 상당히 좁고, 높은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 가운데를 간신히 뚫어놓은듯한 길에, 사람들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너무 적지도 않게 왔다갔다하는. 또는, 산책로에 따라서 아예 사람이 보이지 않기도 하는 그런 길. 미국식 공포영화에 나오는, 꼭 들어가면 안될것 같이 생긴 길을 억지로 들어갔다가 사단이 일어날 것 같이 생긴 곳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어떤 길은 엉성하게 박아둔 십자가 앞에 나무벤치 두 개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는데, 왜? 왜?? 이런게 왜 여기에??? 싶어서 괜히 움츠러들기도 했다. (귀신 안믿음, 겁 없는 편임)

    동네 산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시 반딧불을 본 것! 친구들이 주변 산책로에 반딧불이 많이 보인다고 해서 오? 하고 나가봤는데, 정말 친구네 집 바로 근처에 이렇게 반딧불이 많이 있을 줄이야! 어딘가로 반딧불 여행을 갔던 것보다 오히려 지금 집 근처에서 반딧불을 더 많이 보았다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정말이었다. 너무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와서 아주 많은 반딧불을 보지는 못했지만, 청춘의 감성을 그린 애니메이션에서 반딧불 장면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주 희미하게 탁 하고 켜졌다가 이내 사라지는, 아주 희미한 반딧불의 자취가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청춘'과 꽤 닮아있는지도? 아래에 반딧불 영상을 올려두었는데, 큰 화면으로 눈을 크게 뜨고 보시면 희미한 반딧불을 찾으실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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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디트로이트 미술관

    이번 나들이는 친구의 도움을 빌려 디트로이트 시내로 진출했다. 디트로이트는 영화 8마일의 도시, 대도시 중 범죄율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 시내에 있는 맥도날드의 카운터에 방탄유리가 설치된 곳 등. 상당히 흉흉한 소문들이 가득한 도시이다. 요즘에는 조금씩 도시가 살아나고 있고 분위기도 달라지는 중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시내에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 하다. 무엇보다 시내 거진 한복판에 이렇게 큰 폐건물이 있는 광경은 처음 본 듯? 원래 친구네 집에 올 때에도, 디트로이트 역까지 기차를 타고 온 후 우버를 이용해서 친구네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극구 만류했다. 친구네 집에서 디트로이트까지 나오는 것도 차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은 대중교통수단이라는게 거의 없다시피 한 곳이다보니... 대도시라는 디트로이트도 지하철은 없고 시내 아주 짧은 구간을 왕복하는 트램이 전부였다. 한번 경험삼아 트램을 타볼까 싶었지만, 친구가 운전해주는 마당에 트램을 굳이 타는것도 좀 그래서 그냥 패스. 미술관만 짧게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담이지만, 이 동네 운전버릇이 굉장히 험악하다. 미국 전체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제한속도보다 10마일 이상은 일단 밟아주는 것부터, 진입차량 절대 안끼워주기, 나가려는 차량 절대 안비켜주기 등등. 어라 생각해보면 익숙한 장면 같기도...? 암튼 운전매너가 너무 형편없는 도시다. 친구한테 여기 오자고 한게 미안할 정도로 너무 고생하며 운전해서 겨우 미술관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은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아주 큰 폐건물. 무섭다)

 

 

    디트로이트 미술관(Detroit Institute of Arts)에 도착하니 야외 조각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흡사 르세라핌의 로고가 연상되는 검은색 조형물을 몇 장 사진에 담고 정문 쪽으로 돌아오니 작은 출입구가 보였다. 친구랑 입장권을 발권하려고 데스크로 갔더니 미시간 지역에 거주중인지 물어보아서 친구는 미시간에 살고 나는 여행왔다고 하며 입장료를 내려고 했는데, 동행인까지 그냥 무료 입장권을 발권해주었다! 원래 동행인까지 발권해주는것 같지는 않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감동받았다고 선물이라며 ㅋㅋㅋ 아 정말 자상하신 분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날 미술관에서 행복했던 경험이 많네! 

