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115]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아홉번째, 서울 막공 후기

eunryeong 2023. 1. 17. 23:11

- 이 글을 적기 전에 먼저 고백할 것이 있다. 블로그를 만들고 나서 지크슈 후기를 자주 올리다보니 원래 좋아하는 극을 많이 보는 사람이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웬만한 극은 한달에 한번 이상은 잘 못보는 편이고 웬만큼 좋아하는 극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보면 조금 질린다는 생각이 드는 편이다. 이렇게 일주일에 세 번씩 보고도 공연이 더 없다는 사실에 허전함을 느꼈던 극은 이전까지 딱 하나였고, 이번 지크슈가 두 번째가 될 듯. 다행이라면 지방공연들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 강제로 한두주씩 금지크슈 하다보면 조금은 이 허전함에 익숙해지겠지. 

 

- 이날 임태경 지저스의 감정선이 평소보다 더 깊다는게 많이 느껴졌는데, 호산나에서부터 평소보다 더 신나고 희망차게 등장하더니 '없다, 아무도' 할땐 평소보다 더 단호하고 유다 혼낼때는 평소보다 더 냉정하다가 댐포올 전에 유다가 지저스한테 가서 이거저거 이야기하는데 양 팔을 벌려 유다를 폭 안아줬다. 아니 이제 배신해야 하는 애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안아주면 뭐 어쩌라는 거에요 진짜... 다정해도 너무 다정해서 유다가 배신하는게 더 힘들어지잖아요... 라스트 서퍼에서도 유다가 패악질 부릴때 말은 단호하게 하고 눈은 그렁그렁한 채 시선 피하는데, 유다가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이 가여운 인간!'하는거 듣고 짧게 한숨 쉬더니 유다 바라보는거 진짜ㅠ 왜그러셨죠 지저스씨 해명 좀 해보시죠?

 

- 서은광 유다도 오늘 좀 많이 반성해야 함. 진짜 지저스 유다 왜 짠것처럼 마지막에 새로운거 들고 나오고 그래요 왜... 헤븐부터 와 오늘 미쳤다 막공이라고 이 사람 성대 갈아넣었네 도랐도랐도랐 속으로 외치면서 보는데, 마지막에 '다시 생각해줘 제발' 다음에 간절하게 하늘 보면서 '제발...'이라고 한번 더 말하는거 뭐죠 진짜? 유다 왜 그리 했나요...??? 왜 슈퍼스타 신나게(는 솔직히 아니지만 암튼) 부르고 십자가에 매달린 지저스 한참 바라보다가, 십자가 앞으로 걸어가서 조용히 무릎을 꿇은거죠??? 왜??? 아니 극의 처음과 마지막에 저렇게 의미심장한 디테일을 새로 넣어서 가져오면 극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제가 9번을 봤지만 이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처음인데... 이 미친 해석을 이렇게 딱 한번 보여준다고??? 응??? 와 진짜 왜그래요...

 

- 2023년 1월 15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서울 막공의 겟세마네 기록이 없는건 인류 역사의 크나큰 손실임. 이건 노래가 아니라 신을 향한 항변, 절규였음. 오늘따라 정말 울분을 토해내듯이 부르는데, 거기서 갑자기 씨 하우 아이 다이를 죽어가는 당신의 아들-!이었나? 암튼 전체 가사를 한국어로 바꿔 부르다니 와... 울먹울먹거리며 보다가 여기에서 눈물 터져서 손수건 없었음 공연 뒷부분 날릴뻔... 그렇게 절규하며 부르고 이어진 짧은 정적, 그리고 다시 감정 추스리고 이어가면서 단호하게 당신 뜻대로 하라며, 찢고 쳐서 죽여보라고 외치는 지저스라뇨. 아 지금 후기 적으면서도 눈물 터짐 ㅋㅋㅋㅋ 스스로도 좀 어이가 없는데 암튼 말도 안되는 겟세마네였음. 죄송하지만 이거 한번만 볼 수 없으니 다음 시즌에 꼭 다시 오셔야 합니다. 네?

 

- 오늘 유다 댐포올에서 조금만 더 굳게 결심하면 오늘은 지저스 배신 안할수 있을거 같은데? 하는 생각을 약간 했다. 그의 선택 끝까지 막을거라고 노래 부르는 거 듣는데 아 왠지 그럴거 같아... 더 단호하고 굳세게 지저스 바라기인 유다였는데 결국은 지저스가 원하는대로 그를 죽음으로 이끄는 선택을 하게 되는게 너무 마음아픔. 블러드 머니 부를때마다 두려움에 덜덜 떨다가, 결심한듯(하지만 여전히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얼굴을 들고 하늘 바라보는 장면이 자꾸 기억남. 이 장면 다음에 이어지는 넘버가 예수의 죽음 후 흘러나오는 넘버와 같은거도 기분이 묘하고.

 

- 장은아 마리아는 다행히도(?) 평소처럼 안정적으로 노래하고 연기하고 나를 울렸다. 나 장마리아 씬에서 눈물 참을 수 있는 방법 몰라요... 아돈노하우투럽힘에서 마지막에 립스틱 문질러 지운 손등 바라보다가 눈 지긋이 감고 '사랑해서-' 하는 부분 어떻게 매번 봐도 매번 눈물이 나지ㅠ 지저스의 마지막을 홀로 지키기 위해 십자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마리아의 뒷모습도 볼 때마다 울컥했는데, 오늘은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한발짝 한발짝 걸을때마다 심장이 아래로 쿵 떨어지는거 같았음.

