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15. 뉴욕 (탑뷰 버스투어, 첼시 갤러리, 탑 오브 더 락)

eunryeong 2023. 1. 8. 17:18
Day 15 (2022. 7. 6.)
탑뷰 버스투어 - 허드슨 야즈 & 첼시 갤러리 - 탑 오브 더 락

주의 - 사진이 굉장히 많습니다. 데이터 주의.

 

    이 날은 미뤄둔 버스투어를 하는 날! 아직 흐린 날씨지만 일기예보상 비가 오지는 않을듯 해서 빠르게 버스투어를 끝내버리기로 했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버스투어는 빅버스투어(Big Bus Tour)인데, 나는 탑뷰 버스투어(TopView Sightseeing)를 선택했다. 아마 노선을 보고 좀 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랐던듯? 탑뷰 버스투어의 경우에는 다운타운과 업타운, 브루클린까지 다양한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서 좋다. 다만 버스 탑승장소를 찾는게 좀 어려웠는데, 빅버스들은 몇대씩 줄줄이 서 있는데 탑뷰 버스는 타는 곳을 찾는게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업타운이랑 다운타운 루트 버스를 기다리는 장소가 같은 곳이어서 처음에 혼선도 조금 있었고.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버스 배차간격도 짧지 않았다. 노선에 따라 명확하게 선호하는 곳이 있는 경우라면 탑뷰 버스투어를, 그냥 버스에 몸을 맡기고자 한다면 빅버스가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내본다.

    버스를 타기 위해 타임스퀘어를 지나게 되었다. 앞으로 며칠간 여러번 왔다갔다하게 되는 장소이지만 처음은 또 처음답게 살짝 설렜다. 광고판들이 어지럽게 걸려있었고 간간히 극장에서 올라오는 뮤지컬 혹은 연극을 홍보하는 광고도 보였다. 그치만 가장 많이 보였던 광고는 당시 넷플릭스에서 새로 올리는 신작에 대한 것. 넷플릭스를 안봐서 어떤 작품인지는 까먹었지만... 아 브로드웨이 한복판에 라인프렌즈 샵이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지나가다 본 뮤지컬 포스터들을 보며 한국에도 얼른 SIX가 올라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는데 3월에 온다. 만세!

 

012

# 탑뷰 버스투어

    탑뷰 다운타운투어 버스를 타면 타임스퀘어에서부터 맨해튼 아래쪽을 주욱 훑어준다. 상세한 루트는 탑뷰 버스투어 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길. 웬만한 주요 장소들을 다 지나가기 때문에 처음 뉴욕의 전체 분위기를 보고 싶다면 괜찮은 선택이지만, 여행기간이 짧다면 본인의 여행 목적에 따라 버스투어는 패스하는게 나을수도 있다. 왜냐면 뉴욕의 어마어마한 교통체증 때문에 좁은 맨해튼 다운타운지역을 한바퀴 도는데 아마도 두시간? 두시간 반?은 걸린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내렸다가 다시 탈 수 있긴 하지만 버스 배차간격이 30분 가량 되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지 않으면 내렸다가 다시 타면서 뉴욕을 여행하는 건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것을 목표로 하되, 한두곳 정도만 내려서 보는 것으로 하는게 나을듯.

    버스를 타고 루트를 따라 가다보면 펜역을 스쳐 지난 후 맨해튼의 심장부인! 코리아 타운으로 향한다 ㅋㅋㅋ 코리아 타운 한가운데에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위치하고 있다. 이 빌딩은 전망대에 올라가거나 멀리서 보아야 더 잘 보이고, 건물 바로 앞에 있으면 오히려 알아채기 힘들다. 그렇지만 이 버스를 탄다면 꼭! 건물 바로 아래에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고 싶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정면은 여러 전망대에서 더 멋지게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건물 바로 아래에서 시원하게 뚫린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지나면 그리니치 빌리지와 소호를 향해 다시 남하하는데, 가는 길에 뉴욕의 또 다른 상징인 플랫 아이언 빌딩을 볼 수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한국음식 먹으러 코리아 타운 오면서 지나칠 수 있다지만, 플랫 아이언 빌딩은 웬만해선 들르기 힘든 루트라 꼭 버스에서 눈에 많이 담아두길. 참고로 내가 방문한 시점에는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리미의 뾰족한 부분이 구조물로 덮여있었다. 여행을 갈 때마다 해당 지역의 주요 관광지 어딘가가 꼭 보수공사를 하고 있는 징크스가 있는데, 교토에 갔을때에는 50년마다 돌아오는 청수사 본당의 지붕교체 작업이 한창이었고 런던에 갔을때는 빅벤의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평소에 못 보는 광경이라 좋은데? 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은근히 이런 징크스가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012

