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22) 미국 - 시카고, 뉴욕 등

미국여행 Day 17. 뉴욕 (뉴뮤지엄 -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 뮤지컬 '물랑루즈')

eunryeong 2023. 2. 7. 02:56
Day 17 (2022. 7. 8.)
뉴뮤지엄 - 그리니치 빌리지, 소호 - 뮤지컬 '물랑루즈'

 

    내가 묵었던 숙소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면 항상 언급되는 장소가 있었다. 뉴욕의 3대 베이글 맛집 중 하나라는 에싸 베이글(Ess-a-Bagle)이 숙소 근처에 있다는 것. 덕분에 아침은 이 곳에서 베이글로 해결했다는 후기들이 굉장히 많았다. 조식을 주지 않는 숙소였기에 아침을 이 곳에서 해결해야지 굳게 다짐했었는데, 막상 아침이 되니 귀찮아서... 밍기적 대다가 이 날이 되어서야 한번 주문을 해봤다. 가게에서 직접 주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미리 주문하고 픽업도 가능하고, 항상 주문 대기줄이 길었던 게 기억나서 홈페이지를 이용해보기로 함. 카운터에서 직접 하나 하나 골라서 주문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이때 주문한 메뉴는 아마도 연어가 들어간 베이글 샌드위치였던것 같음. 빵은 에브리띵 베이글, 치즈는 그냥 플레인 크림치즈? 주문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ㅎㅎ 맛있었습니당. 근데 뉴욕 물가도 물가인지라 꽤 비싸네...하고 생각했는데 한국 왔더니 동네 베이글집도 그 정도 가격이라서 그냥 수긍하기로. 아니면 내가 요즘 물가에 적응을 못하는건가ㅠ

 

 

    이날은 뉴 뮤지엄에 갔다가 근처 동네들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뉴 뮤지엄(New Museum)은 휘트니 미술관 큐레이터였던 마샤 터커가 세운건지 협력한건지 아무튼 영향을 끼친 미술관으로, 현대미술 관련 전시가 주로 진행되고 있다. 박스들을 무심하게 툭툭 쌓아놓은듯한 모양에 외부에는 마름모 모양의 철제 그물을 씌워놓았는데, 마치 트럭에서 화물을 싣고 난 다음에 그물로 덮어씌우는 그런 모양새가 연상되기도 했다. 미술관 찾아가느라 정신없어서인지 외부에서 찍은 사진이 없는데, 관심 있으신 분은 블로그 같은 곳에서 찾아보시길.

    이 미술관의 또 다른 유명세는, 7층 발코니에서 보이는 뉴욕 뷰. 유명한 전망대가 있는 맨하탄 중부와 달리, 뉴 뮤지엄은 맨하탄 남부지역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저층이라서 좀 더 뉴욕 시민들의 생활과 가까운 뷰가 펼쳐진다. 굉장한 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술관에 간다면 한번 들러볼만한 장소일 듯.

    뮤지엄 방문했을 때 기억 한가지 더! 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건물 입구에 있는 직원분이 전시 잘 보고 나왔냐며 오늘 스커트가 멋진데! 하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름에 자주 입는 보라색 반짝이 치마를 입고 갔는데 요게 눈에 들어오셨던 모양! 고맙다고 인사하고 오늘 하루 잘 보내! 라며 인사하고 나오는데,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어깨가 으쓱 올라가더라. 이런 소소한 칭찬을 자주 주고받는 문화이다보니 미국인들의 자존감이 높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물론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인종의 벽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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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의 Robert Colescott의 전시부터. 기억나는 그림들만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 Olympia. 마네의 유명한 올림피아를 모티브로 한 작품. 설명판에서는 원작과 비교할 때 흑인여성을 좀 더 전면으로 끌고 왔다고 적혀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오히려 배경과 흑인 여성의 옷과 피부색을 일원화시켜서 오히려 그림에서 지워버린게 아닌가 싶었음.