 

- 김태한 빌라도도 안정적으로 좋은 연기 보여주었는데, 이 날 마지막에 군중들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라는 외침을 들으며 쫓겨다닐 때 손에 묻은 피를 계속 씻어내려는 듯한 연기를 보여주던게 기억에 남는다. 아마 이전에도 계속 했겠지만 각도때문에 오늘 더 눈에 들어왔을수도 있고. 마지막에 지저스한테 십자가형 선고하면서 너 스스로 선택한 파멸이라고 부르짖는 부분에서 목소리 톤이 확 변하는 부분은 언제 들어도 놀라움.

 

- 전재현 헤롯은 오늘도 병사에게 나름 자비로웠다. 병사한테 옷 건네주려고 할 때 관객들이 환호해줘서도 있겠지만 막공이라서도 있을듯? 병사를 살려주는 대신, 구석에서 손 들고 있으라고 이야기하는데 단! 춤은 춰도 된다고 ㅋㅋㅋ 구석에서 손들고 벌서면서 열심히 춤 따라 추는 병사한테 자꾸 눈이 가더라. 슬그머니 춤 추면서 손 내렸다가 바로 헤롯왕한테 딱 걸려서 얼른 다시 손 올리는 병사 보면서 불쌍해ㅠㅠ 생각했음. 근데 벌은 세우지만 춤은 춰도 된다고 하는 장면에서도 아 재현헤롯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 윤태호 시몬은 오늘 몬쪽이의 극치를 보여주었는데, 지저스가 시몬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영원히 계속될 인간의 고통을 구할 방법 하나뿐'이라는데 대체 뭘 알았다고 고개를 그렇게 격하게 끄덕거리나... 심지어 베드로한테도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막 이야기하는데 진짜 내가 지저스라면 뒷목 잡았을듯? 호산나에서도 걱정스러워하는 유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안심시키고는 종려나무가지 나눔을 시도하는데 아이고 몬쪽아... 시몬 질럿에서 굳어가는 지저스 표정은 나몰라라 한채(당연함 앞만 보고 지저스 표정 따위 신경안씀) 겁나 열심히 춤추고 노래함 ㅋㅋㅋ 

 

- 안정의 사제들. 김바울 가야바의 동굴 저음, 김원빈 안나스의 말하듯이 부르는 쨍한 노랫소리, 예빈 사제의 중심을 딱 잡아주는 안정된 발성. 언제나 믿듣인 만큼 마지막까지 훌륭하게 마무리. 김영우 베드로는 지금까지 원캐로 계속 완벽한 모습 보여주었는데 막공에서 박자가 한번 꼬이는 살짝 아쉬운 장면이 보였다ㅠ 그래도 마지막 마디 빠르게 수습하고 현수앙이 이어지는 부분 정박으로 치고 나와서 잘 넘긴듯.

 

- 총막공이다보니 전캐가 나와서 무대인사를 진행했다. 모두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극에 대한 감상과 소회, 극을 같이 만들어준 스탭과 관객들에 대한 감사를 이야기했고 들으면서 뭉클해졌음. 몇몇 이야기만 적어보자면, 재현헤롯 꼭 다음 시즌에 다시 오시고 태한빌라도는 평생 오래오래 빌라도 해주시길. 은아마리아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항상 두려운 마음이 크다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얼마나 이 극에 진심인지 너무 잘 느껴져서 찡했다. 은아마리아 공연을 꽤 많이 보았는데 항상 커튼콜에서 눈물 그렁그렁하게 나와 인사하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도 했고. 형훈유다는 교회 앞에서 유다들이 전도당한 에피소드 또 이야기하는거 ㅋㅋㅋ 얼마나 인상깊었던 장면인거야 싶었다 ㅋㅋㅋ 그리고 현수앙! 막내였어? ㅋㅋㅋㅋ 유나앙!!! 막내였어요? ㅋㅋㅋㅋ 아 앙상블 막냉이들한테 소감 시킨거도 너무 귀여웠는데 다들 우쭈쭈 모드로 보는거도 귀여웠고 ㅋㅋㅋㅋ 성수음감님 오케피트에서 열심히 막내앙들 찍어주시는거도 귀여웠음 ㅋㅋㅋㅋ

 

- 그리고 서은광 배우님. 아홉번의 공연을 보는동안 항상 멋지게 공연 소화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성수음감님 인터뷰에서 본인이 아이돌이다보니 조금 더 그런 평가에 신경쓰는 것 같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물론 본인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열심히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멋지기도 하지만 지금의 서은광이라는 배우는 무대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는 그저 하나의 어엿한 뮤지컬배우니까 너무 선입견 어린 평가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호불호는 있기 마련이고,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다른 배우들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은광씨가 공연한 뮤지컬로 비투비라는 그룹을 알게 되고 멜로디가 되어버린 제가 그 증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나 기다렸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라는 뮤지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도 뮤지컬을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물론 비투비 컴백과 콘서트와 솔로앨범도...) 킹키부츠의 롤라역을 노리는거 같던데 ㅋㅋㅋ 킹키부츠 진짜 재밌는 극이니까 해주면 좋겠다. 근데 사실 찰리역이 더 잘 어울릴것 같긴 해... 솔옵맨 너무 찰떡인데... 찰리 지랄씬도 잘 소화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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