    그리니치 빌리지와 소호는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서부터 경계가 달라지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건물들이 위쪽에 비해 조금 더 낮고 연식이 있어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의 거리가 더 마음에 든다. 뉴욕의 첫 인상이 정신없고 번잡하고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브로드웨이가 아니라 소호나 그리니치였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고. 요긴 일단 사진만. 나중에 걸어다니면서 가게들 몇 군데 들어가본 것도 꽤 재밌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야지.

 

01234

    지나가다 심상치 않은 파란 벽과 툭 튀어나온 철근 기둥을 보고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봤더니 이 벽면 또한 거리예술품 중 하나였다. 포레스트 마이어스(Forrest Myers)의 더 월(The Wall)12층에 달하는 건물 북쪽의 파사드에 난 건축적 상흔을 덮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2년에 철거되었다가 2007년에 다시 설치된 이력이 있는데, 건물 소유주가 광고판을 설치하고자(물론 표면상으로는 건물이 낡아 누수를 초래한다는 이유를 대긴 했다) 작품을 철거해서 작가와 소유주간의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결국 주 정부와 소유주간 극적 합의가 이루어져 65세의 노작가가 된 마이어스의 감독 하에 새롭게 부속물이 제작되고 작품이 설치되었다고. 이 작품이 없었다면 1년에 60만달러가 넘는 광고수익이 기대된다고 하니 소유주도 큰 결심을 했다. 참고로 이 작품의 작가인 포레스트 마이어스는 달 여행을 한 최초의 작품 'The Moon Museum'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지나가면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으니 여행에서 동행들에게 살짝 거들먹거리고 싶다면 요런 이야깃거리 하나 준비해 가는것도 괜찮을듯.

 

01

    소호를 지난 버스는 차이나 타운으로 접어든다. 첨밀밀의 배경이 되기도 한 장소. 상대적으로 낡은 건물들이 많고, 외부계단이 전면 도로로 이어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조금 더 옛날 뉴욕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012

    버스가 차이나타운을 지나고 나면 풀턴 마켓부터 맨해튼 서쪽 강변을 따라 주욱 내려간다. 로어 맨해튼에는 브루클린 브릿지도 있고(귀찮아서 안감) 맨해튼 브릿지도 있고(다리 아래로만 지나가보고 위로는 안지나봄) 무엇보다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있다. 강남 테헤란로를 달리는듯한 느낌? 교통체증이 극심하던 맨해튼 중심부를 벗어나서 버스가 조금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거센 강바람 + 버스가 달려서 맞는 바람의 콤보로 머리가 엉망이 되었다 ㅋㅋㅋ 꼭 머리 묶고 타시고 햇빛 가릴 모자를 쓰실거면 손으로 꾹 누르시거나 고무줄이 달린 친구로 사시길! 참고로 풀턴 마켓은 작은 상점가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장소 중 하나. 이건 일주일 후의 후기 적을때 조금 더 상세하게 적을듯.

 

012

    고층빌딩이 잔뜩 들어선 로어 맨해튼 구간을 통과중입니다. (딱히 설명할 게 없어서 빠른 퇴장)

 

012

    로어 맨해튼을 통과하여 맨해튼 동쪽 강변으로. 연꽃 모양의 콘크리트를 수백개 박아서 만든 리틀 아일랜드도 보이고 이민자들의 시대부터 사용되었을듯 한 수많은 피어들도 계속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첫 목적지인 베슬을 가기 위해 허드슨 야즈에서 내렸는데 버스기사분께서 내려서 어느쪽으로 가면 되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셨다! 버스에서 내리면 정말 허허벌판같은 느낌이라(당시 전철 차량기지 공사중이라 더 그랬을듯) 아무 정보가 없었다면 많이 당황했을 것 같은데, 기사님 덕분에 헤매지 않고 길을 잘 찾을 수 있었다.

