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13. 뉴욕 (암트랙 기차,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의 잔상)

eunryeong 2022. 12. 16. 11:14
Day 13 (2022. 7. 4.)
나이아가라 폴스 역 - (기차를 타고) 뉴욕 펜 스테이션 - 숙소

 

    이 날은 딱히 쓸 내용이 없다. 아침 6시 31분에 나이아가라 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후 3시 45분에 뉴욕에 떨어지는 일정이었던데다, 심지어 기차가 1시간 연착해서 5시 거의 다 된 시각에서야 역에서 내릴 수 있었고, 리프트 잡아 타고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식사 하고 숙소에 들어와야 하는 시간. 뉴욕에서의 첫 일정을 어두운 밤에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날은 조금 쉬어가는 날로 정하고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거-의.

 

    아침 6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5시 반 경에 호텔을 나섰다. 우버를 잡을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친구들이 역까지 태워줘서 편하고 안전하게 도착! 나이아가라 폴스 역(Niagara Falls Station)은 생각보다는 꽤 번듯한 건물이었는데, 국경과 인접한 역이라서 규모가 이용객에 비해서는 컸던 것 같았다. 참고로 나이아가라 역은 캐나다쪽이랑 미국쪽에 하나씩 있고, 펜데믹 이전에는 캐나다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미국으로 오는 것도 가능했던듯? 내가 다녀왔던 22년 7월에는 여전히 캐나다-미국 노선이 막혀있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 암튼 2층에 있는 대합실로 올라가니 여행객들이 꽤 많이 앉아있었고, 기차 출발시각이 다가오니 조금씩 가방줄을 ㅋㅋㅋㅋ 서기 시작했다. 아 이동네도 가방줄을 서네... 근데 엄청 길게 서지는 않고 앞에 몇개 정도? 있긴 했는데 ㅋㅋㅋㅋ 암튼 가방줄은 굳이 안서고 사람들이 설때 즈음에 줄을 섰는데, 이 역이 시발점이라서 굳이 줄을 안 서도 상관없을듯.

    나이아가라에서 뉴욕까지 가는 거진 10시간 동안 와이파이로 노트북 연결해서 인터넷도 보고, 사진정리도 하고, 뉴욕 건축에 대한 책도 읽고, 바깥 풍경 사진도 찍고, 열심히 이거저거 했지만 시간이 진짜 드럽게 안간다. 근데 미국 기차 좌석이 꽤나 넓고 편해서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중간에 식당칸에 가려고 했는데, 시간을 못맞춰서 결국 아무것도 못 먹고 뉴욕까지 갔다. 물은 있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흑흑... 참고로 오른쪽 좌석에 앉으면 허드슨 강을 따라 기차가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허드슨 강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다. 흐리다. 시카고와 미시간, 나이아가라에서 보던 맑은 물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런 고로 굳이 이쪽에 앉지 않아도 될것 같다. 오히려 뉴욕 시내 모습을 보고싶다면 왼편에 앉는것도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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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달려 뉴욕 시내로 들어오니 기차가 어느새 지하로 내려간다. SRT랑 같이 도심부에서는 지하로 달리는 모양. 그러나 역사와 전통의 뉴욕철도답게, 지하로 달리는 철길에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나의 뉴욕 첫 인상이 암트랙 그래피티라니. 렌트헤드에게 딱 맞는 인사 아닌가!

 

 

    뉴욕 펜 스테이션에 내리고 나니 오후 다섯시가 거의 다 된 시각. 무거운 24인치 확장캐리어 하나에 보스턴 백 하나, 두 개의 짐을 들고 차마 지하철을 탈 엄두가 나지 않아 차를 부르기로 했다. 지난번에 우버를 써봤으니 이번에는 리프트를 불러보았는데 시스템 상으로는 크게 다른 점은 없었던듯? 펜스테이션 주변 도로가 매우 좁고 복잡해서 그런지 우버랑 리프트 차량을 기다릴 수 있는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는것 같던데, 덕분에 좀 헤매긴 했다. 그래도 무사히 짐 다 끌고 숙소에 도착!

    POD51이라는 이 호텔은 작은 방에 공유욕실을 사용하지만 비싼 맨해튼에서 가성비 하나는 확실한 호텔이다. 근데 청소가 그렇게 깨끗하진 않고 조식도 따로 없다. 냉장고도 없다! 방에서 보이는 뷰도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어차피 뉴욕여행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깥생활만 할 예정인데다 음식에 전혀 신경을 안쓰고, 결정적으로 오래 묵을건데 숙소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게 좀 부담스러워서 고른 곳. 만약 일주일 정도 가는거라면 더 스탠다드, 하이라인 뉴욕이나 에이스 호텔 뉴욕을 추천할듯. 이 두 곳은 일정 마지막에 2박정도 옮겨서 해볼까? 생각하다가 일정이 안맞아서 패스한 곳임. 다음에 짧게 갈때는 요기로 갈 예정!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쉬면서 TV를 켰는데(소파도 따로 없어서 침대에 걸터앉아야 한다 ㅎㅎㅎ) 한국의 자랑스러운 보이밴드 BTS의 곡을 들려주고 맞추는 퀴즈가 나와서 ㅋㅋㅋㅋ 아 이게 국뽕인가! 이게 문화의 힘인가!!! 싶었다 ㅋㅋㅋㅋ 남자 아이돌 노래들 잘 모르고 BTS 노래도 다 아는건 아니지만 Dynamite는 모를수가 없잖아요! 이역만리에서 낯선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들리는 반가운 한국의 소리라니 ㅋㅋㅋㅋ 예전에 런던 여행 갔을때도 아레나에서 BTS 공연 있어서 놀랐던게 기억나는데, 확실히 전세계적인 스타구나 하는게 외국가면 더 실감나는 것 같음. 

 

 

    뉴욕에 도착한 이 날이 마침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이날 허드슨강에서 펼쳐지는 독립기념일 기념 불꽃놀이가 굉장히 화려하기로 유명한데, 이날 뉴욕에 도착하는 시간도 조금 늦는데다가 사람 많은 곳에 혼자 가서 오래 앉아있는거도 굳...이? 그...닥? 싶어서 나가보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날 뉴욕 도착하고 티비 틀자마자 나오는 뉴스가, 며칠전까지 있었던 시카고에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중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라서... 어둑어둑한 시간에 사람 많은 곳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대신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으로 유명한, 루프탑에 올라가면 조금이나마 보이지 않을까? 하는 아주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옥상에 올라가보았다.

    호텔 루프탑에서 보는 뉴욕의 야경은 아주 아름다웠지만, 결론적으로 불꽃놀이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늘어선 맨해튼에서, 나지막한 건물의 옥상에서 허드슨 강변의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아주 순진하고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치만 간간이 고층빌딩의 유리벽에 반사되는 불꽃놀이 장면들은 바로 눈 앞에서 불꽃놀이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어쩌면 이런 간접적인 불꽃놀이야말로, 뉴욕 맨해튼이 아니면 쉽게 경험하지 못할만한 인생의 장면은 아닐까. 많은 투숙객들이 기대에 차 옥상에 올라왔다가 실망하고 다시 내려가는 동안,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 희미하게 반사되는 불꽃놀이를 계속 지켜보며 독립기념일 연휴의 마지막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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