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전시 리뷰 79

[230422] 테일러 화이트 <HOUSE MIND>

SNS에서 우연히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찾아간 전시. 작가의 작품이 집이라는 소재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이번 전시가 집에 대한 작품들만 모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관념적인 '집'의 형태를 그린 이 그림들을 보면 어딘가 마음이 편해지는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집은 작가가 그린 집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형태일 것이라는게 또 재밌단 말이지. 그리고 각 그림들을 분해해보면 가장 외곽의 선은 집모양이지만 내부는 패치워크화 되어있거나, 그냥 물감들이 칠해져있거나, 문과 창문이 그려져있지만 내부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등등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집이 온전히 그려져있지는 않다. 이 작품들을 보며 머릿속에 집이라는 대상이 떠오른다는 것의 조건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Diary/전시 리뷰 2023.04.29

[230422] 카라 조슬린 : Please Throw Me Back In The Ocean

전시회 소식들을 둘러보다가 그림을 보고 어라? 싶어서 다녀온 곳. 처음 듣는 작가의 처음 보는 작품들이었지만 이상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어서 직접 보고 왔는데, 그림을 찍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는 매력이 또 있다. 하양, 검정, 파랑의 색채들만으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중 일부는 또 홀로그램처럼 반짝반짝거리기도 한다. 아~주 섬세하게. 종이를 마구 오려 끝부분이 말린듯한 형태도 재밌었고 기하학 형태에서 조개껍데기 모양을 발견해낸것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가장 마지막 슬라이드에 있는 NOPE.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냥 빨려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빛조차 삼켜버릴 새까만 배경에, 중앙에서부터 스멀스멀 번져나오는(듯이 보이는) 하얀 빛 때문이었을까.

Diary/전시 리뷰 2023.04.29

[230422] 아이웨이웨이 개인전

오늘 이 동네로 갤러리 투어를 온 가장 큰 이유, 아이웨이웨이. 몇년 전 국현에서 보았던 개인전에서 레고로 만든 작품을 한두점? 정도 보았던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레고 작품을 모아놓으니 또 한층 다르게 느껴졌다. 명화를 세심한 붓터치가 아닌 레고의 형태를 살려 옮긴 열화 복제의 공간. V&A에 모작을 잔뜩 모아둔 공간이 생각나면서도, 오리지널에 한없이 가까이 가고자 했던 레플리카들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원작을 투박하게 옮긴 그의 작품은 또 다른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겠지. 유명한 작품들만 가져온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기, 미국의 정부 보고서, 주가 그래프 등도 옮겨온 것을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을 장난감으로 옮겨버리려는 의도인 것 같기도 하고.

Diary/전시 리뷰 2023.04.29

[230408] 2023 금호 영 아티스트 1부

2023년 금호 영 아티스트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눠 총 6명의 작가를 조명하는 듯 하다. 원래 오픈일에 들르려고 했는데 저녁부터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고, 이번에 다녀온 후 후기를 늦게 적는 바람에 내일이면 전시가 다 끝나버린다. 괜찮은 전시여서 이 글 보시는 분들에게 추천도 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이 작가들의 전시를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아야겠다. 김원진 금호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왼쪽과 오른쪽에 전시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왼쪽편 계단벽을 아예 막아놓았다. 어라? 하고 보다가 눈높이 즈음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 눈을 대보았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광경이 담겼다. (사진기로 찍은거라 당연히 눈으로 직접 보았을때와는 약간 다르긴..

Diary/전시 리뷰 2023.04.22

[230408] 하이디 부허 : 공간은 피막. 피부

처음 하이디 부허의 작품을 보고 생각난 것은 구겐하임에서 본 에바 헤세의 작품이었다. 실리콘 소재를 연구해서 본인이 의도하는 질감과 형태를 최대한 탐구한 작품. 하이디 부허의 작품 또한 어느정도 유사한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그녀가 스키밍을 통해 사물의 표면을 박제하는 형태는 마치 사람의 피부와 같은 막을 인위적으로 만든 후, 그 '피부'를 벗겨내어 가죽처럼 걸어둔다는 점이다. 역시 인간의 신체, 그 중에서도 가장 표면에 있는 피부라는 것이 주는 느낌이 참 기묘한 듯 하다. 이번 전시는 여러가지 느낀 바가 많았지만, 후기 적는게 늦어지다보니(흑흑...) 그냥 지금 떠오르는 것 몇 가지만 적어야 할듯 싶다. 후기라기보다는 끄적여놓은 메모 수준이 될듯. - 전시장 2층 전경.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Diary/전시 리뷰 2023.04.22

