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 Board/취향 스크랩

Tom Odell, Cruel

eunryeong 2023. 3. 16. 11:43

    취향 스크랩 카테고리에 새로운 취향의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전부터 좋아하던 것들을 생각날 때 여기에 정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Tom Odell의 곡 또한 그러하다. 그의 곡을 처음 접한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마도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추천글을 보고 음악을 들어보았다가 이 곡에 낚여 그대로 그의 음악에 빠져버리게 되었다.

    콘서트를 다니다보면, 뮤지션들의 대표곡들 중에서도 음원을 위한 곡과 공연을 위한 곡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이 곡이 특히 그러한데, 초반에 휘몰아치는 피아노 선율부터 디스토션 잔뜩 먹인 소리로 그르렁대는 기타사운드, 노래가 끝난 후 멋대로 치닫기 시작하는 각 악기들의 솔로까지. 이 곡을 집에서 스피커로, 혹은 버스나 기차 안에서 이어폰으로 듣는다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음원조차 내지 않는건 정말 너무한 일이긴 하지. 이 곡을 처음 들은 후 간절히 음원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2023년이 된 지금까지도 요원한 일이 되었고, 심지어 그가 내놓는 음악들이 점점 정교하게 조율된 미니멀한 사운드의 곡들이 많아지면서 이 노래처럼 다소 거칠고 조악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풀밴드 사운드의 곡이 그의 오디오그라피에 포함될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아쉬운 일이지만 뮤지션 자신이 선택한 변화를 일개 팬인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법이고, 난 그저 이 화석과도 같은 오래 전 뉴욕에서의 라이브 영상만 손에 틀어쥐고 계속 반복하여 들을 수 밖에.

 

덧. 23년 4월 10일, 이 곡이 듣고싶어서 포스팅 들어왔다가 기존에 올린 뉴욕 공연 영상이 비공개되었다는 비보를 접했다. 아니 저기요 왜... 대체 왜... 급하게 다른 공연 영상으로 올려두긴 하지만 노이즈가 잔뜩 들어가서 조금 아쉽다(그렇지만 또 이 곡에는 노이즈가 잘 어울리긴 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