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113]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여덟번째 관람 후기

eunryeong 2023. 1. 14. 01:49

- 광유다의 세미막공이자 13일의 금요일 공연. 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마저 13일의 금요일스러웠다.

 

- 공연에 대한 감상은 미묘...하다고 해야하나. 우선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던 1막. 오케와 배우 합이 자꾸 안맞는게 느껴졌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배우들의 스타일의 문제인가 생각했고 오케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망의 2막에서... 배우들 감정선이 극에 달하는 빌라도의 채찍형 선고 전 장면에서, 오케 혼자 대차게 달리는 바람에 태한빌라도 대사 한 소절 날아가고 앙들 채찍씬 타이밍도 못 맞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때는 진짜 너무 화가 나서 공연이고 뭐고 싶은 상태였음. 아니 지금까지 수십번 공연을 해오면서 합을 맞추던 갓상블이 갑자기 이날 채찍 타이밍을 틀릴리가 없잖음???

    아 진짜 이제 공연 다섯번 남았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이러나 싶어서 너무 절망적이던 찰나, 슈퍼스타가 등장해주셨다. 그것도 (컷콜에서) 하입보이와 함께. 덕분에 오늘 공연을 싸그리 휘발시켜놓고(라기에는 나름 후기 적다보니 쥐어짜지긴 합디다만) 이 미묘한 감정을 세탁기에 넣어 돌린듯이 탈탈 털어버리게 만들어버린 갓슈퍼스타 찬양합니다. 아니, 갓하입보이슈퍼스타에게 경배를.

 

- 1막에서 계속 집중이 안되었다고 했는데 2막은 와 시작하자마자 바로 집중모드. 가끔 지저스 배우들이 산만한 분위기를 본인들의 연기와 노래로 확 잡아이끌어서 기강을 세우는 모습이 보이는데, 오늘 공연도 딱 그랬다. 최후의 만찬에서 포도주 따라주고 빵 찢어줄때부터 감정을 잡더니 유다와 붙는 장면에서 서로 배신감에 점점 격해지는 게 느껴짐. 그런데 오늘 공연이 유난히 달랐던게, 유다가 간절하게 울면서 매달릴 때 무릎을 꿇고 가만히 어깨를 내어줌... 유다가 그 어깨에 얼굴을 파뭍고 흐느끼는데 천천히 유다를 안아주는 지저스라니... 그러면서 눈물을 닦아주는 지저스라뇨... 마스크 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인게, 이 장면에서 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내내 어? 어? 어??? 이 상태였음.

 

- 오늘만큼 지저스가 절절하게 유다를 사랑하는 장면이 많이 보인 적도 처음인것 같은데, 그럼에도 한번만 날 사랑해달라며 우는 유다를 보며... 지저스의 사랑을 좀 봐줘...(라고 하지만 극의 진행을 위해서는 몰라야만 한다...)라고 속으로 계속 생각함. 심지어 슈퍼스타에서도 슬프게 지저스(=2층 어디메)를 바라보면서 노래 부르다가 중간에 잠시 뒤 돌아서 감정 추스르는것 같았는데 하아ㅠ

    한편, 왠지 오늘의 유다는 그동안 사랑받지 못해서 슬펐던게 아니라 지저스가 그만큼 자기를 사랑해줬음에도 배신을 하게 되었는데 지저스가 더이상 날 아껴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같기도 했다. 이미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그 상실이 얼마나 큰지 더 뼈저리게 알고 있는. 그래서 더 힘들어하는.

 

- 템플씬에서 예빈사제가 영아앙 간이무대? 같은 받침대 놔주는 거 처음 발견함! 예빈사제(여기서는 그냥 잡상인이지만) 표정이 너무 실감나서 신기하게 계속 보고 있는데 어디서 강한 눈길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쳐다봤더니 영아앙이 나를 바라보며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왠지 눈을 피할수가 없어서 그대로 굳어서 쳐다봄... 와 영아앙 연기도 연기인데 안광이 진짜 크-_-bb 오버추어에서 앙들 모여서 앞으로 손 내밀며 천천히 걸어나오는 장면에서도 항상 영아앙 표정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번에도 시선을 납치당했다(?)

