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110]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일곱번째 관람 후기

eunryeong 2023. 1. 11. 02:08

- 오늘은 마이클 리 지저스와 서은광 유다 조합으로는 마지막 관람. 이 둘이 붙으면 유독 안쓰러운데, 마저스도 작고 소중하고 인간적인데 광유다도 작고 소중하고 지저스를 엄마오리 따르듯 하는 유다라서... 이 어린 양들에게 대체 무슨 시련을... 싶어짐.

 

- 특히 지저스가 너무나도 너무너무너무나도 인간적이라서 차마 마지막을 보는게 더 힘들었다. 호산나에서 추종자들에게 신나게 복음을 전파하던 모습, 나병씬에서 군중들에게 선을 넘는 이기적인 기대를 받고 짓눌리는 모습, 그 와중에 마리아가 나타났을 때 안고 흐느끼며 위안을 찾던 모습, 마지막 만찬에서 확신없는 기대에 미쳐가는 모습, 겟세마네에서 나를 찢고 쳐서 죽이라며 자신의 몸을 내리치는 모습, 헤롯이 머리채를 잡으며 조롱할 때 두려움에 떠는 모습, 빌라도에게 채찍을 맞고 난 후 최대한 의연하게 말하려 하지만 무의식중에 빌라도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모습,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를 때 비틀대며 쓰러지는 모습. 아마 미처 적지 못한 모습들도 많겠지.

 

- 오늘 자리가 2층이었는데, 조명과 전체 연출을 보기에는 좋았지만 유다와 지저스의 마지막이 너무 시선 정면에 그려져서 보기 힘들기도 했다. 특히 유다는 차마 마지막을 보지 못하겠어서 눈을 살짝 내리깔았음ㅠ 그래도 1층 앞쪽에서 볼 때보단 감정이입이 덜 되어서 다행이었다. 마리아 넘버에서 울지 않고 씩씩하게 버텼어...!

 

- 은총시몬을 꽤 오랜만에 봤는데 여전히 맑은 눈을 가진 또랑또랑한 시몬. 그리고 유다와 절친인게 확실히 느껴지는게, 마리아가 지저스에게 향유 부어줄 때 유다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서로 손을 뻗어서 '저거 뭐야? 봤어?' 라는 무언의 공감을 서로 하더라. 라스트 서퍼에서도 고개 푹 숙이고 내려오는 유다를 혼자 몇 번이고 쳐다보며 신경쓰고, 호산나에서도 군중들을 보고 유다가 걱정하는 표정을 짓자 먼저 유다한테 달려오고. 물론 유다한테 이야기 듣고나서도 바로 호산나를 외치며 군중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지만... 은총시몬 자주 보진 못했지만 시몬 질럿 노래와 춤 모두 항상 깔끔하게 소화해서 좋음!

 

- 지저스와 유다의 관계가 유난히 잘 보이는 날이었는데, 지저스가 유다한테 해준 이마 키스를 나중에 유다가 배신의 키스로 돌려준다는게 너무 맘 아프지 않나요ㅠ 근데 저 때 누가 봐도 지저스가 유다한테 배신하라고 암시를 주는 느낌인데, 저렇게 배신하라고 해놓고 키스를 해주니 유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할 수 밖에 없지ㅠ 그래놓고서는 나중에 변명하지 말라고 하고... 겟세마네에서도 유다한테 배신의 시간이 왔다고 콕 찝어주고...

    평소에는 광유다 차마 지저스 얼굴 보지 못하고 그냥 터덜터덜 걸어서 퇴장하는데, 오늘은 지저스가 부르는 거 듣고 한참 망설이다가 천천히 지저스를 쳐다보더라ㅠ 그치만 차마 오래 바라보지는 못하고, 죄책감 때문인지 도망치듯이 퇴장하는게 또 마음 아팠다.

 

- 마이클리 지저스의 겟세마네를 듣는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너무나 인간적인 지저스답게 오늘도 울분에 가득찬 목소리. 특히 마저스 샤우팅 할 때 그로울링 느낌 나는 거친 소리 너무 좋습니다. 그 소리, 하늘에 계신 우리(저는 포함되지 않지만) 아버지를 향한 것이라는게 더 짜릿합니다. 중간박수 없지는 않았지만, 그 직후 굵은 목소리로 완전히 분위기를 다시 꾹 눌러버리더군요. 찢고 쳐서 죽이소서 부분에서 자신의 몸을 탁 칠때, 내 몸도 찢어지는 것 같더이다. 그렇게 완벽한 겟세마네는 처음이었는데 언제 다시 볼 수 있나요. 언제... 다시...

 

- 오늘따라 베이스 소리가 굉장히 잘 들려서 오 2층 음향 좋다더니 역시! 했는데 후기들을 보니 그냥 베이스 소리가 좀 컸던 날인듯? 어느쪽이건 저는 일단 좋았습니다. 리드미컬한 사운드 매우 취향입니다.