2 - View of Columbia Gorge. 예쁘고 멋져서 찍어둠. 이런 톤의 하늘과 물색 그림은 항상 좋아합니다.

3 - Eat Dem Taters. 어딘가 이 전에 갔었던 미술관에서도 이와 유사한 그림을 본 것 같은데... 암튼 일상을 즐겁게 그린 그림들도 좋아합니다.

4 - The Wreckage of the Medusa. 메두사 호의 비극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 코카콜라 병이나 캠벨수프 깡통은 그렇다 쳐도, 이 상황에서 죠스가 등장해버리면 이 사람들은 어쩌지... 하늘이 파랗기만 한게 아니라 불그스름하게 노을진 모습도 어딘가 이들에게 닥친 불행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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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의 Bárbara Wagner and Benjamin de Burca 전시(사진 1)는 오늘날의 브라질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인 듯 했다. 영상작품들이 많아서 잠시 벽에 기대거나 나무스탠드에 앉아 작품을 감상했는데, 딱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없는듯. 전체적으로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브라질의 모습을 다양한 모습으로 담은 듯 했던 기억이...

    4층에는 거대한 설치전시인 Kapwani Kiwanga: Off-Grid(사진 2~4)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류의 설치미술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미술작품의 감상을 십분의 일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든데, 이 작품처럼 포근해보이는 거대한 둥근 벽과 서늘한 은색의 날카로운 선형 구조물, 이렇게 상반된 구조물이 함께 배치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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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을 나와 그리니치 빌리지를 지나 소호로 향했다. 목적한 곳까지는 거리를 구경하며 슬렁슬렁 걸어갔기에, 다니면서 예쁜 거리도 구경하고 재밌어 보이는 것들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첫번째 사진은 그래피티, 스티커, 포스터의 흔적으로 콜라주된 우체통. 그리니치 빌리지가 아닌 다른 뉴욕 거리에서도 이런 작품(?)을 몇개 봤지만, 이 우체통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운 것은 보지 못했음. 두번째는 워홀의 캠벨 수프 캔이 그려진 음식 무료 공유를 위한 냉장고(라고 적혀있었는데 진짜 음식이 있는지 열어보진 않았음). 캠벨 수프캔이 올가닉, 베지터블로 그려진 것을 보며 이게 힙의 정석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 했다. 세번째 사진부터는 어느 벽면에 칠해진 어두운 도형들. 조금 더 어둡거나, 밝거나, 붉거나, 흐릿하거나. 각기 다른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흔히 사람들은 이를 모두 퉁쳐서 '블랙'으로 부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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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그리니치 빌리지와 소호 탐방을 통틀어 유일하게 미리 정해둔 목적지, 굿즈 포 스터디(Goods for the Study).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맥널리 잭슨이라는 서점에서 운영하는 문구샵이다. 그치만 미리 이야기드리자면, 굳이 방문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문구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건 일본제 필기구와 노트... 연필은 미국 제품도 있긴 하지만, 그냥 홍대에 있는 연필 전문 매장에서 사는게 나을듯. 아 노트들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라인들도 있어서 두어개 사왔음. 동생을 위한 만년필용 잉크도 하나 사오고. 여담이지만 이 곳에서 만난 세라믹 샤프심 반갑더군요. 하긴 샤프심은 세라믹 샤프심이 제일 좋긴 했어. 최종적으로 이 곳에서는 색연필 서너개와 연필 두어자루, 노트 두어권과 만년필 잉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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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에는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가게, 혹은 마주친 몇가지.

 

1 - 빈티지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고 일부러 찾아가봤는데, 내 취향의 물건(정확히는, 굳이 미국에서 한국까지 들고 오고싶어지는 것)은 없어서 뻘쭘하게 다시 인사하고 나왔다.

2~3 - 어디에나 있는 유니클로. 프라이드 먼쓰인 만큼 이곳에서도 레인보우기의 물결.

