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이것저것

페터 바이벨전 참여형 교육 - 거꾸로 마주할 때, 새로운 상상이 된다

eunryeong 2023. 4. 4. 18:56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 갔다가 재밌는 세션이 있어서 가져와봄. 전시 보러가기 전에 각 제목을 보고 어떤 작품이 떠오르는지 예측해보거나, 실제로 그것을 그리거나 만들어보거나. 다만 내 그림실력이 출중하지 못하니, 적당히 글로만 적어두어보려고 한다. 제목을 보고 생각나는 것을 큰 고민 없이 적어놓은 것이라 발상과 디테일이 조잡하지만 재미니까 뭐. 

 

페터 바이벨 전시 관람 전, '작품 제목'을 먼저 마주해보세요. 어떤 영감이 떠오르나요?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당신의 상상을 각 섹션 아래 자유롭게 표현해보세요.
드로잉✏️, 소설📚, 시📝, 사진📸, 짧은 영상🎞 어떤 형태든 좋아요.
나만의 상상을 펼쳐보인 후, 전시실 속 실제 작품을 감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여자로서의 자화상

    전신이 담긴 청사진. 가장 왼쪽의 형태는 하나의 상 위에 유아기, 아동기, 청년, 임신했을 때, 중장년의 모습이 한데 겹쳐진 어지러운 형태. 머리를 고정축으로 하기 때문에 각 시기별 전사된 형태의 길이는 서로 다르고, 전사된 상의 발 끝이 바닥에 닿지 않을때도 있다. 그 오른쪽으로는 왼쪽에 겹쳐진 형상들이 하나씩 펼져쳐 그려진다.

 

#가능한

    미술관의 한 쪽 벽에 그어진 무지개 형태의 곡선들. 크기는 대략 한 사람이 오른팔을 크게 돌려서 그릴법하고, 굵기는 선마다 각각 다르다. 어떤 선은 연필로 그었고, 긴 붓을 이용하거나, 창문닦이용 긴 막대를 이용하거나, 맨 땅을 딛거나, 2단짜리 받침대에 올라가거나,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거나. 각기 다른 높이와 방식으로 그은 선은 그 어느것도 동일하지 않다.

 

#다원성의 선율

    서로 다른 지역을 찍은 여러개의 영상이 동시에 모니터를 통해 송출된다. 각각은 한적한 시골, 해안가, 숲 속, 폭포, 각기 다른 나라의 도시 등의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각 영상의 소리는 특정 시점에는 1개 영상의 소리만 나오며, 이렇게 여러 영상의 소리들을 분절하여 이어붙여서 단순하고 투박한 선율로 들리게 한다. 아마도 나비야-와 같은 동요가 어울리지 않을까?

 

#존재론적 점프: 타자기

    나는 이야기를 적어내려간다. 나는 최고만을 원한다. 그동안 다양한 도구들이 내 손을 거쳐갔다. 사각사각한 연필은 선을 그을 때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야기를 적어내려가기에는 너무 거칠다. 펜은 너무 매끄러워서 기껏 쓴 이야기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글씨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물에 닿아 번지기라도 하면 더더욱 큰일이고. 21세기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는 키보드라는 녀석은 수정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이야기가 멋대로 뻗어나간다. 정신없이 자판을 누르다보면 어느새 내가 숙고하여 만들어 둔 이야기의 흐름과는 너무나도 다른 엉뚱한 결과물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도구를 하나 시도해보기로 했다. 타자기라는 녀석은 이미 이십년 전에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진 녀석이지만 (아마도 그래서인지) 여전히 종종 이 녀석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무게감 있는 터치, 한번 잘못 적으면 수정이 쉽지 않은 불편한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한번 이 놈을 들여놓아보기로 했다. 과연 내 이야기를 제대로 완성시켜 줄 수 있는 도구일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읽으면서 느꼈겠지만, '존재론적 점프'라는 키워드랑은 그다지 연관이 없는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역시 자판은 글쓰기에 좋은 도구는 아닌 것이다.

 

#오 이 메아리

    숫자 5와 2가 나란히, 그러나 약간은 비뚤게 위치한 그림. 숫자를 구성하는 선은 밝은 초록색 물감을 잔뜩 묻힌 붓으로, 아주 굵은 선으로 이어져 있다. 아마도 메아리는 이 산 어드메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겠지. (적고보니 이거 말장난 같기도 하고...)