    미술관에 들를때마다, 미술관에 걸린 작품들을 보는 것 만큼이나 건물 자체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난 일인데, 이번 여행에서 들른 곳들 중 구겐하임과 디트로이트 미술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물이었다. 두 미술관의 스타일이 극과 극인데, 디트로이트 미술관은 19세기 말 지어진 고전적인 건축물이면서도, 다른 미술관들에 비해 따뜻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미술관의 위엄 넘치는 모습이 덜 보여서 그런것 같다. 입구에서 아주 높은 천장을 가진 로비를 지나는 다른 미술관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단촐한 카운터를 지나 바로 낮은 로비층으로 진입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이 곳 또한 시카고 미술관처럼 이집트 미라부터 현대미술작품까지 폭넓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미국 미술관은 미라가 여기 저기 많네... 이집트에서 먼 신대륙까지 오셔서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려. 

    이 곳에서 기억에 남는 만남 두 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검정과 금빛의 야상곡: 떨어지는 불꽃'을 직접 본 것! 책에서 우연히 보고, 머릿속에 강하게 남았던 작품인데 이 작품이 디트로이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딱 마주치다니, 이것은 운명인 걸까... 다른 하나는 이 미술관을 둘러보는 동안 여러번 마주쳤던 독일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잠시 요기를 하러 들른 푸드코트에서 마주쳐서 테이블을 나눈 김에 몇 마디 나눠보았는데, 영화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오오...!! 디트로이트가 너무 멋진 도시라며, 혼자 일주일 가량 여행중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다음에 나도 혼자서 이곳저곳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동양인 여성인 나는 너무 눈에 띄게 다니지 않는게 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뒤이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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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메리카 파크 (w.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야구경기)

    미국에 간 이상, 꼭 메이저리그 경기를 한번 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방문하는 큰 도시 중 시카고는 일정상 야구경기가 없었고, 디트로이트와 뉴욕은 야구경기를 하는 기간이라 미리 일정 확인하고 친구들이랑 일정 맞춰서 야구경기를 보러 다같이 출동했다. 참고로 디트로이트 시내의 치안우려 때문에 친구들이 조금 걱정했었는데, 내가 뽐뿌넣는 이 순간이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야구경기를 못볼것 같다는 결심 하에 어렵사리 결정을 내려주었다.

    디트로이트 홈경기가 열리는 곳은 코메리카 파크(Comerica Park)로, 디트로이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하려고 하는 날짜로 MLB 공식사이트에서 예매했는데, 방문 당일에 MLB 사이트 행사? 같은걸로 표를 굉장히 저렴하게 살 수 있더라... 적당히 높은 자리 좌석으로 인당 40달러 넘게 주고 샀는데(MLB치고 굉장히 저렴한 표임), 할인행사가로는 17달러!!!!!!에 표를 준다고 하니 조금 속이 쓰렸다. 그치만 어쩔 수 없지. 원래 그런게 인생이다. 살면서 매번 가장 경제적이고 좋은 선택만 할 수는 없는 법. 여행하면서 야구경기에 몇만원 더 쓰는거 정도야 액땜이라고 칠 만 하다. 오히려 여행하는 내내 운이 좋았던 날들이 훨씬 많다.

    이날 비가 내린다는 예보때문에 갈까? 말까?를 가지고 고민하다가, 야구 시작할때에는 그칠 것 같아서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다행히 예상대로 경기 시작 즈음에는 비가 완전히 그쳐있었고, 야구장 외야쪽에 흐릿하게 무지개가 떠 있는 광경까지 볼 수 있었다. 정말 세상만사 호사다마라는 말이 딱이다. 이 날 선착순 1만명에게 디트로이트 구단과 밀러 맥주의 콜라보 셔츠를 증정하는 행사도 있었는데, 날씨 때문에 조금 늦게 가서 이 셔츠는 못받았다. 구장 안에서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셔츠가 디자인도 원단도 좋아보여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다 짐일 뿐. 경기는 캔자스 시티 로열즈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대결이었는데, 구단 팬들 사이에서는 꽤나 라이벌 의식이 강한 관계인듯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디트로이트가 3:1로 졌다. 우리가 경기장 나올때까지는 한 점도 못내고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에 1점을 냈던듯? 카브레라 나올때마다 홈런을 기대했지만 이날은 감이 좋지 않았나보다. 야구팬들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걸 이날 느꼈던게, 경기하는 중 에러성 플레이가 나오자 'Good Boy~' 라고 하는게, 약간 '잘~했다 잘~했어' 이런 느낌? 야구를 보면 욕이 늘고 비아냥이 늘고 성격이 나빠지는건 만국 공통의 진리인건가. 암튼 맥주도 마시고 햄버거도 먹으며 재밌게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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