 

012

# 허드슨 야즈 & 첼시 갤러리

    이 동네를 들른 목적은 갤러리지만, 근방에 랜드마크가 있다길래 한번 구경할 겸 배도 채울겸 해서 허드슨 야즈부터 가보았다. 벌집 모양같이 생긴 이 베슬(Vessel)이라는 건축물은 허드슨 야즈의 커다란 건물들 사이 공터에 위치해있는데 반짝반짝하는 구리빛과 투명한 유리의 조화가 꽤 괜찮다. 구조물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지만 불미스러운 사고가 몇 차례 있은 뒤로는 여기에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1층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처음 올때는 와 신기하게 생겼다 했는데 생각보다 이 지역을 지나갈 일이 몇번 있었다보니 이제는 자주 봐서 좀 친근한 기분이 든다. 아마 뉴욕에서 제일 자주 본 랜드마크가 아닐까 싶음.

 

012

    인증샷을 간단히 찍고, 배가 고파 허드슨 야즈(Hudson Yards) 쇼핑몰에 들어가 밥집을 알아보았다. 건물 입구에 있는 안내원?에게 밥(쌀밥, rice)이 먹고싶어요 라고 하니 스시집이랑 퓨전 캐주얼 아시안 식당을 추천받았다. 굳이 미국에 와서 스시를 먹을 일은 없고, 이왕이면 미국에서 바라본 아시안 음식은 어떤지 궁금도 하여 퓨전 캐주얼 아시안 식당인 Wild Ink로 가보았다. 참고로 후기 쓰면서 정보를 찾아보니 폐업이라고 하네? 음 왜 폐업인지는 알 것 같군.

    여기도 메뉴판같은건 찍지 않았었는데 하도 희한한 메뉴라서 다른 후기들 찾아보고 옴. 내가 시킨 메뉴는 Sizzling Rice Pot(28불)이랑 Seared Yellow Fin Tuna(24불). 여행와서 밥을 먹는데 맥주를 시키지 않는다는 건 죄악이므로 가볍게 하나만 시켰다. 일단 튜나는 튜나. 가장자리를 가볍게 익힌 참치 타다끼다. 오리엔탈 드레싱이 뿌려져 있는데 맛은 꽤 괜찮았다. 당연하지, 참치 타다끼니까. 문제는 밥. 저 라이스팟 설명에 시이타케(표고) 버섯, 올리브 잎 프리저브, 마라 소스 라고 적혀있어서 오 신기한데? 생각하고 주문했더니... 여러분. 저는 뉴욕에서 곤드레밥을 28불 주고 먹었습니다. 도저히 저 상황을 믿을 수 없어서 설마 하고 채소 이파리도 열심히 살펴봤는데 아무리 봐도 올리브 잎은 아닌거 같은데요... 아 모르겠다. 암튼 뉴욕에서 이국적인 경험을 한번 해보려고 했으나 누구보다도 토속적인 향취가 강하게 느껴지는 한 끼를 해결하고 옴. 뭐 맛은 있었어요. 그치만 저 밥이 28불이어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식사는 만족스럽지만 불만족스러운 미묘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이 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뷰 입니다. 베슬이 한 눈에 보여요. 제가 앉은 자리 바로 앞이 베슬이 보이는 곳이어서 굉장히 명당이었습니다. 뭐 이런 뷰값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지도? 그치만 여기 가시는 한국인 여행자분들은 라이스 팟은 고르지 마시길. 아, 폐업했으니 상관없겠군요.

