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컨텐츠 갈무리

2023년 2월의 문장 스크랩

eunryeong 2023. 4. 4. 06:55

    3월에 포스팅했어야 하는 글인데 이래저래 일이 많았던 기간이라 어느새 날짜가 지나가버렸다. 그럼에도 2월에 무언가를 읽었고, 별표를 쳐 두었고, 그 문장들을 그렇게 놓쳐버리고 싶지는 않았기에 늦게나마 적어본다.

 

난 어릴때부터 책 읽는 사람을 싫어했다. 우리 아빠 때문이다. 정말 극도로 싫어했다. 
아빠는 방안 가득 책을 쌓아두고 아무 것도 실천하지 않았으니까.
- 윤소정의 생각구독 12월호, 나는 축적지향적 인간입니다

 

    행동하는, 실천하는 지식. 결국은 내가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나를 정의하고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이 글은 나를 향한 경계의 의미에서도 많이 와닿았는데, 집 안에 책을 가득 쌓아두는 것. 기사들을 잔뜩 스크랩해두는 것. 그것으로 내 지적 허영심이 충분히 채워진다고 자꾸 착각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를 만들고 의식적으로나마 내 시선으로 본 기록을 남기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고, 결국에는 그 과정들을 통해 나의 행동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분야에 깊이가 있을수록 시작이 어려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여지거든요.
그래서 미니멀은 초콜릿의 특성을 경험할 시작점을 만들어줘요.
- 시티 호퍼스, ‘빼기의 미학’을 달콤하게, 초콜릿의 미니멀리즘을 이끌다

 

    시작이 어렵다-라는 것에 대한 많은 사례들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무엇을 골라야할지 어려워진다. 수많은 책들이 서가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대형 서점보다, 다소 적은 수의 책이지만 명확한 주관과 확신으로 서점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강력하게 자신의 취향을 내미는 작은 서점들이 의미있게 느껴지는 건 그러한 이유일테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은 선택지인만큼 더 세심하게 고르고 고른 양질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퀄리티의 선택지들이라면, 비슷한 퀄리티의 선택지를 보다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매력적이지 않을까?

 

원칙에 입각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미이다.
- 레이 달리오, '원칙'

 

    이 문장은 레이 달리오의 이름을 접하기 전부터 스스로 나의 판단, 의사결정의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라 이 책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고 굉장히 놀랐다. 다만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는 않았었고,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여 내 판단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정도로 다소 나이브하게 고려한 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원칙을 세워보아야지. (라고 다짐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읽지...)

 

사람들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 시간을 많이 들인 것을 알아보는 힘이 있다
- 신해경, 키키 스미스 북토크에서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게 다루는 북토크에서 지나가듯이 언급한 이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건, 어쩌면 사람들이 미술 혹은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내가 스크랩한 문장들은 나 자신을 향한다. 내가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을 알아보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 것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