[230408] 즐겁게! 기쁘게! Living in Joy

이 전시는 사전정보 전혀 없이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난장판이 된 순백의 결혼식장과 웨딩슈즈, 그리고 사람을 충분히 집어삼킬듯한 크기의 열대식물같은 누빔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건 잘 모르겠다. 스스로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작품에서 억지로 감상을 찾는것도 좋지 않을듯 하니 이번 감상은 이 정도로만.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이는 순전히 내 안목이 미천하기 때문이다.

Diary/전시 리뷰 2023.04.22

[230408] 성능경 :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 행각

성능경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게 아마 과천 현대미술관 전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능경 작가의 '신문읽기'라는 작품은 그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유명한 작품들보다도 더 내 머릿속에 깊이 박혔다. 군사정권 시대의 서슬퍼런 언론검열을 효과적으로, 한편 너무 직설적이라 뒷덜미가 서늘해질 정도로 표현한 그의 퍼포먼스는 당시 딱 한번 보았음에도 결코 잊혀지지 않았고, 이번에 전시 소식을 듣고서 바로 그때의 그 작가임을 기억해냈다. 회화나 조각과 같이 결과물이 온전히 남는, 아니 결과물을 만드는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들과 달리 성능경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퍼포먼스 그 자체로 휘발되어 버리는 작품이다. 물론 그 퍼포먼스로 인해 남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 남는 것들을 만들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는..

Diary/전시 리뷰 2023.04.09

[230408] 데일 루이스 : 스윗 앤 사워 SWEET AND SOUR

지난번에 삼청동 갤러리 투어를 했을 때에도 오고 싶었던 갤러리였지만, 며칠 차이로 아직 오픈이 되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던 전시.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을 토대로 광란의 스테이지를 구축한다는 설명답게, 작품 하나하나에 그려진 장면들이 모두 끔찍하고 역겹다고까지 느껴지는 사건들이다. 또 그럼에도 우중충하지 않고 묘하게 밝은 느낌이 나는 것도 신기한데, 그림의 색감이 쨍한 것도 그렇지만 표정들이 하나같이 생동감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권태에 찌든 무표정도 많지만 눈이 죽어있는 무표정이라기보다는 '아 뭐라는거야'라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는듯한 적극적인 무표정이랄까...? 거의 모든 그림에 담배꽁초나 시가가 등장하는데 작가가 담배를 아주 좋아하거나 또는 끔찍하게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

Diary/전시 리뷰 2023.04.09

[230408] 호아킨 보스 : Diffusion

아르헨티나 작가 호아킨 보스의 개인전. 이 작품들은 서울에서 지낸 지난 두 달간 특정 지역에서 받은 인상과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추상화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 무엇을 보고, 어떤 인상과 감정을 토대로 그린건지 종잡기가 어려웠지만 선명한 색상이 캔버스 위에 마구 칠해진 것이 눈이 시원하기는 했다. 다른 곳에서 지낸 기간동안 그린 작품들과 비교해볼 수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Diary/전시 리뷰 2023.04.09

[230408] 알렉산더 칼더 : CALDER

국제갤러리 전시는 자주 챙겨보게 되는데 이번에 칼더전이 열린다고 해서 빛의 속도로 다녀왔다. 생각보다도 작품이 더 많았고 배치도 좋았음!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번정도 더 가보고싶은데 어떻게 될라나. 일단 예약을 해야하는게 좀 빡셀것 같긴 하고. 처음 관람한 곳은 2전시관 1층. 칼더의 스케치가 빼곡하게 걸려 있고, 모빌 작품은 해가 잘 들어오는 구석에 하나 놓여있다. 사실 그의 스케치에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그냥 넘어감. 미술사나 미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의미있는 자료겠지만, 일개 관람자인 나에게는 그냥 러프하게 이것저것 시도해 본 무언가. 정도의 인상일 뿐. 칼더의 모빌 작품은 3관에 대부분 배치되어 있는데 이 공간의 구조가 굉장히 특이하다. 평소에는 커다랗게 트여진 하나의 공간에 작품이 배치..

Diary/전시 리뷰 2023.04.09