 

0123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갤러리 탐방! 첼시에는 PACE, Gagosian, David Zwirner, Hauser & Wirth 같은 유명 갤러리와 그 외 중소 갤러리들이 모여있다. 허드슨 야즈부터 첼시까지 주욱 내려가면서 갤러리들을 들러보았는데, 그 중 가장 처음 찾은 곳은 백남준 선생님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던 가고시안(Gagosian). (사실 Pace를 먼저 갔는데 휴관이었다...) 참고로 이 날 열린 전시는 백남준 전시 Part. 1 이었고 한달여 후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다른 전시관에서 Part. 2가 이어 열렸다. 백남준 선생님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험 중 하나. 첫번째 사진은 베를린 장벽 일부분을 가지고 와서 만든 것. 여전히 분단된 채 남아있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 우리의 장벽은 언제 허물어질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든다. 두번째 사진은 백남준 선생님의 이름이 가득 적힌 옛날식 텔레비전. 세 번째 사진은 Zen for TV의 다른 버전.

 

012

    그 외 다른 갤러리들 사진은 일단 뭉뚱그려서 올려본다. 갤러리별로 각자 나눠서 올리려니 너무 많아서... 지쳐서 못 올리겠음...

1 - Jeppe Hein. 저런 문구를 자기 자신이 비쳐보이는 거울에 적어두었다는게 의미심장하면서도 잔인하군

2 - Rob Fruitt, New Faces 전시. 슬픔이 같아. (여기까지 303갤러리)

3 - Lee Lolanzo. 뭔지 모르겠엉... (여기는 Hauser & Wirth)

4~6 - Barbara Kruger.  시카고 현대미술관에서 몇달 전에 특별전이 열렸고, 바로 지금 MOMA에서도 전시가 열리고 있는 데 David Zwirner에서도 이렇게 전시를 볼 수 있다는 데서 얼마나 핫한 작가인지 여실히 체감이 되었음. MOMA 전시는 넓은 공간을 이용했지만 조금은 단조로웠다면, 갤러리에서 본 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음. 강아지를 데리고 전시를 보러 오는 광경도 놀라웠고.

7 - Richard Serra. 이 넓은 공간에 저 기둥 하나를 달랑 전시하는 공간의 낭비에서 오는 희열. (요기까지 David Zwirner)

8 - Gina Beavers. 립 색깔이 참 예쁘군요

9 - Serah Meyohas. 끝없이 이어진 문, 비현실적인 세상 속 어딘가로 이어질법한 통로. (여기까지 Marianne Boesky Gallery)

10 - 일본 전통화 느낌. 그냥 그랬다. 갤러리도 기억이 잘 안남.

 

0123456789

    그리고 이 날 본것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Dia Chelsea의 전시. 뉴욕에 가면 Dia 재단이 설립한 몇 개의 전시관을 가볼 수 있는데, 디아 비컨(Dia Beacon)이 가장 유명하지만 거리가 좀 있어 가기 힘들다면 디아 첼시도 좋은 선택일듯. 내가 다녀온 기간에는 Camille Norment의 Plexus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종 모양을 거꾸로 만든 그릇 위에 추를 올려둔 작품 하나, 그리고 전시관 하나를 통채로 사용해서 나무 목재들이 모이고 해체되는 모습의 공간 하나. 포스팅에는 두번째 공간에 대한 사진만 담았는데, 이 공간이 특히 인상적이어서 다른 작품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보니...

    고등학교 교실 네다섯개는 족히 들어갈만한 넓은 공간은 전면 유리와 천장에 넓게 뚫린 채광창을 통해 아주 밝은, 그렇지만 눈부실 정도는 아닌 온화한 빛이 공간을 감싼다. 나무판자들은 앉기 좋게 몇겹이 가지런히 쌓여있기도 하고 어지럽게 갈라져 천장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낮은 울림음이 공간에 퍼진다. 이 음은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조금 멀리서 들려오기도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진원지를 찾을수가 없다. 나무판자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추적해봤지만 결국은 포기, 공간 자체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저 반듯반듯한 모양이 너무나 앉고싶게 생겨서 직원분에게 앉아도 되나요? 여쭤보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앉아봄. 공간의 바깥쪽에서 안쪽을 보며 앉는 것도, 바깥을 모여 앉는 것도, 건물 외부의 거리가 보이는 장소에 앉아보는 것도 모두 다른 경험을 주었다. 내가 가장 좋았던 장소는 전시실 가장 안쪽, 목재들이 어지러이 널부러진 장소 바로 앞. 한참을 앉아서 멍-때려보려 노력했다. (물론 머릿속에서 다음 일정을 자연스레 계산하느라 완전한 pause-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01