4 - 왠지 힙해보이고 올가닉해보여서 들어간 디 오디너리(The Ordinary). 주요 성분과 함량 위주로 적힌 심플하고 왠지 신뢰감 가는 제품군이 마음에 들었지만, 환율의 압박으로 그다지 저렴하지도 않았고 화장품에 원체 관심이 없어서 그냥 슥 훑어만 보고 나왔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에도 들어온 브랜드인듯? 근데 굳이 안쓸거 같다.

6 - 뉴욕에서 만난 태권도 도장 포스터. 승단심사가 Belt Promotion인가본데, 4주만에 올라갈 수 있는겨? (태권도장 안다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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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니치 빌리지까지는 나름 재미있게 여기저기 들어가보고 했는데, 소호는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만 주구장창 있어서 그다지 재밌어보이는 곳이 없었다. 그냥 이런 브랜드들이 있구나 하고 슥 둘러보면서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맨하탄의 서쪽. 이후에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볼 예정이라, 스프링 스트리트 역 근처에 있는 라쿠(Raku)에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우동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브로드웨이로 가면 되겠다! 라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와! 그것도 소나기가! 우산을 살 만한 장소도 딱히 안보이고 식당까지 거리도 멀지 않아서, 일단 손으로 눈 앞쪽만 간신히 막고 열심히 걸어(라기보다는 뛰어)갔다.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서 식당에 일단 들어왔는데! 자리를 안내받고 들어왔는데 메뉴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 알고보니 라쿠가 아닌 근처의 슈카(Shuka)라는 가게로 들어온 것. 하필 이 곳이 중동식 레스토랑이라 평소에 먹어보지 않았던 메뉴들이다보니 솔직히 좀 당황했다. 그치만 입구에서 안내해주시는 분이, 굳이 무언가를 안시켜도 되고 비가 그칠때까지 여기서 있어도 된다고 이야기 주신것에 감동한 터라ㅠ 새로운 음식을 한번 경험해보자 싶어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Mediterian Plate로 주문. 마실 것들도 시켰는데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남. 아마도 맥주였던것 같은데... 무슨 맥주였지...? 

    이 중동식 플레이트의 구성은 아래 사진과 같다. 누룩이 들어있지 않은(듯한) 빵 몇조각과 빨간 후무스, 팔라펠, 아삭아삭한 야채피클. 개인적으로 내 취향에 딱 맞았다! 후무스는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긴 했는데, 후무스를 튀긴 팔라펠은 이번이 처음. 아마 기억에 빠니보틀 유튜브에서 본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암튼 팔라펠 맛있어요 강추입니다. 너무 맛있게 먹은지라 한국 들어오자마자 수소문해서 냉장고에 냉동 팔라펠 쟁여놓음 ㅋㅋㅋㅋ 저 야채절임들도 맛있음! 빨간 친구는 비트인것 같고, 다른 것들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삭아삭한데 살짝 새콤한 정도여서 식욕을 적절하게 돋구는 훌륭한 곁들이였다! 가격은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근처에서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으신다면 여기 추천합니다 :)

 

 

    완벽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친 비. 뮤지컬 공연시간을 맞추기 위해 식당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참고로 스프링 스트리트 근처에 CBD라는 단어가 적힌 간판이 여러개 있었는데, 어디선가 이 가게들이 마리화나를 파는 곳이라는 정보를 이미 접한 터라 조심하면서 다녔다. 근데 이 동네가 CBD 상점 밀집지역인건지 한 블럭에서만 네다섯개? 정도씩 보이는 듯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관광기념품인줄 알겠다 싶을 정도. 뭐 가게 분위기는 또 쉽사리 들어가기 어려워보이긴 하지만. 내가 방문한 시점이 뉴욕에 마리화나가 합법화된지 일년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가게가 많이 생겼나?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작년 12월 말에 처음으로 합법화된 기호용 마리화나 가게가 개업했다고 하네...? 그러면 그 가게들은 다 불법인가? 뭐지?? 알 수 없지만 뭐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니.