 

- 어레스트에서 3번째, 베드로의 부인에서 2번째로 부른 앙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 왔는데 후기에 나랑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아서 너무 신기했다. 역시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한가? 암튼 박현수 앙이군요. 예수님의 가장 사랑하는 제자(요한복음 한정, 즉 자칭-) 요한 역이라니! 헤롯때도 있다니 다음에는 헤롯씬에서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 템플씬에서 오른쪽에 십자가 들고 있던 무리들?이 지저스가 몽키스패너 들고(날조입니다) 분노할 때 막 서로 서로 방패 삼고 뒤로 물러나던데 ㅋㅋㅋ 예나앙 영우앙은 확실하고, 아마도 현수앙도 저기 있었던 것 같고. 한명 더 있었는데 그것까진 못봤네. 아마 제일 앞에서 방패로 희생된게 현수앙이었던듯? 암튼 요런거 발견하는 게 또 극을 여러번 보는 재미 중 하나죠.

 

- 민철 안나스 한번만 그로울링 시켜보고 싶다. 아니 저 목소리로 락음악을 부르지 않는건 국가적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보니 밴드 보컬도 하셨다면서요? 일단 그로울링을 해봅시다.

 

- 빌라도 대사가 중간에 다른 부분이 있던데, 태한 빌라도는 'Silent King'이라고 하는 부분을 현준 빌라도는 '말이 없는 왕이라' 라고 하더라. 다른 후기에도 몇번 적었지만, 불필요하게 영어로 대사 치는건 좀 안했으면 좋겠는데... 언젠가 영어 최대한 안쓰고 한국어로 잘 번역된 버전의 공연을 꼭 한번 보고싶다. 특히 노래가 아닌 대사는 제발 좀 영어 그만 썼으면.

 

- 지난번에 장은아 마리아의 마지막 장면이 부활을 보는 것 같지는 않다고 적었었는데, 오늘 연기에서는 너무 의미심장한 표정이라 정말 부활이나 아니면 그런 류의 환상을 본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근데 마리아가 눈을 가리는 장면에서 지저스를 비추는 조명도 갑자기 밝아지는 게, 연출적으로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는건가? 싶어서 더 마음이 복잡해짐. 종교텍스트에서 모티브를 가져오긴 했지만 종교극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 지크슈 볼때마다 다른 극이 생각나는 장면들이 있는데, 오늘은 나병씬에서 유독 아이다의 예복의 춤이 생각났다. 사실 이건 나병씬 전에도 지저스를 중심으로 절하는 장면부터 조금씩 떠오르긴 하지만, 특히 나병씬에서는 지저스가 군중들로부터 도망치려 하는데도 그들의 열기에 삼켜지는 부분이 굉장히 비슷함. 여담이지만 나병환자들의 의상을 조각조각 엮으면 예복의 춤에서 아이다가 쓰는 로브가 될 것 같음... 아이다랑 지크슈 같이 오면 번갈아가면서 보고 재밌겠다 싶지만 아이다는 이제 오질 않으니ㅠ

 

- 서은광 유다 오늘 마이클리랑 (서울)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커튼콜때 유난히 꽈악 포옹하더라. 페어막을 볼 때마다 공연이 끝나가는 게 실감나서 슬프지만 그래도 멀지 않은 시점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9년 기다렸던 렌트가 3년만에 돌아왔으니 7년 기다린 지크슈는 1년만에 돌아오겠지? 또 귀여웠던 부분! 커튼콜 인사 마지막에 성수 음감님한테 박수 돌리고 나서 지휘하는 흉내 내는거 너무 귀엽잖아 ㅋㅋㅋ 성수 음감님이 멋들어지게 지휘하시긴 하지 ㅋㅋㅋ 

 

- 페어막이니까 광유다 후기 조금 더. 지크슈 일곱번 보는 동안 계속 광유다로 보다보니 상대적으로 후기 쓸 때 다른 캐슷에 비해 덜 다루게 되는데, 내가 지크슈를 이만큼 열심히 보게 된 이유는 서은광 유다 때문이라는 것을 한번 더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원곡도 락앤롤스럽고 편곡도 훌륭하고 앙상블부터 지저스까지 모든 역할의 모든 캐슷을 믿고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유다라는 역을 내 취향에 딱 맞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연기해줘서 더 정신 못차리고(물론 정신은 차려야 하는게 맞지만... 넵...) 열심히 보는 것도 사실.

    서은광씨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금속성?이라고 해야하나, 쨍하고 카랑카랑한 발성으로 락 넘버 부르는 게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락 넘버 가득한 뮤지컬로 보게 되어서 너무 행복했다. 그것도 헤븐 온! 슈퍼스타!! 아니다 솔직히 슈퍼스타는 그냥 팝이고 헤븐 온!!!을 들을 수 있어서 '다 이루었다'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슈퍼스타도 너무 좋습니다. 커튼콜에서 관객들이랑 같이 신나게 노는 작품 매우 취향입니다 ㅋㅋㅋ 맘 같아선 춤도 추고 싶은데 따라 출만한 춤이 없네... 그리고 여전히 서은광씨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연기되는 장면을 보고 싶은 작품이 많기에, 시간 될때 좋은 작품으로 찾아와주시길 기원합니다. 솔로로 무언가 내주는 것도 좋구요.(이왕이면 락... 소심...) 이렇게 적으니 마지막 공연 후기같지만 아직 표가 더 있습니다 후후후.

 

- 극이랑 상관없는 이야기 하나. 오늘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표도 나오게 멋진 사진 찍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확인하니 표가 엄청 흐릿하게 나왔다 ㅋㅋㅋ 봉투에서 꺼내서 찍을걸... 바보짓 하나 적립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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