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79

[230603] 정상화 - 무한한 숨결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정상화 작가의 전시. 사진으로 보면 상당히 단조로워보이기 쉬운데, 실제로 작품 앞에 섰을 때에는 이 작품들을 어떻게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드에 대한 천착이 보이는 작가의 작품들을 시대 흐름에 따라 보다보면, 결국 변주의 종착점은 순정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양한 시도 끝에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리된 작품들, 내부에 다채로움을 안고 있는 단조로움에 감동을 느끼게 된다. 1층 전경. 작품이 많지는 않은 공간이지만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라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주아주 새파란, 비투비와 삼성라이온즈와 연세대 중 삼성라이온즈에 가장 가까운 블루를 가진 작품이 아무래도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자세히 보면 가..

Diary/전시 리뷰 2023.06.18

[230603] 캐서린 안홀트 - 사랑, 인생, 상실

나는 마침내 그림들이 완성되었을 때에 여러 층의 레이어가 겹쳐진 듯한 효과를 사랑한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결국 나는 화가로서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며 정신적인 충만함을 얻고 행복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이 소망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나 또한 그들과 같은 행복을 느낄 것이다. - 캐서린 안홀트 그녀의 바람대로, 전시에 걸려진 그림을 보는 내내 따스한 행복감이 조금씩 느껴졌다. 전시를 꽤 많이 보고 있지만, 오늘날 많은 수의 작품들이 현실세계의 모순과 비극을 끄집어내고 확대하여 작가 나름의 언어로 구성하는데, 이 작품들이 나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이런 작품들을 계속 보다보면 정신적으로 조금 피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때론 그저 따스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

Diary/전시 리뷰 2023.06.17

[230603] 토마스 샤이비츠 -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토마스 샤이비츠(b. 1968, 독일 라데베르크)는 전통적인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를 추상화로 변형한다. 독창적으로 개발한 색채와 독특한 깊이감, 자유로운 유희를 배합하여 회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샤이비츠는 르네상스 시기 회화, 현대의 만화, 대중매체, 그래픽 디자인 등 이미지를 추출하고 변형시켜 이미지를 얻는가 하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 도형과 상징체계로 변형시켜 회화나 조각의 소스로 사용한다. 1, 2 - 깃발의 역동성을 입체적으로 잘 나타낸 작품. 삐뚤삐뚤하게 잘린 깃발의 선이 마치 펄럭이는 깃발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한 착시현상을 가져온다. 깃발 배경 또한 반듯한 직사각형이 아니라 깃발 주변을 툭 하고 대강 잘라놓은듯한, 형광톤이 묻어난 오렌..

Diary/전시 리뷰 2023.06.17

[230603] 박영하 - 내일의 너

'내일의 너'라는 화두. '내일'에 천착한다는 것은 조금 더 먼 시점을 본다는 의미에서 미래지향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절대 오지 않는 '내일'을 향해 발버둥친다는 점에서 자신의 인생에 단단히 발 디디지 못하고 약간은 붕 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삐딱해서 그렇긴 하다) 작가가 끊임없이 그려나간 '내일의 너'를 보며 '내일의 나'는 어떨지 생각해보지만, 역시 난 '오늘의 나'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이라 내일의 나를 쉽게 그리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성숙하고 현명해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Diary/전시 리뷰 2023.06.11

[230603] THE NEW, NEW

페레스 프로젝트의 작가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마음에 와닿은 작가라면 기억에 남았겠지 싶은 생각도 들긴 하고. 슬라이드 첫 장의 몸을 한껏 굽힌 사람의 그림을 보고 키키 스미스 전의 뒤집힌 몸이 생각났고, 두번째 슬라이드 작품의 작가를 보며 아 뭔가 독일스럽다(작가 이름은 독일식 같아보이긴 했지만, 이 작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억측임)고 생각했던게 기억난다. 또 언젠가 다른 곳에서 이 작가들을 새롭게 보게 될 수도 있겠지 아마.

