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컨텐츠 갈무리

2022년 12월의 문장 스크랩 - 1

eunryeong 2023. 1. 5. 18:23

2022년 12월에도 여러가지 글을 읽었다. 마찬가지로 롬 리서치에 담긴 여러 글을 다시 추려보고 정리했기에 양이 조금 많을 듯.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글을 2개로 나누었음에도 이번 글이 꽤 길다. 더 줄이고 버릴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어.

 

좋은 소비는 경험을 사는 것이다
- craft + alchemy, 5가지 생각

 

    소비의 대부분을 경험을 사는 소비로 채우고 있기에(블로그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저 문장 자체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요즘 내겐 그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이후의 문제라는 데 생각이 멈추었다. 경험, 혹은 경험을 위한 기회를 사는 것에 돈을 아끼지는 않지만 그 경험을 꾸준히 쌓아나가고 적립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회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로 그치는 경우가 너무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 일도 그렇지만, 소비도 결과가 중요하다.

 

목적 없는 여행은 곧 목적 없는 삶을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 현타를 날려주곤 했다. 
삶도 여행도 뾰족한 Theme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온다.
- 윤소정, 생각구독 11월호

 

    산만하고 산발적인 경험들에 대한 조금은 뼈 아픈 이야기. 참고로 이 문장에서의 '여행'은 단순히 비즈니스 트립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싶을 때, 경험을 확장하고 싶을 때, 시야를 넓히고 싶을 때 등등,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에서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 평소와 같은 여행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뾰족한 사람이 아니다. 뾰족해 질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없다. 그렇다면 마구잡이로 더 넓히로 흐트려놓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점점 삭제하는 시절을 계속 보내고 있어요.
- 백현진

 

    백현진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깊이 공감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가장 와닿았던 구절은 이것이었다. 계속 넓혀나갔던 나의 세계를 서서히 좁혀가는 것. 이것은 지금까지 쌓인 것들 중 '정수'를 가려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서도 필연적인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비우고 없애고 깎아내야 하는 시점.

 

현대의 문제점은 실행보다 설명을 더 잘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 Nassim Taleb

 

    무섭고 신랄한 문장. 누군가는 이 문장을 보고 실행을 잘하는 사람들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설명을 잘 하는 방법도 익힐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내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밀려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테니까.

 

팀원들은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리더를 신뢰하지 못해요.
- 뉴스레터 '미라클레터', 벤투 감독은 어떻게 선수들의 신뢰를 얻었나

 

    리더십이라는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좋은 리더가 되기도 쉽지 않지만, 자기에 대한 의심 없이 굳건한 리더가 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그리고 팀원들의 신뢰를 얻은 리더를 잡지 못한 협회에게는... 네 뭐 알아서 잘 하시길.

 

독서라는 것은 사고하는 대신에 다른 사람의 두뇌로 사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대기만 하면 자신의 사고가 아니라 남의 사고에 복종하게 된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가 살던 시대에는 독서였겠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에는 TV 혹은 유튜브가 더 적절할 것 같다. 물론 독서도 당연히 해당된다. 비판적인 읽기. 스스로 사고하기. 의심스러운 부분은 팩트체크.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

 

세계 최고의 영화가 의미가 있었던 건 
심지어 영화광들에게도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영화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이게 언제까지 갈까요.
- djuna의 트위터

 

    2022년 12월에 접한 모든 컨텐츠를 통틀어 가장 크게 인사이트를 얻었던 문장. 매년 연말이 되면 관습적으로 올해의 무언가를 선정하곤 한다. 올해의 영화, 책, 노래, 연극, 뮤지컬, 배우, 예능 등등. 그러나 엄밀히 이야기해서, 한해동안 세상에 나온 모든 컨텐츠를 섭렵하고 그 중 최고를 가려내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사실 이러한 문제는 매년 말 뮤지컬 어워즈 이야기가 나올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던 생각이긴 하다. 그러나 그 행위가 관습적으로 그래왔기에 여전히 의미없는 요식적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또 다른 지점이었다.

 

새것이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자랑이 될 수 없다
- 건축탐탐 강연, 세계의 공연장 건축

 

    이 내용에 대한 생각은 지난번에 정리한 강연 후기에서 발췌한다.

 

    헤리티지. 오늘날처럼 새로운 것이 계속 빠르게 생기는 시대에서는, 오리지날리티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넘버원이 되기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온리원이 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지금, 올디스트원이 될 수 있는 역사를 가진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한편, 역사를 스스로 쌓아나가지 않고 다른 역사를 사와서 헤리티지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은 개인적으로 선호하기 어려움도 밝혀둔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은 역사는 없으니만 못해.

 

비디오로 할 거를 굳이 그림으로 그리지 말고, 
글로 쓸걸 괜히 퍼포먼스로 하지 말고,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걸 괜히 그림 그리지 말고, 이런 식이요.
- 백현진

 

    내가 만드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것. 혹은, 굳이 다르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을 억지로 가져다 붙이지 않을 것.

    다르게 표현하면, 그 자체로 자연스러울 것.

 

늘 흥분이 지속되지 않고, 과장되지 않기 때문에 야구는 우리의 너무나 삶을 닮아 있고, 
때문에 사람들은 야구를 사랑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오승환

 

    2007년 프로야구 개막을 맞아 인터뷰한 내용을 뒤늦게 보게 되었다. 야구에(정확히는 선수들, 구단들에) 끔찍할 정도로 실망했던 적도 있고 몇 년간은 쳐다보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야구를 보게 된 이유는 야구가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저녁 세시간씩 티비를 틀어놓아도 대부분의 시간은 투수가 공을 던지고, 공이 포수의 미트에 박히고, 가끔 치는 공이 멀리 떠서 외야수가 천천히 잡거나, 또르르 굴러가서 내야수가 편하게 잡아 1루로 던진다. 가끔은 투수가 스트존을 벗어난 공을 많이 던져서 타자가 1루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흥미진진한 순간은 몇 번 오지 않는다. 어떤 날에는 조금 많이 오기도 하지만, 환희의 순간이 아예 오지 않는 날도 있다. 타자는 타율 3할, 투수는 자책점 3점이 잘 하는 선수의 기준인 야구는 준비된 실패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스포츠이고, 그렇기에 가끔 찾아오는 흥분이 더 없이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