    소소하게 발견한 앙들 이야기 조금 더. 호산나에서 예나앙 열심히 보고 있는데 광유다가 왼쪽에서 튀어나왔고, 예나앙이 광유다를 향해 놀리는?듯한 장면을 목격. 아 호산나에서 앙들이 유다 무시하기만 하는게 아니었어? 여덟번째 관람만에 찾아낸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리고 지난 공연으로 새로이 눈여겨보게 된 현수앙. 헤롯왕 씬에서 열일하고 계시더군요. 되게 곱고 잘 어울렸음. 헤롯왕 등장할 때 실커튼 촤락 걷는 장면에서, 실커튼 한 올이 미처 걷히지 못하고 가운데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데 슬기앙이 능청스럽게 연기하면서 잘 처리함. 크 역시 안정의 지크슈 앙상블!

 

- 전재현 헤롯이 지저스에게 '너 죽고싶구나? 그럼 안죽일래' 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고 와 정말 재현헤롯답구나 싶었다. 지저스를 정치적인 위험인물로 생각하는 그런게 아니라, 약간은 장난감 같이 실컷 가지고 놀면서 재미를 보는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그 와중에 지저스의 의도가 죽음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하고. 어차피 지저스는 헤롯이 죽이든 빌라도가 죽이든 상관은 없기에 누구든 얼른 날 죽여라는 심정이었을 것.

 

- 그리고 오늘은 아쉬운 점도 적어야겠음. 서은광씨의 헤븐 온 데이어 마인드(진짜 매번 적기 너무 귀찮은 이름...)는 약간 기복이 있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유난히 아쉬웠던 날이기도 하다. 근데 항상 이 넘버 들을때마다 생각하는게, 가장 하이노트 찍을때 힘겨워하는게 아니고 딱 그 음이 잘 안나오는 포인트 부분들이 있는데 창법을 조금 바꾸거나 동작을 약간 수정하면 충분히 깨끗하게 넘길 수 있을법한 느낌이라 더 아쉬운 마음이 크다. 깨끗하게 잘 처리되는 날도 있다보니 그대로 가는게 아닐까 생각하지만 조금 더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준다면 좋을텐데. 라이브의 특성상 모든 공연을 완벽하게 클린하는 것을 크게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 90% 이상은 안정적으로 잘 끝냈다는 느낌이 들도록 밸런스를 맞춰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 이건 아쉽다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상. 유다데스에서 '결국 당신은 마지막 결정을 내렸어'를 다시 읊는 유다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흐름에서 이렇게 대사를 치는지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마지막 결정 내려서 유다한테 배신을 종용하고, 배신한 유다와 대판 싸우고, 울면서 끌어안으며 화해하고, 체포되어 피 흘리며 끌려가는 모습까지 다 보았는데 갑자기 여기서 '마지막 결정'이요...? 수미상관 형식이 덕후들의 마음을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이긴 하지만 흐름에 맞지 않아보이는 무리한 연결은 오히려... 잘 모르겠다 싶음.

    이전에 내가 좋다고 했던 부분은 '좋아요, 다 할게요' 였는데 이건 겟세마네에서 지저스의 중간 독백이랑 이어지면서 그만큼 지저스와 유다의 죽음에 동질성을 부여하는 디테일이면서도, 무엇보다 그 대사 흐름에 딱 맞는 문장이어서 좋았던건데. 물론 헤븐 대사를 인용하는 부분을 굉장히 좋아하는 의견들도 많으니 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봐야겠지만.

 

- 컷콜 슈퍼스타에서 하입보이를 추다니 진짜 와 이걸 내가 이 거리에서 보는거라고!!! 믿기지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진짜 꿈을 꾼 것 같이 기억이 안남. 하하하... 아무래도 제가 잠시 천국에 다녀온 듯 합니다. 세이 호(산나) 호(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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