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공연관람 기록

[230105]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여섯번째 후기

eunryeong 2023. 1. 6. 08:38

- 오늘 공연은 유난히 감정 수습이 잘 안되는 날이었다. 마리아가 한번, 지저스가 또 한번, 마지막에 유다가 또 한번. 등장인물들이 한번씩 오열하면서 내 가슴팍을 박박 찢어놓아 후유증이 너무 심했던 공연. 슈퍼스타 커튼콜로도 온전히 마음이 씻기지 않은 것은 처음인 것 같아. 생각해보면 커튼콜에서 다시 부르는 흥겨운 슈퍼스타는 처연한 비극에 몰입한 관객들을 위한 씻김굿일지도.

 

- 여섯번째 관람만에 김성수 음감님을 처음 인지했다. 자첫때는 솔직히 음감님이 기억안나고 나머지 공연은 모두 부음감님 지휘였음. 게다가 오늘은 음감님 바로 뒷편 자리였는데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라서 음감님의 지휘와 극을 한 눈에 같이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지휘에 맞춰 힘차게 들어가는 오케사운드를 더 귀기울여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자꾸 한 눈을 팔게 되어 극은 중간중간 못본 부분들이 좀 있다 ㅋㅋㅋ 그렇다고 저게 거슬린다 그런건 아니고, 이미 여섯번째 보는데다 사운드 듣는걸 더 좋아해서 그냥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이해해주면 좋을듯.

    김성수 감독님 작품은 예전에 포우 초연, 썸씽 초연과 재연 이렇게 봤는데 다들 자리가 좀 멀었던지라 지휘하는 모습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음. 근데 너무 멋있고 신나게 지휘하셔서 ㅋㅋㅋ 내적 어깨춤을 참는게 너무 힘들었다. 특히 나병씬... 아니 지저스가 나병환자들에게 둘러싸여 고통받는 씬인데 너무 어깨를 들썩들썩 신나게 지휘하시는거 아닙니까? 오프닝에서 유대민족들이 채찍에 맞고 있는 장면에서도 그렇고 ㅋㅋㅋ

 

- 오늘 한번 더 느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한국 라이센스 OST 반드시 내줘야만 한다...! 이 편곡이 담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이제 어디서 들으라고... OST를 내주든가 아니면 공연 오픈런으로 달려주든가... 최소한 영상이라도 주든가... 시몬 질럿, 빌라도와 지저스는 꼭... 박제를...

 

- 후기 적다가 생각난건데 김성수 음악감독님 콘서트 다시 해주셨으면 좋겠다. 23콘 너무 기대했었는데ㅠ 꼭 매의 날개와 어 뮤지컬이랑 슈퍼스타를 한 공연에서 듣고 싶습니다. 2023년 여기라면 끝내줄텐데...!

 

- 왼쪽 앞자리에서 본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마리아가 추종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이 잘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유다가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 전에도 쭈뼛쭈뼛하며 추종자들 무리에 차마 쉽게 끼지 못했는데, 유다 이 나쁜놈이... 불쌍한 마리아를 밀치고 모욕했어... 근데 나쁜짓 하는거 치고는 굉장히 조심스레 손을 잡고 밀쳐서 '어 유다 공손한데?' 생각했음 ㅋㅋㅋㅋ

 

- 왼쪽 앞자리에서 본거 또 하나. 호산나 할때 유다가 시몬한테 좀 말려보라고 설득하는데 시몬이 뭔 소리냐고 절로 가라고 종려나무 가지를 훠이 훠이 내저어버렸다 ㅋㅋㅋㅋ 무슨 잡상인 쫓아내는거도 아니고 ㅋㅋㅋㅋ 추종자들이 점점 심해지니까 유다가 또 한번 가서 말려보는데 시몬이 너도 같이 와^^라며 손짓하는데... 우리 몬쪽이가 점점 눈치가 없어져요...ㅎㅎㅎ

 

- 민철 안나스가 굉장히 잘 보이는 자리였는데(생각해보니 항상 오른쪽에 서니까 왼쪽에 있어야 잘 보이는구나) 와 표정을 너무 잘써...! 물론 그 전에도 표정 잘 쓴다고 생각했지만 눈썹도 눈썹인데 유다한테 이야기하다가 잠시 시선 위쪽으로 빠르게 돌렸다 다시 쳐다보는거 보고 움찔함...! 지저스 팔아넘긴거 후회하는 유다한테 다 끝났다고 비웃는거 표정도 그렇고 미쳤다 미쳤어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냐고ㅠ

 

- 태경 지저스의 연기는 항상 좋지만 오늘 겟세마네는 시작 전에 제자들 두 번 부를때부터 와 오늘은 뭔가 다르다 싶었음. 너무 감동받아서 중간 정적때 차오르는 감정(+눈물)을 주체 못해서 눈을 질끈 감았다ㅠ 저렇게 겟세마네 부르고 막상 잡혀갈때는 의연하게 가는거 너무 슬프잖아요... 지저스 채찍에 맞는거 차마 못보는 마리아 너무 가슴아프잖아요...

 

- 오늘 슈퍼스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슈퍼스타였다ㅠ 유다 눈에 지저스가 어른거리는게 보이는 듯한 가슴 아픈 슈퍼스타. 유다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하는데 노래는 또 신나게 부르는데 그걸 듣는 나도 또 울고 있고... 이게 뭔가요... 차라리 슬픈 곡으로 울어! 울라구! 하는 거였으면 시원하게 울고 후련하게 나왔을텐데. 저렇게 신나는 곡으로 감정을 가둬버리면 어떡해요... 

 

- 장마리아의 마지막 디테일에서 마리아가 부활을 본걸까? 아닐까? 해석이 분분한데, 처음 봤을때도 그랬지만 오늘 보니 더욱더 마리아는 그냥 눈이 부셨던 것 같다. 아니면 베일을 벗고 온전히 마주한 지저스의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확 가린거거나. 부활을 본거면 십자가까지 그렇게 세상 잃은 눈빛으로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갈 수가 없을거야... 뭔가 움찔?하는 이상한 거라도 봤다면 혹시...? 뭐지...? 하는 그런 거라도 있었겠지. 

 

- 이거 커뮤니티에도 짧게 남겼던 내용인데 ㅋㅋㅋㅋ 공연 끝나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에 어떤 분이 전화통화 하는걸 듣게 되었음. 일단 서은광씨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물론 이분 목소리가 좀 크셔서 그냥 들린거기도 함)

1. 서은광 진짜 잘하더라 첫 곡 듣고 와 이게 뭐야? 지린다(그 분이 쓴 표현을 정확하게 옮긴 것임을 밝혀둡니다)

2. 내용은 잘 이해가 안가더라. 중간에 시조 시조 그러던데(이거 듣고 진짜 빵 터질뻔 한거 간신히 참았음)

3. 지저스 연기 와 지리더라(역시나 그 분이 쓴 표현을 정확하게 옮긴 것임을 밝혀둡니다)

4. 베드로랑 시몬도 노래 너무 잘하던데?

등등. 전화통화를 끝까지 들은게 아니라서 그 분의 감상평을 다 옮긴건 아니지만, 왠지 제 어깨가 다 으쓱해지는 기분. 우리 지크슈 배우들이 이렇게 잘합니다!!!

 

- 지난번에 표 5개 남았다고 했는데 오늘 보고 나서도 표 5개 남음. 다음에는 어떨지 모르겠음. 이게 회전극의 숙명...

 

 

이전 후기 보러가기

[221227]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다섯번째 관람 :)

[221222]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네번째

[221215]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세번째 후기

[221207]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두번째 관람

[221115]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