    암튼, 지하철 E호선을 타고 올라와 브로드웨이로. 이날 공연은 로터리에 당첨된 물랑 루즈! 원래 브로드웨이에서 보려고 한 공연들 중에 물랑 루즈는 없었는데, 로터리 당첨이 된 바람에 보게 된 ㅋㅋㅋ 미묘한 케이스였다. 미국 여행을 하는 시점에 이미 물랑루즈의 한국 라이센스 공연이 확정된 터라, 가급적이면 한국에서는 보지 못할 공연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브로드웨이에서 보고 온게 다행이다 싶었다. 첫 번째로, 브로드웨이의 극장은 장기간 물랑루즈를 전용으로 올리고 있어서 외관부터 내부까지 물랑루즈 극에 맞춤으로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 한국 라이센스 공연도 많이 노력했지만, 공연장 크기와 구조의 제약으로 물랑루즈 오리지널 무대의 느낌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한데, 한국 공연티켓 너무 비싸... VIP석 18만원이라뇨? 요즘은 로터리 티켓과 같은 시스템 도입해서 그나마 낫긴 한데, 암튼 한국에서 18만원(혹은 A석 9만원) 주고 이 공연을 볼 생각은 전혀 없기에...

    공연 후기는 크게 이야기할 건 없다. 워낙 좋아했던 뮤지컬 영화고, 집에 DVD도 있을 정도라서 내용은 유치한거 이미 알고 있고 음악도 좋은거 알고 있고... 유어 송, 컴왓메이, 레이디 마말레이드, 록산느 같은 메인 넘버들은 그대로 나오고 파이어워크, 샹들리에 같은 최근 팝넘버도 나오고. 개인적으로 도입부에서 보위에 렛츠 댄스 듣고, 역시 미국에서 보위는 렛츠 댄스구만! 했던게 기억에 남음 ㅋㅋㅋㅋ 아 이거 한국에서도 렛츠 댄스 나오나? 요 부분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안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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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고 난 후, 물랑루즈 로터리 티켓 당첨된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같이 저녁 먹기로 했다. 미국여행 정보 카페에서 만났다고 해야하나? 암튼 알게 되었는데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었더라...? 기억이 안나네... 암튼 나를 포함해 3명이 모여 같이 저녁을 먹었다.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 이미 자리가 만석인 곳이 많아, 몇 곳 들러보다가 버거 앤 랍스터를 방문. 미국에서도 여기를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암튼 간단하게 음식을 먹고, 맥주 한잔씩 마시고, 이날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미국에 왜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짐. 오랜만에 한국어를 실컷 써서 후련한 기분이었다! ...라고 하기에는 한국 친구들과 헤어진지 일주일도 안되었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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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소소한 사고?가 있었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오니 문이 열려있길래 허겁지겁 탑승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문이 닫히지 않고 열차가 출발할 기색이 없는 것. 뭐지? 싶어서 구글맵을 켜보니... 44분 후에나 출발한다고 적혀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여기에서 숙소까지 걸어가도 30분 안에는 도착하는데. 어떻게 할까 싶어서 잠시 고민해보다가, 더 늦게 숙소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지금 시간에 맨해튼을 가로지르는게 낫겠다 싶어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숙소가 가까워서 다행이지, 걸어가기 힘든 거리였으면 어쩔뻔 했나 싶어(뭘 어쩌겠어 우버 타겠지...) 진땀을 흘린 순간. 혹시 지하철을 탔을 때 분위기가 심상찮다 싶으면 일단 구글맵을 켜봅시다. 구글맵은 다 알고 계시더라구요. 해외여행에서는 구글맵 맹신론자입니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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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17일차 여행도 끝. 이날 여행기록은 유난히 적기가 힘들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으로 남은 여행기는 또 언제 쓰지...(마감에 마감에 마감의 연속인 기분...) 암튼 이날 만난 가장 아름다운 프라이드 먼쓰기를 마지막으로 진짜 빠잉! 다음 후기는 조금 더 빠르게 돌아와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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