Diary/전시 리뷰 2023.06.11

[230603] Cece Philips - Walking the In-Between

세세 필립스의 작품을 보고 가장 처음 떠올린 것은 에드워드 호퍼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들이었다. 디테일을 약간 뭉개고 면을 매끈하게 도형처럼 만들어 작품을 채우는 형식이 일견 비슷해보인다. 작품 설명에서 노란 빛을 주목하여 보아달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으로 새파란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만 이 파랑이 작가의 특징인지, 아니면 이날 전시된 작품들이 유독 비슷한 시간대를 다룬 것들이 많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단순화된 그림들 속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은, 격자무늬 틀이 있는 유리문으로 빛이 투과되는(그러나 내부의 광경은 거의 보이지 않는) 뭉툭한 디테일이었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그냥 파란 그림 자체가 좋다. 그래서 이 작품들도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 좋다.

Diary/전시 리뷰 2023.06.11

[230527] 도나 후앙카 개인전 <BLISS POOL>

LG아트센터의 공간 투어를 통해 알게 된 전시. LG아트센터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이지만 이번 기회에야 들를 수 있었다. 3월 초부터 열린 전시라니,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조금 가져보기도. 공간이 굉장히 넓고, 이 공간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미술관으로서는 꽤나 괜찮은 칭찬이라고 생각함) 사용하는 레이아웃이 마음에 든다. 블리스 풀 전시장 입구는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벽 뒤의 공간을 감춰주고, 아래와 같은 의미를 알기 어려운 조각 하나만 덩그러니 놓아둔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얗고 직사각형으로 길쭉한 좌대 대신 자연의 돌을 구해 조각품을 받쳐두었는데 언뜻 보면 어디까지가 조각작품이고 어디가 좌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 좌대는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 맞춰 한국의..

Diary/전시 리뷰 2023.06.09

[230513] 그 너머 : 원계홍 탄생 100주년 기념전

집에서도, 평소 생활반경에서도 그다지 머지 않은 곳에 있었음에도 이상하게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성곡미술관. 이번 전시가 아니었으면 또 언제 이 곳을 찾았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거 보면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내 활동반경이 넓어지기도 하지만, 같은 거리 안의 공간에 대해서도 더 촘촘하게 경험이 쌓인다는 생각이 든다. 원계홍 작가라는 이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 전시장 입구 벽면에 적힌 글귀가 와닿았다. 균형이 잡혀 있고 색채가 조화되어 있으면 작품으로서는 충분하다. 주제 같은 것은 필수한 것은 아니었다. 회회는 말하자면 그 자체가 주제이매 아름다운 것에 영원한 기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을 접하면서 느끼고자 하는 것들 아닐까. 어쩌면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한 작가가, 평단의 평가나 ..

Diary/전시 리뷰 2023.05.29

[230506] 발푸르기스의 밤 : 한국의 마녀들

마치 거스러미와도 같은 그녀들의 작품들. 기꺼이 마녀라 불리기를 자처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처음에 크게 기대를 하고 간 전시는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면 꽤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았던 전시. 윤석남 이날 작품이 전시된 작가들 중에서는 가장 일찍이부터 활동한 작가. 아직 일제로부터 해방되기 전인 1930년대의 작품도 있는데, 한국인으로서의 삶 자체가 고달팠을 그 시기에 한국 여성으로서의 삶은 어땠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노년의 자신을 그리며 빨간 머리와 배경으로 그려낸 것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박상은 신체의 일부가 딱딱해지는 경화증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작품들. 고치와도 같은 막이 둘러쳐지는 작품을 보며 작가의 세상도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게 된다..

Diary/전시 리뷰 2023.05.27

[230506]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

올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전 전시가 아닐까 싶었던 에드워드 호퍼전. 개인적으로 서울 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는 대체로 만족했던 기억이 나고, 호퍼라는 작가도 나름 관심있는 편이기에(솔직히 많은 사람들의 호평처럼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만...) 얼리버드 소식이 뜨자마자 바로 예매하고 기다렸다. 그럼에도 후기가 이렇게 늦어진 데에는, 그동안 여러가지 일들로 너무 바빴던 것도 있고 뭐라고 적어야할지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 휘트니미술관과 협업하여 진행한 전시라고 하는데, 작년 여름에 휘트니미술관 갔을때 호퍼전을 본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들면서... 딱히 기억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는 기억도 살포시 떠오르면서...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2층, 3층, 1층 순서대로 관람하는데 전시장 초입에 드로..

Diary/전시 리뷰 202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