 

#상상의 물 조각

    적당한 파도가 치는 바다의 표면을 정육면체에 가깝게 잘라놓은듯한 투명한 유리 혹은 아크릴 작품. 색상은 맑은 에메랄드빛.

 

#신음하는 돌. 비인간의 시

    전시관 한 구석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내 키 이상의 커다란 돌, 돌과 가까운 벽면에 새겨진 글씨. 멀리서 보면 큰 형체로는 '아아아-'로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각각의 '아'는 작은 글씨로 씌여진 시 혹은 문학구절로 이루어져 있다. 

 

#관찰을 관찰하기: 불확실성

    카메라를 찍는 손 - 을 찍는 카메라를 찍는 손 - 을 찍는 카메라를 찍는 손. 의 끝없는 도미노 행렬. 이러한 손들을 이어보면 원형에 가깝고(약간 비틀어진 형태여도 무방), 이를 90도 위에서 찍은 사진. 손에 들린 카메라는 각기 다르다. 핸드폰 카메라일수도, DSLR이나 똑딱이 디카일수도, 혹은 캠코더, 고프로일수도 있다. 손은 최소한 10개 이상이고 원의 모양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메타-포토그래피

    사진의 메타정보를 찍은 사진의 메타정보를 찍는 사진의 메타정보를 찍는 사진의 메타정보를 찍는...으로 10번만 싸이클을 돌려보자

 

#우리는 데이터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데이터화 되어 있는지에 대한 영상. 누군가의 하루 일과를 평범하게 그리는데, 데이터가 적재되는 모든 것들은 윤곽에 데이터가 흐르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길을 찾기 위한 네비게이션, 데이터가 아주 농밀하게 응축된 휴대폰과 패드, 노트북과 같은 전자기기들. 다음 정류장 안내가 흘러나오는 버스. 지하철. CCTV. 등등. 그리고 마지막은, 데이터로 까맣게(혹은 하얗게) 뒤덮인 건물로 들어가는 누군가.

 

#클립,클랍,붐

    모르겠어요... 이런류 의성어랑은 거리가 먼 삶이라 도저히 떠오르는게 없다. 그냥 드럼패드나 아주 큰 사이즈로 놓아두고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위치를 카메라 등으로 인식해서 자동으로 패드가 울리는 그런 시끄럽고 정신없는 것이나 한번 만들어볼까?

 

#의자

    이 작품은 전시장 가장 구석진 곳에 두 개의 오브제가 나란히 놓여 있다.

    1. 다리 4개와 그 위에 올려진 네모난 판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제품. 성인 여성이 앉았을 때 무릎이 직각으로 굽을법한 높이. 하얀색 혹은 눈에 확 들어오는 비비드한 색으로 칠해진 모양.

    2. 손바닥 크기의 작은 모형.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문양의 천, 푹신한 쿠션이 엉덩이와 등을 받칠 수 있는 디자인에 나무프레임도 아주 세심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크기는 손바닥만하다.

 

#용기

    만용을 부리다가 사고가 난 영상을 계속 틀어두는 작은 스크린이 쌓이고 쌓여 무덤과 같은 봉분이 만들어진다. 위험한 잔도를 안전장치 없이 건너가거나, 태풍이 몰아치는 날 영상을 찍기 위해 해안가로 나간 사람의 영상 등등. 윤리적으로 올바른 방법인 것 같지는 않다.

 

#쓰기

    로봇 팔이 물을 묻힌 붓을 집고 파란 천 위에 글씨를 쓴다. 벽에 걸린 족자 크기의 천 위에 쓰여지는 글씨는 약 1~2분 가량 남아있지만, 금방 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무엇을 쓰는게 좋을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최소한 작가의 기준에서는 공허하고 의미없는 문장이어야 한다.

 

#YOU:R:CODE

    사람의 몸과 같은 형상이 코딩화면과 같은 검정바탕에 색색깔의 문자로 표현되는 그림 혹은 조각. 이왕이면 조각이었으면 좋겠는데, 글자 모양이 쌓이고 쌓여 인간의 형상을 한다면 좋겠지만 구현이 가능할까...?

 

 

 

'거꾸로 마주할 때, 새로운 상상이 된다'

페터 바이벨 전시 관람 전, '작품 제목'을 먼저 마주해보세요. 어떤 영감이 떠오르나요? 마음에 드는 제목을 골라 당신의 상상을 각 섹션 아래 자유롭게 표현해보세요. 드로잉✏️, 소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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