 

    첼시 갤러리들을 하나하나 다 둘러보려면 며칠을 써도 모자랄 것이기에, 오늘은 이 즈음에서 갤러리 탐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나오는 길에 워홀옹의 얼굴이 그려진 심상치 않은 벽화가 보여서 찾아보았더니 역시 이것도 미술작품이었네. Eduardo Kobra의 Mount Rushmore of Art. 러쉬모어 산은 가보지 않았지만 거기 그려진 위대한 대통령들에 비견할만한 현대 미술의 거장들을 그려놓았다.(물론 어느정도는 본인 취향에 따른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 프리다 칼로, 키스 헤링, 장 미셸 바스키아라고. 솔직히 뒤의 두 명은 그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나서야 얼굴을 알았다. 이렇게 생기셨군요.

 

 

# 탑 오브 더 락

    뉴욕 전경을 보러 탑 오브 더 락(Top of the Rock)으로. 원래는 전날 보러가려고 했는데, 여행기에 적혀있듯 그날 저녁 비 예보가 있어서 날짜를 미리 바꿔놓았다. 참고로 나는 대부분의 티켓을 타미스(Tamice, 알아서 검색하세용)를 통해 미리 예매해두었는데 이렇게 예매한 티켓의 날짜를 바꾸기 위해서는 일단 탑 오브 더 락에 직접 찾아가서 바꿔야 한다. 여간 귀찮은게 아니니 처음 예약할 때 알아서 잘 하자. 날씨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원래는 적당한 저녁 타임에 들어가서 바깥이 잘 보이는 자리를 미리 선점하고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목표였다. 밝은 하늘부터 서서히 석양이 내리는 모습, 완전히 어두워진 뉴욕의 야경까지 한 큐에 보자!가 목적이었지만... 기다리는 데에는 소질이 제로인지라 결국 야경을 보는 데에는 처참하게 실패. 적당히 어두워질락말락 할때쯤 포기하고 나왔다. 그래도 꽤 오랫동안 뉴욕의 경치를 사방에서 즐겼다. 뉴욕에 있는 전망대 중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제일 예쁘게 나오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 그렇군... 정도의 감흥. 오히려 센트럴 파크가 한 눈에 들어오는 방향이 더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치만 정말 바깥을 보는 것 아니면 할 게 없다. 그렇게 멍하게 똑같은 풍경을 보느라 시간을 계속 낭비하는 것도 아까웠고, 내 인생에서 뉴욕 야경을 못본다고 크게 아쉬운 일이 생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닌것 같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탈주했다.

 

0123

    탑 오브 더 락에서 내려올 때 머릿 속에는 단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밥을 먹어야 해. 밥! 밥!!! (점심때 '밥'을 먹은 사람입니다) 내려오기 전, 뉴욕에 있는 한식집들을 검색해본 후 코리아타운으로 가서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근데 왜 웨이팅이... 있죠...? 순두부집이 이렇게 핫한가요...??? 줄 서서 음식을 먹는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뉴욕에서 순두부를 먹을 수 있는 다른 곳이 또 어디 있겠나 싶어서 그냥 기다렸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자리에 빠르게 앉을 수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 가게에 들어가보니 다른 뉴욕의 레스토랑들과는 다르게 한국식으로 서빙이 이루어져서 아주 빠르고 정확하다. 한국인 대만족! 메뉴는 제육두부김치랑 순두부찌개 세트를 시켰는데 이게 26.99 달러였던듯? 이 정도면 한국에서 먹어도 이해할법한 가격.(물론 한국 기준으로 쪼끔 비싸긴 하다) 무엇보다, 음식이 진짜 맛있다. 와 내가 여태 먹었던 순두부 찌개중에 제일 맛있었음. 외국에서가 아니고 한국에서 먹었던 것까지 다 합해서 고려해봐도! 여기가 최고였습니다.

    이렇게 하루종일 바쁜 여정을 마치고 저녁까지 든든하게 해결한 후 숙소로 귀가. 한게 많았던 만큼 후기도 길고 기네요. 다음날 후기는 좀 짧을라나? 아 다행히 좀 짧겠군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